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 일상과 밀접한 생활상식과 관련해 갖고 왔네요? 전자레인지에 데워서는 안 되는 음식과 되는 음식을 정리해 주신다고요?
◆ 선정수 > 네 전자레인지에 관한 무수한 괴담들이 있습니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물을 화분에 부었더니 식물이 말라 죽었더라.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면 발암 물질이 나온다. 뭐 이런 부류의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미 다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이 된 내용들입니다. 전자레인지가 1947년 미국에서 처음 시판된 지 75년이 됐는데요. 아직 괴담이 횡행하고 있는 거죠. 2022년 9월 현재 계속되고 있는 전자레인지 괴담에 대해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조태임 > 네, 하나하나 짚어보죠. 오늘 팩트 체크할 얘기가 어디서 나온 거에요?
◆ 선정수 > 카카오톡 채널인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라는 콘텐츠 제작사에서 만든 내용입니다. 27일 이 업체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전자레인지에 다시 데우면 안되는 음식들!> 이라는 콘텐츠를 발행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서비스된 이 콘텐츠는 이틀 만에 1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었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6장의 카드뉴스로 만들어진 이 콘텐츠는 전자레인지에 데워서는 안 되는 음식들로 우유, 계란, 남은 치킨, 스팸과 베이컨, 익은 감자, 고추, 버섯, 식은 밥, 시금치와 셀러리, 브로콜리, 밤과 옥수수, 과일을 꼽았습니다.
◇조태임 >제가 매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음식들 같은데, 왜 이런 음식들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말라고 했는지 하나하나 짚어볼게요.
먼저 우유와 계란입니다. 요 카드뉴스에는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당과 지방을 제외한 영양소가 파괴됨"이라고 돼 있고, 해법으로는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따듯한 물에 중탕 해서 데우기"를 제시하는데요. 근거가 있나요?
◆ 선정수 > 해당 콘텐츠에는 근거와 관련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해당 업체에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회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출처가 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검색해봤는데요. 지난 6월 이 업체는 비슷한 콘텐츠를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했습니다. 이걸 재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기성 언론사의 기사에서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안 되는 음식을 알려주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근거는 없습니다.
◇조태임 >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군요.
◆ 선정수 > 네 주장을 하는 곳에서 왜 그런건지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습니다. 이 콘텐츠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 페이지에 편집됐고 이틀 동안 13만명이 넘게 봤는데요. 포털사이트도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고, 이 콘텐츠 제작사도 아무런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구요.
◇조태임 > 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보면 불안하단 말이죠. 위험하다고 하니까요. 우유와 계란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되는 걸까요?
◆ 선정수 > 우유부터 말씀드리면, 이 콘텐츠는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당과 지방을 제외한 영양소가 파괴된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의 작동원리를 생각해보면 이 말이 사실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발생시켜서 음식물 속의 물 분자를 진동 시켜 열을 발생하는 장치입니다. 물 분자가 진동하면서 열이 발생하고 그 열로 음식물을 데우죠.
일부 수용성 비타민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가열하는 과정에서 손실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꼭 전자레인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파괴되는 것은 아니죠. 모든 가열 과정에서 손실을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따뜻한 물에 중탕해서 데우라고 권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캡처◇조태임 > 전자레인지를 사용한다고, 우유의 특정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군요. 그럼 계란도 한 번 알아보죠.
◆ 선정수 > 계란에 대해서는 "터질 위험성이 있음"이라고 주장합니다. 삶은 계란이든 날 것이든 계란을 껍질 째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폭발합니다. 해법으로는 "껍질을 까고 잘 풀어서 그릇에 넣고 돌려야 함"이라고 합니다.
전자레인지는 말씀드린 대로 마이크로파로 물분자를 진동시켜 가열하는 원리인데요. 계란을 껍질 째 돌리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빠져나올 구멍이 없어서 압력이 높아지다가 결국 터지는 것이죠. 그래서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는 모든 것은 수증기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 주도록 권고하는 겁니다.
