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7:30)
■ 방송일시 : 2022년 9월 21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시사매거진 제주, 이 시간 <기자실 앞담화>로 함께 하는데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주도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정질문에 대해서 앞담화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민선 8기 들어 첫 도정질문이라서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박혜진> 지난 원희룡 도지사 시절을 돌아보면 처음 도정질문을 할 당시에 기억하시겠지만 원 전 지사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잖아요? 오영훈 도지사의 첫 도정질문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홍창빈> 이번 도정질문은 그동안 도의원과 국회의원을 하며 일단 공격하는 입장이던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행정가로서 방어하는 첫 자리였는데,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도정질문 질의응답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도정질문 첫 번째 주자가 국민의힘 이정엽 의원이었는데요, 이정엽 의원은 오 지사 취임 이후 아직도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는 인사 문제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오영훈 지사는 첫 번째 도정질문인 점을 의식한 듯 나름대로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도정질문 진행 과정에도 도의원들이 일부 현안에 대해 약간씩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이 있었는데도, 오영훈 지사는 일단 일정한 톤으로 답변을 이어간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오영훈 지사가, 아직 임기 초반이라서 본인의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본래 성격을 자제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 내용도 첫날 오갔던 문답 내용인데, 국민의힘 강충룡 의원이 일부 사안에 대해 다소 공격적인 발언을 하니까, 오영훈 지사가 '48시간 이전에 질문요지를 보내지 않은 내용에 대해 답변한 의무가 없다'고 답한 부분 때문입니다.
물론 오영훈 지사의 응대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는데, 그동안 원희룡 전 지사의 답변 스타일을 보면, 그냥 자신이 정확히 수치를 모르는 내용은 담당 부서장을 통해 답변하도록 해도 되겠느냐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지난 7년이란 기간 동안 이런식으로 싸운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감정적인 질문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대응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강충룡 의원의 질의는, 물론 사전에 질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었던, 숫자에 관한 내용, 그러니까 사업 비용이나 지하수 관정 숫자 등 현황에 관련한 것이었는데, 보다 융통성 있게 답변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부분에서 오히려 원론적으로 48시간 이전에 질의요지 보내지 않았으니까 답변하지 않겠다는 식의 답변을 하면서, 앞으로 도의회와의 관계에서, 재미있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제주CBS 이인 기자 ◇박혜진> 이 인 기자가 보시기에는 어떠셨나요?
◆이 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 시절 도정질문을 회상해 보면 원 전 지사가 워낙 말을 잘 하잖아요. 또 도정 현안과 쟁점들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도의원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한 도의원들의 얼굴이 빨개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래서 해가 거듭될수록 질의방식도 일문일답에서 일괄질문.일괄답변으로 많이 바뀌었구요. 한마디로 일문일답은 말싸움을 잘해야 하지만 일괄질문에 일괄답변은 그냥 싸움의 기술은 필요없고 한꺼번에 물어보고 한꺼번에 답변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원희룡 지사와의 말싸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도정질문 방식이 대거 바뀐 겁니다.
공무원들은 참 편했죠. 말싸움에서 족족 원 지사가 이겼기 때문에 물론 자료는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하지만 공무원이 시달릴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의원들이나 도민들이 봤을 때는 좀 오만하게 비춰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바로 그런 점을 감안한 때문인지 오영훈 지사의 첫 도정질문은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고 봅니다. 사안마다 오 지사는 의원님의 견해에 동의한다, 도의회와 잘 협의하겠다, 잘 살피고 잘 검토해보겠다 등등의 부드러운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다만 사전에 질의요지 없는 질문을 하는 도의원과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겸손 모드였습니다. 첫 도정질문이니 만큼 도의회와 척을 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테구요. 또 오 지사 자체가 도의원 재선에다 국회의원 재선을 지낸 만큼 의회주의자 성향도 한 몫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혜진> 홍파고가 다른 도지사들의 도정질문 스타일도 찾아보셨다면서요?
