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에서 나노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 등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최근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가진 업체들에 투자하거나 기술 도입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미국 바이오테크기업 센다에 19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센다는 동식물 및 박테리아에서 찾은 수백만개의 나노 입자 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약물 전달체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센다의 기술이 특정 세포와 조직으로 약물이 효율적으로 전달되게 하고 핵산·유전자 편집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협업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나노 기술은 크기가 1~10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정도인 물질을 조작·분석해 활용하는 과학 기술이다. 나노의약품은 이러한 나노 기술과 지식을 적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도록 개발된 의약품을 말한다.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활용한 백신·치료제는 물론 나노 기술을 적용한 바이오센서도 넓은 의미에서 여기에 속한다.
기업들은 특히 LNP 기술에 관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나노입자를 활용한 약물전달 기술은 경구 투여용 단백질 치료제 등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 업계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도 지난 4월 캐나다 지질나노입자 전달 시스템 개발 업체인 아퀴타스 테라퓨틱스와 LNP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녹십자는 아퀴타스의 LNP 기술을 최대 4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무진메디는 지난 6월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활용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효소를 치료하는 유전자 물질을 체내에 안정적으로 주사하는 데에 자체 개발한 나노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나노의약품 연구에 적극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지난 7월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와 화학과 이희승 교수 공동연구팀이 항암치료용 나노의약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탄수화물을 기반으로 제조한 나노 입자가 특정 암세포에 결합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에서 검증했다. 이 입자에 항암제를 결합하면 목표로 하는 종양을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성균관대 박우람 교수 연구팀도 지난 6월 면역활성 나노입자를 개발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이 세포에 더 잘 도달되도록 하는 치료법을 고안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