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린 KBS1 '전국노래자랑' 기자간담회에서 새 MC 김신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처음 연락받았을 때 '왜 나야?'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어요.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내가 안 됐더라도 이 후보군에 오른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신영)
전국 팔도를 다니며 야외 녹화해야 하는 강행군, 전 국민이 다 아는 압도적인 존재의 기존 MC 등 KBS1 '전국노래자랑' 새 MC의 자리는 어떻게 해도 부담감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을 34년 동안 진행한 '일요일의 남자' 송해 사망 이후 누가 후임이 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여러 이름이 거론됐으나 발탁된 주인공은 올해로 데뷔 20년차를 맞은 방송인 김신영이었다. KBS가 직접 속보로 전할 만큼 중대한 소식이었다. 과감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지난 17일 오전, 경기 하남시 미사대로 미사경정공원에서 KBS1 '전국노래자랑'의 새 MC 김신영과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김상미 CP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조현아 KBS 예능센터장도 참석해 기대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신영이 어떻게 '전국노래자랑'의 새 MC가 될 수 있었는지 발탁 이유와, 향후 방송에 임하는 각오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인사말조현아 KBS 예능센터장 : 지난 6월 8일 송해 선생님 돌아가신 것은 대한민국 예능의 큰 슬픔이었고 모든 시청자 여러분이 함께 안타까워했다. 후속 MC 선정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마음 무거웠고, 제작진을 넘어서 KBS 전체의 큰 숙제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훌륭한 후보가 있었는데 심사숙고한 끝에, 오랫동안 라디오 진행을 통해서 시청자와의 거리가 가깝고 가요에 대한 지식이라면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희극인으로서 출연자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김신영씨가 최적의 MC라고 생각했다. 발표하자마자 시청자 여러분이 너무 좋아하셔서 너무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신영씨가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애써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새 얼굴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동안 진행해준) 이호섭 작곡가님, 임수민 아나운서님께도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프로그램) 명맥을 잘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신영씨와 함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테니까, 시청자와 기자 여러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다들 KBS가 되게 의외의 선택을 했다고 한다. '전국노래자랑'으로 보면 정말 딱 맞는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김상미 CP : 저희 국에서 큰 오랫동안 숙제여서 다들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는데 시청자 여러분께서 다 반갑게 맞아주시고 환영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김신영 : (자리에서 일어나서) 코미디언 김신영이다. 일단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전국노래자랑'은 할머니 어깨 뒤에서 봐왔고, 비록 방송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갔었다. (MC 발탁은) 너무 큰 영광이다.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 많으셨는데 그 후보 제의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설마' 했는데 잘 예쁘게 봐주셔서, '전국노래자랑' 앞으로 제가 사는 그날까지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 아직 부족한 모습 많고 가끔 더듬거리기도 하는데 대구 첫 녹화(9월 3일 진행) 때 '일요일의 막내딸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막내딸이 좀 부족하더라도 전 국민 여러분이 키운다는 생각으로, 많이 배우고 노력하면서 '전국노래자랑' 많은 참가자분들 국민 여러분과 소통하도록 하겠다.
왼쪽부터 MC 김신영, 김상미 CP. KBS 제공▶ 김신영의 어떤 점에서 '전국노래자랑' 새 MC로서의 가능성을 봤는지 궁금하다.김상미 CP : 저희가 정말 (송해) 선생님 살아생전부터 후임 얘기를 해왔다. 구체적이라기보다는 저희끼리 어떤 사람이 MC에 어울릴 것인가를 다 같이 터놓고 얘기하는 과정이 있었다. 신영씨는 라디오 10년 진행한 것도 있고… '전국노래자랑' 스케줄이 사실 극악무도하다. 온 국민을 만나러 가는 거다 보니까 지역 스케줄이고, 날씨 영향 굉장히 많이 받아서 한여름 한겨울에는 녹화 못하기 때문에 가을에는 2주에 한 번씩 녹화가 있기도 하다.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격주로 2주분을 녹화하는 게 추세인데 한 주에 2번씩 지방 스케줄을 빼야 하고, 어떤 때는 스케줄이 없어서 오락가락하는 스케줄을 맞출 수 있어야 했다.