◇조태임 > 그럼 계란은 껍질 채로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데우면 터질 위험이 있다. 이건 사실이네요.
"남은 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단백질이 변성 돼 배가 아플 수 있다"고도 하는데요. 이건 어떤가요?남은 치킨 전자레인지에 매번 돌려 먹었는데요 겁나네요.
◆ 선정수 > 단백질 변성은 열, 화학물질, 산도 등에 따라 단백질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계란 흰자에 열을 가하면 투명한 액체였던 것이 투명하지 않은, 하얀색의 말랑말랑한 고체로 바뀌지요. 이런 것이 단백질 변성인데요.
전자레인지로 남은 치킨을 데웠을 때 단백질이 변성 된다는 이야기는 역시 근거가 없습니다. 이미 치킨은 가열 과정을 통해 변성이 된 거잖아요. 그리고 전자레인지로 데운 치킨을 먹으면 배가 아프다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아마 상온에서 오래 보관해 변질된 치킨을 데워 먹고 배가 아팠던 것 아닌가 합니다. "남은 치킨을 데울 때는 고온의 프라이팬에 다시 익혀 먹기"라고 안내하는데요.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이 업체가 만들어낸 콘텐츠 중에는 전자레인지로 치킨 만들어 먹기라는 게 있는데요. 전자레인지로 치킨을 가열해 조리 하는 건 괜찮고 데우는 것은 안 된다는 걸까요?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캡처 ◇조태임 > 스팸과 베이컨도 전자레인지 금지 품목에 올랐는데요. "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프라이팬에 조리하는 것이 제일 좋고, 또는 에어프라이어, 오븐에 굽기"라고 조언합니다. 이건 어떤가요?
◆ 선정수 > 이것도 낭설입니다. 가공육의 경우엔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조리법이 특정질환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스팸과 베이컨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고 해서 혈관질환을 더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프라이팬에 조리하는 것이 건강상 안전하다고 할 만한 근거도 없습니다.
◇조태임 > 익은 감자와 고추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안 되는 음식으로 꼽혔어요.
◆ 선정수 > 익은 감자와 관련해선 "박테리아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음. 요리한 다음에 냉장고에 바로 넣지 않았다면 데워 먹지 않는 것 추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음식물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식을 조리한 뒤에 뚜껑을 덮지 않은 채로 상온에 놓아두면 미생물이 증식하게 됩니다.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서 냉장고를 사용하는 것이고요. 딱히 감자라고 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박테리아가 생성되는지 의문입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고추에 대해서는 "전자레인지에 매운 연기가 가득 참. 고추 많이 들어간 음식을 데울 땐 용기에 넣어 뚜껑 살짝 닿고 조리"라고 알려주네요. 도대체 무슨 맥락으로 이런 정보를 생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자레인지로 고추에서 연기가 나도록 온도를 올리기 어렵습니다. 정상적으로 음식을 데우는 정도라면 음식에 들어간 고추에서 연기가 나지 않습니다. 뚜껑을 닫고 음식을 데우면 그릇 안에 수증기 압력이 높아져 뚜껑이 날아가면서 음식이 전자레인지 안쪽 곳곳으로 튀어나갑니다. 전자레인지로 무언가를 데울 때는 꼭 수증기가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태임 > 버섯과 식은 밥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말라고 하는데요. 버섯에 대해선 "맛이 달라지고 배 아플 수 있음"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도 "버섯은 재가열 하면 단백질 구성이 완전히 변함(프라이팬 포함)이라고 하는데 이건 사실인가요?
