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tvN '고교처세왕'부터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까지. 작은 조연으로 시작해 천천히 단계를 밟아 온 그는 '우영우'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배우 강기영의 이야기다.
강기영이 연기한 정명석은 자폐인 변호사인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의 가장 중요한 조력자였다. 제대로 된 어른이자 시니어 변호사인 그는 편견과 차별 없이 우영우를 바라보고, 우영우의 성장을 지원하는 '멘토'이자 '서브 아빠'로 활약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강기영은 정명석이 자신의 '인생 캐릭터'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간절하게 정명석 역을 바랐던 그의 절박함은 결국 '우영우'를 완성하는 완벽한 퍼즐이 됐다.
데뷔 14년 차인 강기영은 실제로 후배들을 애틋하게, 알뜰하게 챙긴다. 말로는 일찍 '우영우'로 빛을 본 후배들을 '질투한다'지만 언제나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잘못은 인정하고, 나이가 어려도 연기를 잘한다면 언제든 배우고 싶다. 편견도, 고정관념도 없는 자세가 지금의 강기영을 발전시켜왔다.
한 아이의 아버지인 강기영은 이제 또 다른 분기점을 맞았다. 단지 '코믹한' 조연 만이 아니라 여러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으니 다음 단계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갈 차례다. 다양함에 목 말랐던 강기영에게는 그 모험이 연기적 갈증을 해소할 냉수가 될 참이다. 다음은 CBS노컷뉴스가 강기영과 가진 라운드 인터뷰 일문일답.
Q 시니어인 정명석 변호사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유니콘 상사이자 멘토였다. 캐릭터와 드라마 모두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알았나. 시즌2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듯한데 A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너무 사랑해주셔서 얼떨떨했다. 정명석이 우영우에게 계속 선한 영향을 끼치는데 그걸 좋게 봐주셔서 좋았다. 너무 판타지스러운가 싶기도 한데 그런 멘토들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연기를 했었다. 정명석이 너무 멋있게 그려졌는데 제가 또 개그 욕심을 낼 때는 너무 좋아해주셨다. 아마 '유니콘' 자체가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열광해주셨던 거 같다. 좋은 상사가 그렇게 없나. 섭섭하다. (웃음) 시즌2는 제가 안 나가면 안되지 않겠나. 아마 모두가 기대감이 있을 거다. 그 친구들과 다시 만난다는 설렘이 너무 크다.
Q 많은 캐릭터 중에서 정명석의 어떤 지점에 매료됐을까A (정)명석이를 하기까지 영화를 찍었는데 개봉을 안 했다. 그래서 공백기가 있었지만 제가 명석이를 하고 싶어서 기다렸던 것도 있다. 그 기간이 체감으로 꽤 길었지만 '우영우'로 보상을 받은 거 같다. 사실 정말 제작사로서는 실험일 수 있는데 중요한 배역을 주셨기 때문에 잘 해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한 마음 뿐이다. 정명석 역을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과 미팅한 후에 가족들에게 막무가내로 꽃게를 쐈다. 결정도 안됐는데 그랬다. 이후 최종 미팅에 가서 감독님에게 '캐스팅 됐다면서 꽃게를 샀다'고 하니까 '(정명석 역) 하시죠'라고 하더라. (웃음) 어쨌든 코믹한 캐릭터를 많이 해서 갈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누가 하든 정명석은 매력적이었을 거다. 전 수혜자일 뿐이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Q 우영우 성장의 중요한 열쇠이자 '서브 아빠'라고 불릴 정도로 '선한 멘토'였기 때문에 역할을 어떻게 풀어낼 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A 외향적으로 시니어 변호사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멋있게 보이고 싶단 착각을 했다. 그런 부분만 바라보니까 제가 고민하는 인물이 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관계를 중심에 놓고 갔다. 명석이를 시니어 변호사로 봐주는 배우들의 리액션, 그 '케미'가 결국 명석이를 멋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 후배 변호사들을 '우쭈쭈'하는 바이브는 실제로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너무 예뻤다. 물론 저를 예뻐해 주는 선배들도 있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더 그런 마음이 생긴 거 같긴 하다.
Q 대부분 '한바다즈'로 박은빈 등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소감이 궁금하다A 다들 보통이 아니다. 너무 연기를 잘한다. 이 친구들 왜 이렇게 잘하지 싶었다. 나이 차이가 7~8년 정도 나니까 나는 그 때 뭐했나 싶었는데 저도 잘했더라. (웃음) 예전 영상을 보면 저도 진짜 겁 없이 연기한다는 느낌이 확 든다. 지금은 몸을 많이 사리는데 그 때 영상들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다 내려놓고 하나 싶다. 정말 미친 사람 같았다. 쑥스럽기도 하면서 뿌듯한데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겠다 싶다. (웃음) 어떻게 이런 걸 계산하고 연기했나 싶을 정도로 맹랑했다.