◆홍창빈>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첫 번째로 본 도정질문은 원희룡 전 지사였는데요, 원 지사의 경우 질문 상대로 나선 도의원의 소속이 민주당이든, 자신과 같은 당이든, 교육의원이든,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격한 토론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반대로 자신과 다른 정당이라 하더라도, 동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동감한다는 말과 함께, 그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토론을 주고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금 드린 설명들이 오영훈 지사가 토론을 피한다는 것은 아니었고, 예를 들어 이정엽 의원이 제주도 공공기관의 대다수가 제주시에 위치한 만큼, 이들 기관들의 편의를 위해 감사위원회 사무실을 제주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직설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오히려 균형발전을 위해 제주시에 집중된 기관들을 서귀포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전직 도지사 두 명의 도정질문 영상도 좀 살펴봤습니다. 바로 민선 4기 김태환 전 지사와 민선 5기 우근민 전 지사입니다. 우선,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의 경우, 저는 상갓집 정치로만 잘 알고 있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주도내 모든 상갓집을 다 들렸을 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저희 집안에 장례가 있었을 때, 몇 번 보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한번은 제가 대학생일 때, 다른 한 번은 제가 기자였을 때였긴 합니다만, 당연히 저를 보러 온 것은 아니고, 저희 가족 중 한 분을 보러 온 것이었습니다.
도정질문에 있어서는, 공무원 출신 답게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하는 스타일이었을 것 같았는데, 과거 도정질문 답변 영상을 몇 개 찾아보니까, 자료에 의존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전반적인 큰 줄기에 대해서는 자료 없이 본인의 생각을 직접 발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근민 전 지사의 경우, 젊은 시절 군 장교로 복무하다 상관을 따라 행정부, 당시 총무처로 옮겨 고위 관료를 역임했고, 관선 도지사 두 차례와 민선 도지사 세 차례를 역임했습니다. 군인으로 시작했으니, 다소 급한 성격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도정질문 영상만 봤을 때는, 거꾸로 다소 느긋하게, 천천히 발언하는 모습이 거꾸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관련 기사를 찾다 보니까, 도정질문이 끝나도 도의원들과 정당별로 술자리를 가졌다는 기사가 바로 검색이 됐고, 도정질문은 아니었지만, 발언을 하는데 신중하지 못한 내용으로 문제가 됐던 내용을 찾을 수 있었던 만큼, 입이 무거우신 분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진> 민선 8기 첫 도정질문의 쟁점은 뭐였습니까?
◆홍창빈> 확실히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논란이 컸던 행정시장 임명 강행을 비롯한 인사 문제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감할 수 있는 말일 텐데요, '인사가 만사다'일 겁니다. 사람의 일이 모든 일이다, 행정에 적용하면, 공무원의 인사, 공무원 자리배치가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오영훈 도정이 들어서고, 행정시장을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장 인사가, 시중에 나돌던 명단이 거의 그대로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앞서 진행한 앞담화에서도 언급은 몇 번 됐는데,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10명을 임명했다면 최소 8명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물론 10명 중 8명이면 일부는 틀린 것도 있긴 합니다만, 80%면 찍어서 맞출 수 있는 확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의원들이 인사 문제에 대해 크든 작든 거론했고, 오영훈 지사도, 이 부분에 대해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인> 역시 오영훈 제주도정의 첫 인사문제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구요. 이 문제는 도정이 바뀔 때마다 반복이 되는데요, 측근인사다, 선거공신 인사다라는 지적이 이번 도정질문에서도 나왔구요. 심지어 오영훈 핵심 관계자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오핵관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또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여전히 오영훈 도정에서도 주요 현안이구요. 과연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제2공항 조속 추진에 대해 오영훈 도정은 어떤 입장인지가 관전 포인트였지만 결국 기존에 나왔던 말들이 되풀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이 뭐냐는 질의나 환경영향평가 보완 용역 결과에 따라 정부에 입장이 나올 것이고 그 과정에서 도민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답변이 대표적입니다.
관광객들에게 걷는 일종의 입도세 징수문제도 다뤄졌는데요. 특히 오영훈 지사는 제주환경보전기여금보다는 환경보전분담금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세를 부과하는데 기여금으로 용어를 정하면 국민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쓰레기와 오폐수를 버리는 사람에게 직접 부과하는 분담금이 맞는 표현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정질문에선 또 오영훈 지사의 공약인 상장기업 20개 유치와 15분 도시 조성, 제주형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비롯해 오등봉 공원 민간특례사업,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문제 등이 집중 제기됐습니다.