◆ 선정수 > 버섯 통조림이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요. 통조림은 고열로 익힌 다음 밀봉하는 것이죠. 그럼 이 통조림 버섯은 데우지 않고 차갑게 해서 먹어야 하는 걸까요? 이런 버섯 통조림은 중화요리를 비롯한 많은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식자재에요. 통조림 버섯을 사용한 요리를 먹으면 배가 아플까요? 재가열시 단백질 구성이 완전히 변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조태임 > 식은 밥은요? 저는 주로 밥을 데우는데 전자레인지를 많이 이용하는데요. 저 외에도 많은 분들이 냉장고에 밥을 보관했다가 데워 드실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식은 밥에 대해서는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있음", "조리한 밥을 바로 냉동보관 후 데워 먹는 것은 괜찮음"이라고 합니다. 익은 감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음식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밥을 상온에 오래 뒀을 때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고, 식중독균이 대량번식한 식은 밥을 데워 먹었을 때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 받아들일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식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웠을 때 박테리아가 증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조태임 > 시금치, 셀러리, 브로콜리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맞는 말인가요?
◆ 선정수 > 시금치와 셀러리에 대해선 "전자레인지 조리 시 발암성 물질 생성", "질산염이 많이 함유된 채소는 조리 후 차가워지면 재가열 금지"라고 적었습니다.
유럽에선 시금치를 재가열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습니다. 시금치를 재가열하면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바뀌고 이게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바뀐다는 내용인데요.
그런데 2016년까지 유럽식품정보기구가 지침을 유지하다가 홍콩의 한 대학생이 이의를 제기해서 지침이 바뀌었습니다. "적절한 냉각, 저장 및 재가열이 이뤄지면 시금치를 재가열해도 됩니다"라고 말이죠. 아질산염은 고온 및 산성환경에서 아미노산과 반응해 니트로사민을 만들어냅니다. 딱히 전자레인지 사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브로콜리는 "영양소의 97%가 손실됨", "브로콜리는 깨끗하게 세척 후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음"이라고 적었습니다. 브로콜리 데칠 때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레인지 사용이 브로콜리 영양소를 파괴한다는 내용도 근거가 없습니다.
◇조태임 >잘못 알려진 게 너무 많네요. 밤, 옥수수, 과일도 전자레인지 데우기 금지 품목이에요?
◆ 선정수 > 밤과 옥수수에 대해선 "생으로 조리하면 폭발하듯 터짐", "반드시 끝부분을 살짝 잘라서 끓는 물에 10분 담갔다가 돌리기"라고 적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폭발합니다. 수증기 배출구를 만들기 위해서 끝 부분을 잘라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왜 끓는 물에 10분 담갔다가 돌리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삶거나 찐 옥수수라면 끓는 물에 10분 담가 놓으면 뜨겁게 데워질 테고요. 날 것을 삶거나 찌려면 그냥 끓는 물에 넣고 조리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과일에 대해선 "수분이 팽창하면서 터질 수 있음"이라고 하네요. "얼어 있는 과일은 전자레인지에 절대 돌리지 말고 상온에 해동"이라고 합니다. 껍질이 두꺼운 과일은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밤, 계란과 마찬가지로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터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왜 과일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워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냉동 과일은 절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안 된다는 말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수많은 냉동과일 판매자들은 전자레인지의 '해동' 메뉴를 이용해 적절히 해동시키면 된다고 권고합니다.
◇ 조태임 > 거의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근거 없는 이야기를 유통 시키는 걸까요?
◆ 선정수 >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는 페이스북으로 출발한 콘텐츠 회사입니다. 자취생에게 유용한 생활정보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콘텐츠는 조회수가 수 십 만을 넘어설 정도로 파급력이 큽니다. 이미 유사 언론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죠. 콘텐츠를 보러 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취와 관련된 여러가지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으로 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만명이 보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가져야합니다. 특히 건강, 의학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정보일수록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조태임 > 이렇게 뉴스 형태의 광고나 정보를 보면 이게 '사실이다, 아니다' 판단 잘 안 하거든요. 그냥 믿고 보는데, 만드는 분들 입장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과도한 불안만 만들 수 있잖아요. 지금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 선정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