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구례 수해 피해 당시. 구례군 제공2년 전 큰 수해로 애지중지 키우던 소까지 잃어버린 구례군 구례읍 양정리 주민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의 자리는 아직도 온전히 아물지 않았다.
최근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구례에 비소식이 있을 때마다 주민들은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6일 밤 전남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던 당시에도 주민들은 수해 당시처럼 악몽같은 날이 재현되지 않을까 근처 댐 저수율을 실시간 확인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전용규 양정리 이장도 비가 오면 둑방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며 불안한 마음을 털어놨다.
전 이장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맥없이 강가나 둑방을 서성거리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며 "사람이 왜 이렇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도 "외형상 마을은 복구된 듯 하지만 정작 주민들 마음은 타들어간지 오래다"며 "양정은 다른 마을과 달리 가재도구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는 소에 대한 상실감이 막대하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더구나 주민들은 침수된 집 수리 등을 위해 정부에서 받은 대출금 상환 걱정에 설상가상이다.
올해까지는 원금만 갚아나가면 되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원리금을 동시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빠듯한 살림에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남대 의대가 지난해 10월 양정마을 피해주민 84명을 대상으로 심리적 영향에 대한 건강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주민 모두가 '정신적인 상처 트라우마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양정 피해주민들을 찾아가 면담한 국립 나주병원 호남 트라우마센터는 "주민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례군 보건의료원은 "수해 피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올해도 트라우마 심리 치료 지원 등을 할지는 아직 논의 중인 단계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