라디오 스케줄도 ('전국노래자랑') 못지않게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걸 변함없이, 10년 동안 진행해왔다는 건 누구보다 성실하다는 거다. 그게 보였다. 또 지금까지 (김신영) 유머 코드를 잘 살펴보면 정말 대부분 서민에 가까운 분들이다. 세신사, 식당 아주머니, 빠지 아저씨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분들을 잘 관찰하고 그런 분들에게서 웃음을 뽑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 국민을 무대로 올려서 함께 놀 수 있는 엠씨로는 잘 어울리고 적격이겠다 싶었다.
▶ 새 MC 발탁 이유로 '시대의 변화'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전국노래자랑'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응답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갈 것인가.김상미 CP : 송 선생님이 워낙 전통을 잘 만드셔서 그분께 폐가 되지 않게 하는 것, 누가 되지 않게 잘 이어서 가는 게 MC와 제작진에게도 (의미가) 컸다. 조금만 길게 봐주시면… 그렇게 급격하게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만 너그럽게 기다려주시면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이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오늘 스페셜 게스트들도 그렇고 조금 더 국민 여러분이 즐거워하실 수 있고 좀 더 편하게 무대 할 수 있게 친근하게 다가갈 예정이다.
김신영 : 저는 사실 '전국노래자랑' 하면 42년 된 나무라고 생각한다. 나이테가 있는 나무를 벨 생각은 없고, (저는) 그 나무 옆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아주 작은 나무라고 본다. 키 높이가 맞아지면 두 그루의 나무가 된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에) 갑자기 변화 준다거나 김신영의 무언가를 하는 건… 시간이 중요한 거 같다. 처음 '정오의 희망곡' 할 때도 정선희라는 인물이 5년을 했기에 비슷한 부담감이 있었다. 라디오 처음 시작할 때도 '내가 여기서 뭘 해야겠다' 하면 꼭 어색하게 되더라. 이번 '전국노래자랑도' 하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을 거 같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거기서 배웠던 모든 것들이 또 다른 색깔이 될 거 같다.
조현아 KBS 예능센터장이 인사말하는 모습. KBS 제공▶ 섭외 전화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김신영 : 제가 올해로 20년 차가 됐다. 이렇게 전 국민 여러분이 관심 있고 귀추가 주목되는 프로그램의 MC 후보에 제가 올라 본 적이 없어서 (섭외) 들어왔을 때 정말 그냥 감사했다. 첫 번째는 감사였고 대구 가는 길에 스멀스멀 압박감과 부담감이 오더라. (MC 발탁 소식이) 속보로 나올지 몰랐다. (웃음) 내가 뭐 잘못한 일이 있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하고. 또 하나는 인생을 배우겠구나 생각을 좀 했다. 내가 안 됐더라도 이 후보군에 오른 것만 해도 나는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전국노래자랑'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하는 중인데 일정 조율과 체력 면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김신영 : 올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너무 과분한 사랑받고 있는데, 보통 스케줄은 '정오의 희망곡' 위주로 했다. 끝나고 나서 뭔가를 한다든지. '전국노래자랑' 스케줄 굉장히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라디오 쪽에서 ('전국노래자랑') 녹화 날엔 빼 주겠다고 했다. '너무 축하한다, 신영아. 네가 라디오국에만 12년 있었는데 (MC가 되다니) 영광이다'라고 하셨다. 체력 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지방 가서 한 3일 동안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이 다 조합돼서 만들어지는 거 같다. 처음부터 다 잘하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지 않나. 그동안 했던 모든 것들이 조금씩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 같다.
▶ 그동안은 아이돌 전문가로 유명했는데 아이돌 프로그램과 '전국노래자랑'은 어떤 차이가 있나.
김신영 : 지금 '케이팝클릭'이라는 아이돌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이곳의 풋풋함과 '전국노래자랑' 참가자분들 풋풋함은 똑같은 거 같다. 풋풋함과 사랑스러운 떨림, 설렘은 똑같은 거 같다. 춤과 음악이 (종류가) 다를 뿐이지 한국 사람의 정서는 똑같더라.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 곡이 '전국노래자랑'에 나오면 얼마나 멋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김상미 CP : 체력은 제가 얼마 전까지 '빼고파'(건강한 다이어트를 지향하는 예능)를 같이 해서 아는데, 하루에 운동을 3시간씩 하더라. 체력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웃음)
김신영 : (MC가 된 후) 공진단 샀는데 한의원에서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씨 너무 축하한다'는 카드가 있더라. 공진단도 먹고 아침밥도 먹고 비타민도 꼭꼭 챙겨 먹는다. 앞으로 어느 지역을 가든지 특산품을 정말 맛있게 먹을 준비하고 있다. (웃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