◇박혜진> 역시나 인사와 관련된 지적도 예상되는 부분이었는데요. 두 분은 도의원과 도지사의 답변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이 인> 제주도의회 제409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는 역시 민선8기 오영훈 도정의 첫 인사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는데요.
의원들은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정무특보, 대외협력특보, 공보관 등의 개방형 직위가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사람들로 채워졌다고 지적했고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장과 공기업 사장도 예상됐든 인물이 그대로 임명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그들만의 짜여진 인사, 오영훈 지사의 핵심 관계자 즉 '오핵관'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도지사 비서실에 별정직이 과도하게 많다는 비판도 나왔는데요. 비서설 직원 13명 중 8명이 별정직으로 채용됐고 이 가운데 6명은 오 지사와 국회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오영훈 제주지사는 정치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협의하고 일하는 것이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선거 전 특정직위에 대해 약속한 자리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공기업 사장이나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해선 관련 법령에 따라 인사추천이 왔을 때 적격하게 심사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직무수행능력과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임명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오 지사의 답변이었는데요. 살펴본 것처럼 정치철학이 같거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채용한 건 도정 성공을 위한 것, 또는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선발했다는 점들을 강조하면서도 겸손 모드는 잃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인사는 도민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더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구요.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도의회 비판이 제기되면 별정직 숫자는 조정할 의향까지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도의회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홍창빈> 인사와 관련해 답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론적으로 답변하지만, 이 원론적이라는 말이 참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전후 사정을 떠나, 일단 개방형직위로 들어오신 분들만 놓고 왔을 때, 앞서 이인 기자가 말했던 위인설관 논란이 있었던 특정인 한 분을 제외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되고, 심지어 그 위인설관 논란이 있던 분도, 결과적으로 채용 자체는 결국 법적 절차를 거쳤습니다.
이 분들이 정해진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정치라는 것이 도지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도정질문에서 이 개방형 직위 채용 논란과 관련해 질의가 나오니까, 오영훈 지사는 법적 절차를 거쳤다, 선거 과정에서 자리를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없다, 자신과 정치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이런게 답변하니, 결국 논점은, 이 분들이 그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가로 가게 되고, 그것은 이제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 돼 버린 것입니다. 이게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박혜진> 그런데 인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거든요. 의회의 지적에 도지사의 태도가 변할까요?
◆이 인> 오 지사의 도정질문 답변전략이 겸손모드라고 했는데요. 도의원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앞으로의 인사와 정책은 도의회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이 도정질문 내내 나왔습니다.
인사문제도 마찬가지로 도민들의 기대와 도의회의 의견을 반영해 더욱 더 심사숙고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행정시장 임명을 강행한 것도 도의회에서 도마에 올랐는데요.
도의원들의 입장은 제주시장의 경우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며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냈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 지사가 강행했다는 건데요. 그래서 도정질문에서도 도의회 무시, 도민 경시라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오 지사는 민선8기가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이나 지나 행정시 리더십이 조속히 회복돼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겸손모드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홍창빈> 지사의 입장에서도 의회와 계속 대척하며 갈 수는 없고, 같은 민주당끼리 반목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도민들께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수용하는 모습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의회의 비판이 모든 것이 다 옳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 비판들이 도민들이 봤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일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오 지사에 대한 지지율과 정책 선호도 결과에 비해,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응답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사의 답변에서, 자신과 정책적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과 같이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변 자체는 동의합니다. 그런 만큼, 지사가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사를 진행하고, 도민들에게 자신의 뜻을 좀 더 진솔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박혜진> 보통 형식이 일문일답이거나 일괄질문, 일괄답변이잖아요? 질문형식에 도민이 모르는 포인트가 있습니까? 보통 일문일답이 보는 도민 입장에서는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인> 도정질문에서 일문일답은 도의원과 도지사가 질의와 답변을 현안마다 주고 받는 식입니다. 그래서 말싸움도 치열하게 되죠. 끈질기게 물을 수 있고 또 정책의 모순이나 빈틈을 파고 들 수 있는 좋은 질문 방식입니다.
다만 이 방식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세밀하게 분석하는 또 소위 말빨이 있는 도의원들이 빛을 보는 방식이지, 어설프게 준비했다간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도정 시절 도의원들이 야심차게 일문일답 방식으로 했다가 오히려 원 지사에게 번번히 당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원 도정 때는 해를 거듭할수록 일괄질문, 일괄답변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했잖아요.
