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년 전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부산을 방문해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하면서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밝혔다.
하지만 2년 8개월 만에 해외 순방에 나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첫 방문지는 카자흐스탄과 우스베키스탄으로 결정났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12일 시 주석이 1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뒤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15~16일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시 주석의 첫 해외 나들이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10월에 열리는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뒤 세계 주요국가 정상들이 모이는 G20 정상회의 외교 무대에 나와 각국 정상들이 시 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줄을 서게 함으로써 중국이 세계의 중심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그림이다.
연합뉴스하지만 시 주석이 이런 예상을 깨고 당 대회를 한달 앞두고, 코로나19 방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앙아시아 국가를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과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 협력 기구에는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 8개국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 벨로루시, 이란, 몽골 등 4개국이 옵저버 지위를 갖고 있고 6개국(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캄보디아, 네팔, 터키, 스리랑카)이 대화상대국이다.
이들 국가들만 잘 규합해도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의 점증하는 견제와 압력을 헤쳐 나가는 데 큰 힘이 된다. 중국은 브릭스(BRICS)처럼 SCO의 확대도 모색하고 있는데 이번에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다.
국경 문제로 껄끄러운 인도가 중국의 주도권을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호흡이 척척 맞는 것도 아니어서 중간지대에 묶어 둘 필요가 있다. 이번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인도 양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2019년 이후 3년만에 열리는 이번 SCO 정상회의 지원의 의미로 중국제 훙치 리무진 150대를 사마르칸트로 보냈다.
연합뉴스시진핑 순방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처음이 될 이번 시-푸틴 회담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에서 퇴각한 상황에서 이루어져 주목을 끈다.
시 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베이징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에서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이 결과 때문인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서방 진영과는 거리를 뒀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나 군사 물자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보냈다.
연합뉴스중국과 러시아가 유례없는 밀월인 것처럼 보이지만 러시아와의 적절한 거리두기를 통해 서방의 제재를 피하고 중앙아시아 일대에 펼쳐져 있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행보로도 읽힌다.
중국 관영매체는 지난 6월에 중국과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철도노선으로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철도(CKU 철도)가 내년에 착공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노선은 푸틴 대통령이 줄곧 반대해 왔던 노선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힘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판다웨이 상하이 사회과학원 러시아중앙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SCMP에 모스크바의 전통적인 뒷마당인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존재 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시 주석이 SCO 정상회의가 열리는 사마르칸트 방문에 앞서 카자흐스탄을 먼저 방문하는 의미도 예사롭지 않다.
카자흐스탄은 시 주석이 2013년에 방문해 일대일로를 처음으로 주창했던 국가다. 올초 유혈사태 발생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유혈 시위 진압을 명분으로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하자 푸틴 대통령이 바로 군대를 보냈던 나라이다.
당시 중국은 공수부대를 파견한 러시아에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중·러 간 조율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뭔가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명보는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동안 연료 발전 및 기타 산업에 관한 일련의 양자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전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북부에 많이 사는 러시아인을 해방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처럼 침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 주석의 카자흐스탄 방문은 중국이 카자흐스탄을 중요한 우방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러시아가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대신 시 주석은 중국말을 할 줄 아는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신장 인권 문제를 물타기 하고 일대일로 부채 함정으로 인한 중앙아시아에서 커지는 반중 감정을 억누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