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T2N미디어 제공배우 현빈·손예진 부부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이 지난 16일 개막했다. 드라마가 워낙 인기를 끌었던 터라 작품을 준비해 온 창작진·출연진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을 터.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 중 돌풍으로 인해 북한에 불시착한 남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가 사랑하게 된 북한장교 리정혁의 사랑 이야기다. 2020년 tvN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24.1%, 일본 넷플릭스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K드라마의 한류 붐을 일으켰다.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프레스콜에서 창작진·출연진은 저마다 부담감을 토로했다.
박해림 작가(대본·작사)는 "흥행한 드라마를 뮤지컬로 각색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무대 위 동시간성을 염두에 두고 음악, 장면, 대사로 적절하게 바꿨다"고 했다. 박지혜 연출은 "드라마에서 꼭 옮겨오고 싶었던 건 패러글라이딩 사고 장면이다. 다만 안전상의 문제로 활공하는 느낌을 구현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상훈 작곡가는 "작품에서 사랑의 주체인 두 남녀는 남북을 상징하기도 한다. 10분 만에 뚝딱 완성한 2막 마지막 넘버 '한 걸음만 더'가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했다.
극중 리정혁은 북한 총정치국장의 아들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다. 민우혁과 이장우, 이규형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이장우는 "작품에 캐스팅됐을 때 주변에 '현빈 역할 맡았어'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브랜딩된 작품이다. 현빈을 이기려고 하기 보다는 제 방식대로 순수한 북한 남자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규형은 "16부작 드라마를 3시간 여로 압축해서 보여줘야 하는 점이 어렵지만 매체와 무대는 전혀 다른 장르라서 오히려 부담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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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리는 남한 재벌가 막내딸로, 나하나, 김려원, 임혜영이 연기한다. 나하나는 "드라마 방영 당시 본방 사수했을 정도로 애청자였다. '뮤지컬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캐스팅되어서 기쁘다"고 했다. 김려원은 "주변에서 '손예진이냐'며 놀렸다.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하겠다"고 했다. 임혜영은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작업하는데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도도함 속에 감춰진 인간미를 꺼내 보여주겠다"고 했다.
또다른 커플 구승준과 서단의 사랑 이야기가 극의 한 축을 이룬다. 구승준은 윤세리와 결혼까지 할 뻔했던 영국 국적 사업가다. 테이, 이이경, 한승윤, 윤은오(커버)가 무대에 오른다.
테이는 "'대식가', '수제버거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비춰지는 가운데 통통 튀는 역할이 들어와서 감사했다.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약간 김두한처럼 보이는 게 아쉽지만 기쁘게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이경은 "6년 전 출연했던 뮤지컬 '알타보이즈'가 마지막 작품이 될 줄 알았다"며 "출연을 제안해준 민우혁과 제작사, 노래에 자신없어 하는 저를 끝까지 잡아준 테이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한승윤은 "10년간 가수로만 활동하다가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다. 행복한 기분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서단은 평양 최고급 백화점 사장의 외동딸이자 정혁의 약혼녀다. 송주희, 김이후, 유연정(우주소녀)이 낙점됐다. 김이후는 "겉은 차갑지만 안은 귀여움과 어설픔이 공존하는 캐릭터다. 도도해 보이려 거울 앞에서 표정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연정은 "'연정이가 연기하는 서단이 보고 싶다'는 연출님의 말씀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