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12억 원 상당의 토지를 매입하기로 한 남성이 매매대금은 한푼도 주지 않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토지주는 사기를 미리 눈치채고 대응에 나섰지만, 법원이 아랑곳 하지 않고 근저당권 설정을 승인하는 바람에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근저당권 설정까지 했는데…받은 돈은 '0원'
14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토지주 A씨는 공인중개사의 소개를 받은 B씨에게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토지 12필지(9천㎡)를 12억 원에 팔기로 하고 시내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했다.
토지에 15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매매대금 12억원을 완납하는 게 계약 조건이었다.
A씨는 B씨를 소개해준 공인중개사와 그와 함께 온 법무사 관계자들을 믿고, 계약 직후 수원지법 여주지원 등기계로 함께 이동해 근저당권 설정 신청을 완료했다.
하지만 A씨와 다시 카페로 돌아온 B씨는 입금을 계속 미루다 '통화를 한다'며 자리를 뜨고 돌아오지 않았다.
사기 외면한 법원…피해는 눈덩이로
황진환 기자사기를 직감한 A씨는 곧바로 등기계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근저당권 설정 취소를 요청했다.
그마나 다행인 건 담당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가 풀리는 8월 1일까지 근저당권 설정을 승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A씨는 안심하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4차례 등기계를 방문해 근저당 설정 취하와 등기신청 기각을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또 B씨를 사기혐의로 여주경찰서에 고소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복귀하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근저당권 설정을 승인했다.
결국 B씨는 토지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 토지를 담보로 대부업체에 6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명백히 사기에 경찰에 고소까지 했는데 담당자가 아무런 확인도 없이 근저당권 설정을 승인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단 한번이라도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는데, 책임감 없는 행동 때문에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여주지원 등기계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등기계 관계자는 "서류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근저당권 설정을 승인한 것"이라며 "관련 내용은 당사자에게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