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강다니엘과 권영찬 CP. 커넥트엔터테인먼트, 엠넷 제공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가 초반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전작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댄서들, 신인 그룹 뉴진스 등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비하·희화화 논란에 시끄럽다.
'스우파'의 후속 프로그램인 '스맨파'는 남자 프로 댄서팀의 뜨거운 춤 싸움을 그린다. 전작인 '스우파'가 여자 댄서들의 맞대결이었다면 이번에는 성별을 바꿔 '남자 댄서들의 춤 세계'를 보여주겠단기획의도다.
그러나 방송 전부터 출연진과 제작진의 언행이 연일 구설에 오르면서 두터운 팬덤을 가진 '스우파'의 후광 효과마저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논란의 신호탄은 지난 7월 댄서 출신의 가수 강다니엘이 쏘아 올렸다. 강다니엘은 '스우파' '스트릿 걸스 파이트'(이하 '스걸파')에 이어 '스맨파'까지 3연속 MC를 맡았다.
강다니엘은 팬들에게 보낸 프라이빗 메시지에서 "진짜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이라 너무 편하고 행복하다. 기 안 빨려서. 원래 되게 무서웠는데, '스걸파' 때가 더 무서웠긴 했다. 지금이 더 좋다. 화장도 아이라인 빡 하신 누님들"이라고 '스우파' '스걸파'와 '스맨파'를 비교해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일부 팬들의 지적에는 "성별로 그러다니 할 말을 잃었다. 차단, 잘 가라. 저런 분들은 스탠딩 코미디 가면 화내고 나오시겠다. 편하게 살자, 우리. 안 그래도 팍팍한 삶"이라고 맞대응해 기름을 부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다니엘은 SNS에 글을 올려 "프라이빗 메시지 관련해 사과의 말씀 올린다. '긴장되고 떨렸다'라는 본의를 지나치게 과장되게 표현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송구스럽다"며 "성별 갈등을 조장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상황에서도 제 대응 방식이 경솔했다"라고 사과했다.
지난 23일 '스맨파' 제작발표회에서 나온 권영찬 CP(책임 프로듀서)의 발언은 이런 강다니엘의 정서를 그대로 공유하고 있다.
권 CP는 '스우파'와 '스맨파'의 차이에 대해 "여자 댄서들과 남자 댄서들의 춤이 확실히 다르다"며 "여자들의 서바이벌에 질투와 욕심이 있었다면, 남자들의 서바이벌에는 의리와 자존심 싸움 등이 많이 보여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권 CP의 발언 역시 강다니엘처럼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여성 댄서들의 속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스우파' 팬덤의 반발이 거셌다. '스우파'의 성공에 '스맨파'까지 제작됐지만 정작 여성을 향한 편견으로 '스우파' 멤버들을 폄하했다는 것이다.
댄스 크루 YGX 멤버 박현세를 포함한 남성 댄서들이 올린 그룹 뉴진스 안무 커버 영상. 맨 오른쪽이 박현세. SNS 캡처설상가상, 이번에는 출연 댄서가 뉴진스 안무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다.
댄스 크루 YGX 멤버 박현세를 포함한 남성 댄서들은 지난 24일 한 SNS 동영상 플랫폼에 '뉴찐따쓰'라는 제목과 함께 뉴진스의 'Hype Boy' 안무 커버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동작으로 안무를 선보여 '뉴진스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결국 박현세는 25일 SNS에 "정말 죄송하다. 'Hype Boy' 챌린지를 장난스럽게 찍었고,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해 경솔한 판단과 잘못된 대처를 했다. 개인적인 행동으로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 민폐를 끼쳐 면목이 없다"며 "뉴진스와 'Hype Boy' 안무가, 관련된 누구도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경솔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YGX 멤버 분들, YGX 팬 분들, '스맨파' 관련 모든 분들과 댄서 분들께도 정말 죄송하다. 제 개인의 일이 개인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여성 아티스트 대상 논란이 잇따르면서 '스맨파'를 향한 눈초리가 따갑다. 특히 출연진과 제작진의 시대착오적 편견과 전반적인 성인지 감수성 부족 문제까지 대두됐다. 일각에서는 '스맨파' 불매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치열한 경쟁이 뒤따른다. 그런데 같은 대결을 펼쳐도 여성 댄서는 '무섭고, 질투와 욕심'이란 부정 평가를, 남성 댄서는 '편하고, 의리와 자존심'이란 긍정 평가를 받는 상황. 다분히 성차별적 시선에 따른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스맨파' CP 등 제작진의 편견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맨파' 만의 '셀프 의리'가 아니라 동종업계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중과 '의리'를 지켜야 할 시점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강다니엘, 박현서보다는 CP의 '여자는 질투, 남자는 의리'라는 발언이 더 심각하다.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성차별적 표현인데 이를 공식 석상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경솔하고, 부주의하다. 특히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CP가 이런 이슈에 무지한 상태라면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걸러지지 않아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사과와 반성 등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