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가 연일 민생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을 향해 '협치'를 내걸고 있다. 반면 최고위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탄핵 등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회유와 압박' 투트랙 전략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집토끼'인 강성 지지층을 달래는 동시에 민생을 챙겨 중도층까지 잡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다시 강성층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민생 위해 협력"…최고위 "김건희 목걸이 해명해야" 온도 차
이 대표는 31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협치를 가장 강조했다. 그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리인이란 점은 다를 바 없다"며 "국회 다수를 점하는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국민을 위한 정책 추진에는 당연히 협력하겠다. (정책이) 지연되거나 못하는 게 있으면 야당에서 먼저 제안해서라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일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현재 어려운 민생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할 것은 철저하게 먼저 나서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며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권 대표와는 대선 기간 당시 발표된 여야의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은 강경 발언을 분출하고 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김 여사의 목걸이를 언급하며 "6200만 원짜리 목걸이를 지인에게 빌렸다고 한다. 재산 등록에도 없고 그냥 지인에게 빌리면 되는 건지, 김영란법 문제나 차용증을 썼는지 등을 묻고 싶다"며 "1500만원짜리 팔찌와 2500만원짜리 브로치 등도 본인 것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청래, 장경태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 장관과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의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 헌법을 위반하고 법률을 위반한 경우 탄핵소추할 수 있다는 게 법"이라고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도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입장과 태도가 지금처럼 물러서는 안 된다"며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강력하게 정부를 향해 문제 제기하라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투의지를 보였다.
"총선 승리 위한 중도층 외연 확대"…도로 '강성층 달래기' 우려도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같은 투트랙 전략은 민주당 지도부의 기존 지지기반인 친명 강성층 외에 중도층까지 포섭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고위에서 소위 '사이다 발언'을 던지는 동시에 정책적으로는 민생을 명분으로 각종 입법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홍으로 힘 있는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친명 강성층뿐만 아니라 중도층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도층을 확보하기 위해선 민생에 천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경제 전문가인 이 대표와 전투력이 강한 최고위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대안을 내놓는 야당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찾아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반면 장기적으로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의 첫 만남 당시 신경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별 현안에 들어가면 이견이 커 현실적으로 여야 협치 모드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야당이 손을 내밀었는데 여당이 협치를 거절했다는 프레임을 통해 더 강력한 '공세 모드'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협치는 제스처에 불과할 뿐이고 향후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스텝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며 "현재 지도부의 뿌리가 강성층이기 때문에 점차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향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때와 같이 '강성층 이슈'를 쫓다가 역풍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민주당이 공공연히 군불을 때고 있는 특검과 탄핵도 충분히 명분을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강행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위 내 유일한 '비명계' 고민정 의원은 회의에서 "지금은 당헌 개정이나 장관 탄핵과 같은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 거대권력 횡포에 휘둘리고 있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자중을 당부했다.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도 "개별 의원들이 추진하겠다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면서도 "정부 초기부터 특검이나 탄핵 등 휘발성 큰 강경투쟁에 나서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