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와 유인식 PD. ENA 제공'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은 자폐 스펙트럼을 넘어 장애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확장됐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한 번에 무너질 순 없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
이를 바라보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제작진들의 생각은 어떨까.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 이전에도 영화 '증인'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을 그린 바 있다. '증인'은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가 법정에 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26일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폐 스펙트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스릴러 장르 영화를 구상하다가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는 게 없으니 자료 조사를 시작했는데 자폐인의 많은 특성들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제목의 '이상한' 수식어도 우영우 캐릭터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것은 낯설고 이질적이고 무섭기도 하고, 피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상해서 우리 사회를 나아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계 각층 다양한 의견에 영광이고, 공동체에 낯선 존재가 들어왔을 때 우리가 그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그런 논의라고 생각한다. 겸허하게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너무 미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박은빈이 연기하는 '고스펙'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인에 대한 또 다른 왜곡된 프레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작가는 "드라마를 위해 창작자들이 의도를 가지고 창작한 캐릭터인 건 사실이다. 다만 이 캐릭터가 실제 자폐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는 아니다"라며 "자문 교수님은 장점 중심으로 접근한 게 마음에 든다고 하셨고, 이전에 (자폐인에 대한) 그림자가 강조됐다면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부분을 지지해주셨다. 불편하게 보시는 분들의 이야기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변호하고 싶지는 않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자폐인이거나 그 가족이라면 저도 이 드라마를 보는 게 불편했을 것 같다. 아무리 드라마가 선의와 호의로 가득 차 있고, 노력한다 해도 그 복잡한 심정을 다 전할 수는 없다. 또 보고 싶지 않아도 여기 저기서 '우영우'라고 하니 그 안에서 겪는 기분을 충분히 공감한다. 자폐의 어두운 측면을 다루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상처가 될까 농도에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유인식 PD는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는 없다. 알다시피 자폐 스펙트럼은 그 양상이 천차만별이다. 이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좋았겠지만 그걸 다 받아 안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드라마 초점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진정성을 담으려 애를 썼지만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 영우가 자폐인들을 대변한다고 봐서, 특정 능력이 있어야만 그렇게 대접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은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도 접했다. 장애인 배우가 연기한다면 당사자의 진정성이 담보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만 대중문화로 한 번에 소통하기까지는 어려운 일"이라며 "저희 드라마 한계가 명확한 만큼, 이를 통해 자폐인 배우가 자폐인 연기를 하는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사회적 논란이 된 '우영우' 패러디 사례들. 틱톡, 의정부고 SNS 캡처무엇보다 우영우의 자폐인 특성을 흉내 내는 '우영우' 패러디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유 PD는 "자폐인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는 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랑하는 캐릭터를 따라해 보고 싶었을 수 있다. 극 중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가 쌓은 맥락 위에서 이해하면서 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박은빈도 우영우 캐릭터와 연기는 극 밖에서 하지 않는 게 좋겠단 의견이었다. 인터뷰에서도 이런 점을 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짚었다.
또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수용되던 감수성도 지금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희화화'와 '패러디'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합의와 시대적 감수성 차원에서 공론화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매주 수·목요일 밤 9시 ENA 채널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