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제주 하늘 나는 전기차…출퇴근·구조·관광 다 된다 ② 제주 한라산·우도 3년뒤엔 에어택시로 관광 ③ 비행금지구역해제·이착륙장 개설…에어택시 상용화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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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제주 추자도에서 긴급 문서를 싣고 72km를 날아온 소형 드론이 제주 구좌종합운동장에 무사히 착륙했다. 제주도 제공
지난 21일 제주 추자도에선 소형 무인드론이 힘차게 날아 올랐다. 드론에는 제주 본섬으로 긴급하게 옮겨야 할 문서가 실려 있었다.
목적지는 추자도와 거리상 72km나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종합운동장이었고 30여 분을 비행한 끝에 무사히 도착했다.
운동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긴급 화물 운송에 성공한 드론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가 연 현장 실증 행사에서 도심항공교통(UAM)의 실용화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이 탑승할 수 있고 육상과 수상 모두 착륙 가능한 개인용 항공기(PAV)도 선보였다. 구좌운동장 일대를 저고도 비행하며 하늘을 나는 택시가 제주에서 미래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기대케 했다.
드론이 화물을 운송하고 에어택시도 상용화되면 제주는 교통혼잡 해소와 응급체계 구축, 친환경 관광 실현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제주도 인구는 올해 8월 말 70만 명을 돌파했고 관광객은 지난 19일 10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상주 및 유동 인구의 가파른 증가세로 도심권 교통혼잡도는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제주에서 신호없는 도로는 평화로 29km가 유일하고 땅값 상승 등으로 도로 개설은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제주도에는 소방헬기가 1대 뿐이어서 응급환자 구조.구급에 한계가 있다. 추자도와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등의 부속섬이나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이송해야 하는데 헬기 부족으로 골든타임을 사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
여기에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1968년부터 이어지고 있고 우도와 비양도에서도 케이블카 갈등이 불거지는 등 관광이 핵심 산업인 제주는 어느 도정이 들어서든 난개발 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제주에서 도심항공교통(UAM), 에어택시가 상용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제주 본섬에서 부속섬까지 배가 유일한 교통편이자 화물 운송 수단이어서 바다에 풍랑특보가 내려지면 관광객과 주민들의 발이 묶이고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UAM이 일상 생활에 파고들면 빠르고 유용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고 부속섬 주민들이 재난피해를 당했을 때 긴급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또 여객선이나 자동차 접근이 어려운 부속섬이나 한라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UAM으로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어 골든타임 사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1인승 에어택시가 지난 21일 제주시 구좌읍 하늘을 저고도 비행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특히 UAM은 부속섬과 본섬을 오가는 교통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제주시와 서귀포시내 도심 혼잡을 해소하는데도 주요한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UAM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면 도로를 개설하거나 확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UAM은 친환경 관광수단이 될 수 있다.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이 벌어지는 건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을 파헤치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의 관광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UAM을 타고 한라산을 볼 수 있다면, 또 우도와 비양도 등을 오갈 수 있다면 케이블카를 설치할 필요없이 교통약자의 관광권과 이동권, 접근권이 보장되는 그야말로 우리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될 수 있다.
강상수 제주도의원(서귀포시 정방동.중앙동.천지동.서홍동, 국민의힘)은 "제주의 경우 케이블카 논쟁이 계속됐고 환경파괴 우려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에어택시 개념인 UAM은 케이블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역시 "한라산과 우도, 비양도를 둘러싼 케이블카 설치 논란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시내와 서귀포내에서 UAM을 타고 가면 한라산에 내려 백록담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1인승 에어택시. 제주도 제공
제주도는 미국 하와이 관광객의 7.8%가 헬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제주에 적용할 경우 1년에 117만명이 UAM 잠재 수요가 될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UAM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대규모 공항이 필요없고 더 이상 도로를 개설하지 않아도 돼 인프라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항공기보다 안전하고 헬기보다 100배 가량 정숙해 소음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 동력으로 날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도 일조할 수 있다.
강상수 제주도의원은 "항공기와 헬기는 활주로나 착륙장이 있어야 하지만 UAM은 '버티포트(VertiPort)'라는 수직 이착륙 시설만 있으면 돼 자연친화적인데다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오는 2025년 에어택시를 띄우기로 하고 UAM 추진에 적극적이다. 에어택시로 출퇴근을 하고 한라산과 추자도를 오가는 영화같은 일이 3년 뒤 제주에서 현실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