오영훈 제주도정에선 일단 처음이라서 그런지 일문일답으로 도의원들이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내거나 역시 말빨에서 오 지사에게 뒤진다고 생각하면 원 도정 때처럼 일문일답보다는 일괄질문, 일괄답변으로 바뀌겠지요.
다만 일괄질문, 일괄답변은 기자들에게는 좋습니다. 기자실 앞담화 취지에 맞게 대놓고 말씀드리자면 일괄질문 일괄답변은 치고 받는 게 없으니까 그만큼 기자들이 워딩, 즉 도의원과 지사의 말을 받아적기가 편하구요. 또 심지어는 일괄질문의 경우 사전에 배포가 되니 기자들이 취재하기에는 무척 편합니다.
하지만 일문일답처럼 치고 받는 게 있어야 기삿거리가 많이 나오는데, 일괄질문 일괄답변은 웬만해선 기삿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홍창빈>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말솜씨에 자신이 있고, 도지사를 상대로 원하는 답변을 얻어낼 자신이 있다면, 일문일답 형식이 좀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일문일답의 경우 순발력이 필요하고, 알고 있는 정보가 많아야 효율성이 올라가는 만큼,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일괄질문 일괄답변의 경우, 실리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문일답 방식은 의원과 지사의 문답 시간을 합쳐서 40분만 진행하지만, 일괄질문답변 방식은 질문 20분, 답변 20분 여기까지 40분에다가, 20분의 보충질문이 추가로 있습니다. 보충질문은 일문일답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서면으로 답변을 한번 받고, 그 내용을 한번 보고 다시 문답을 이어간다면, 시간은 좀 짧지만, 실속있는 답변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문일답을 선호하는 도의원들도 있고, 일괄질문-일괄답변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혜진> 의정활동의 꽃을 행정사무감사라고 하잖아요. 도정질문은 어떤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 인> 도의원들은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자신을 돋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열공모드로 총력을 기울입니다.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의원들의 노력한 만큼 빛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도정질문의 특징은 바로 도지사를 상대로 한다는 점입니다. 행정사무감사는 대부분 부지사나 국장급들이 주로 답변에 나서는데, 도정질문은 도지사를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도지사를 직접 상대하며 정책의 허점들을 밝혀내거나 모순점들을 지적하면 그야말로 의원 입장에서는 대박을 치기 때문이죠. 다만 너무 욕심이 과하면 좋은 결과보다는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많구요. 또 말싸움 위주로 가면 격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치열한 기싸움, 신경전도 도정질문에서는 벌어지는데요. 국민의힘 강충룡 의원과 오영훈 지사의 신경전이 대표적입니다. 겸손모드로 일관하던 오 지사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강 의원은 지난 19일 도정질문에서 상수도 유수율을 물었는데, 오 지사는 사전에 질의요지서가 도착을 안했다, 48시간 전에 요지서를 달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전 질의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거였는데, 실제로 질의서에는 '제주도내 관정(상수도, 농업용수, 양식용수) 관리 방안은?'이라는 짤막한 문장 하나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의회 도정질문의 사전 질의서는 한 줄 대주제 방식의 요지가 대부분이어서 굳이 오 지사가 사전 질의서 내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강충룡 의원도 이런 것까지 디테일하게 요지서를 드려야 하나, 이 정도면 그냥 답변하면 되는거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는데요.
다만 도지사를 상대로 너무 디테일한 수치를 물어보는 등의 망신주기식 질문은 또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도의회 안팎에서 나왔습니다.
◆홍창빈>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도정질문은 도의원 자신을 작게는 지역구 주민들, 크게는 도민들에게 자신이 누군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도정질문을 통해 유명해진 도의원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도정질문 방법에 있어서도, 그냥 지사와 서서 대화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도의원 자신이 현장을 방문해 인터뷰 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틀거나, 각종 자료를 만들어서 자신의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손흥민 선수의 활약까지도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영상으로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도정질문을 통해 지역구에 실리를 가져올 수도 있고, 만약 도의원 이상의 꿈을 꾸고 있다면, 그만큼 자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자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혜진> <기자실 앞담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