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보안문서 유출로 논란을 일으킨 대통령실 직원 2명을 해임하기로 가닥을 잡으며 내부 기강잡기에 나섰다.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청년 대변인으로 발탁한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이 과거 커뮤니티에서 극우 성향의 용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서유출' 사유 대통령실 직원 해임 조치…내부기강 잡기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지난달 발생한 보안문서 유출 논란을 일으킨
시민사회수석 산하 시민소통비서관실 소속 비서관 1명과 행정요원 1명 등 2명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보안 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된 직원들을 해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1급 상당 비서관급 인사와 행정요원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지난 6월 말 작성된 내부 문서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집회‧시위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문서는 외부로 유출된 이후 지난달 말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문서 유출 사태가 벌어진 직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즉각 감찰에 착수, 시민소통비서관실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자진 사퇴한 경우는 있었지만, 해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데다 여권 안팎에서 인적쇄신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취임 후 약 50%에 달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사적 채용' 논란과 '내부총질' 문자 논란, '만 5세 입학' 정책 혼선 등이 겹치며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30%선이 붕괴됐다. 약 100년만의 기록적 폭우 사태에 윤 대통령이 직접 피해 현장을 방문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인명 피해 현장 사진을 담은 '카드뉴스' 논란이 연이어 터지며 악재가 겹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과 함께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 지도부의 교체 시기에 대통령실도 주요 참모들을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며 "야당의 공격에 무너진 것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 자충수를 두면서 무너지고 있어 내부 재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수해 현장 카드뉴스 사태의 경우엔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과연 적절한 선택인지 판단해 줄 참모가 없었던 것"이라며
"기초적인 필터링이 안 되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유능한 인사들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대변인' 내정된 박민영, 일베 논란…대통령실 내부선 우려
이 와중에 대통령실 청년 대변인으로 내정된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 관련 과거 부적절한 언행 의혹이 일면서 대통령실은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박 대변인의 계정으로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각종 커뮤니티에 게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에펨코리아' 등 커뮤니티에선
박 대변인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지역 비하성 표현인 '네다홍(네 다음은 홍어)' 등 일베 용어을 썼다는 지적이 일었다.
박 대변인은 익명으로 운영되는 과거 커뮤니티의 글을 근거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런 계정들을 가족끼리 어릴 때부터 공유를 해 왔다"며 "
두 살 터울 동생이 몇몇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삭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동생이 공유 계정을 통해 해당 글을 게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사전 인지 여부 등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은 셈이다. 연합뉴스대통령실은 박 대변인 관련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박 대변인이 대변인실 직원이자 청년대변인으로서 어떻게 능력을 잘 발휘할지 앞으로 지켜볼 예정이고,
개인에 관한 문제는 설명을 좀 더 들어 보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대선 선거 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난 1월 논란이 된 '제2의 신지예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시기에 또 인사 문제가 터질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고, 고위 관계자는
"청년 대변인이라는 타이틀로 들어오면 청년 표심을 끌고 오는 등 지지율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 인적쇄신에 대해 "지지율 추이에 따라 대폭 인적쇄신이 있을 수도 있다"며 "윤 대통령도 여론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