(박)은빈이는 굉장히 기본기가 좋다. 또 배우로서 태도가 엄청나게 좋다. 리더십도 좋다. 촬영이 늦어지거나 하면 부추겨서 빨리 본인 역할을 해낸다. 제가 정명석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이런 역할을 처음 해봐서 나도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냐'라고 했다가 '지금부터 잘해요. 무슨 과정이에요'라고 하는 말에 세게 한 대 맞았다. 내가 합리화하면서 피해가려는 걸 잡아줘서 너무 고맙고 배울 점이 많다. (하)윤경이는 제가 '하윤기영'으로 부른다. 막 던져도 다 받아치니까 오디오가 빌 틈이 없었다. 발음 좋고, 표현 좋고, 자기만의 캐릭터도 잘 표현한다. (주)종혁이도 욕을 많이 먹는 걸 보면 잘했다는 '방증'이니까. '너한테 이렇게 훌륭한 드라마가 너무 빨리 왔다. 좀 고생을 해야 되는데'라며 질투 아닌 질투를 하고 있다. (웃음)
Q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후배들이 많은데 본인이 그런 역할을 한 이유가 있다면A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서. '오 나의 귀신님'을 하면서 조정석 형에게 많이 배웠다.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구나 느꼈었고, 그걸 흉내 내는 건 아니겠지만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 제가 스스로 여러분의 자양강장제가 되어 드리겠다면서 '자양강기영'을 밀었다. (웃음) 제가 좀 편하게 장난을 치니까 '한바다' 아이들이 더 거들어줬다. 사실 신입들과 선배들 사이 애매한 포지션이 될 수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저를 껴줘서 재미나게 놀 수 있었다.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수다를 많이 떨었다. 드라마 홍보 사진 올릴 때도 '컨펌 바랍니다' 이렇게 올리면 다들 자기 얼굴만 보다가 컨펌 되고 그랬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Q 강기영와 정명석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A 60% 정도?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떨치고 기회를 많이 주는 명석이 모습에서 저도 배우지만 그렇게 하려고 했던 거 같다. 후배들이 내가 했던 나쁜 과정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 걸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도 있으니 피할 수 없다면 배우라고 조언하는 부분도 있고, 저 역시 알려주는 선배들이 있었다. 어린 사람이든, 후배든, 그 누구라도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고, 잘못한 지점이 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모습이 올바른 어른, '참어른' 같더라. 저는 일단 배우라 나이가 어려도 연기를 잘하면 무조건 배우고 싶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그걸 인정하는 순간, 서로 비교돼 내가 더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어려울 것 같다.
Q 극 후반부 정명석이 위암 3기 진단을 받는 설정에 갑작스럽단 혹평이 많았다. 정명석을 연기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A 갑자기 뜬금없다고 하시는 분들,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이 있었던 걸로 안다. 드라마에 몰입해서 나오는 반응들이라 감사한 마음이 크다. 어쨌든 (정)명석이가 일에만 너무 몰두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지냈음을 깨닫는 장면이라 드라마적인 장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결말로 갈수록 우영우의 선한 길잡이 역할이 좀 더 보인 것 같아서, 명석이가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드라마가 끝나는 거 같아서 만족한다.
Q 정명석이 아끼는 후배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본인도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까A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드라마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기뻤다. 물론, 불편하게 보신 분들도 없진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자폐인 가족 분들이 예전에는 일일이 길게 설명해야 됐던 걸 많이 이해하고 봐준다고 했을 때 우리가 드라마로 도움을 드린 거라면 감개무량하다. 3회에 자폐 스펙트럼이 모두 천재성을 띤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말에도 공감이 되더라. 표현하기에 앞서 더 부담이 됐었고, (박)은빈이는 아마 더 했을 거 같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Q 스케줄이 없으면 무엇으로 '힐링'을 할까. 평소에는 육아를 하면서 바쁘게 지내는지
A 생후 9개월 베스트프렌드가 생겨서 그 친구가 최대 관심사이자 행복이다. 얼마 전에 큰 비가 왔는데 누수가 있었다. 제가 약간 '미국 아빠' 로망이 있는데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수리하고, 바비큐 가든 파티 등을 하는 거다. (웃음) 욕실에 금이 간 부분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수리했다. 마치 미술 작품을 그리듯이. 그런 관심사가 생기고 있다. 보수 공사를 위한 장비를 구입하고 있는데 설렌다. 실리콘 쏘는 모습이 너무 멋있을 거 같다.
Q '우영우'를 통해 성장한 부분과 변화한 지점이 있다면A 기존 역할들도 너무 애정으로 했기 때문에 갈증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갈증을 해소했고 저를 새롭게 발견했다. 배우인 저는 시니어가 아니라 신입 변호사 우영우에 가깝다. 이제 좀 긴장을 안하고, 앞에 있는 사람 눈이 보인다. 내가 하고 싶은 걸 강기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이번 드라마는 감정 교류가 더 많았다. 그런 거에서 오는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정적 시너지가 터지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가족들도 이제 좀 마음 편하게 드라마를 즐긴다. 항상 배우로서의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니 '노심초사'하면서 봤었다. 사실 사람들이 강기영에 대한 호기심이 없을 줄 알았다. 기존에 재밌는 역할을 하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우영우'를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다양해질 수 있을 거 같다. 대중이 그 문을 살짝 열어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안 해본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 제가 '나의 해방일지' 손석구씨에게 빠져있는데 그렇게 우수에 가득한, 사연이 많아 보이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