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0.75.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입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를 말하는 건데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이 수치가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저희 취재기자가 인구감소지역들을 직접 가보고 주민들을 만나보고 왔는데요. 사회부 이은지 기자 모시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저출생 통계가 이렇게 된 지가 꽤 되다 보니까, 이제 익숙해졌다고나 할까요. 사실 피부에 잘 와닿지가 않는데 문제가 심각한 곳들 위주로 좀 다녀오신 거죠?
[기자]
네, 먼저 경북 의성을 방문했는데요. 정부가 지역마다 평가하는 소멸위험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스무 살에서 서른아홉 살 여성 수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데, 이게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가 되거든요. 의성군은 올 7월 기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0.11을 기록했습니다. 또 전남에서는 신안과 보성, 수도권은 경기 가평과 연천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앵커]
현장에 가보시니까 좀 어떠셨어요?
[기자]
사실 저도 어려서부터 서울에서만 살다 보니까 인구 문제를 그리 체감하지는 못했는데요. 지방을 쭉 살펴보면서 여러모로 '위기는 위기구나' 느꼈습니다. 주민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더 이상 아이 우는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또 '외국에서 시집·장가 오는 사람들 말고는 젊은 사람을 보기 힘들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경남 의성 안계면에서 만난 60대 최모씨의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 전통시장 인근 길거리.[주민 최모씨]
"젊은 사람, 배 부른 사람들(임신부)을 우리는 '사장님'이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오늘 사장님이 많네' 이렇게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외국인들, 정말 어쩌다가 시집오는 사람들 이외에는… ."
[앵커]
그러니까 이런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속도가 더 빠르니까 '지방 소멸' 얘기까지 나오는데 정말 그 정도였습니까?
[기자]
네, 가장 상징적인 현상으로는 '폐교'를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전남 신안은 2000년 이후 문을 닫은 학교가 모두 41곳이었습니다. 신안은 1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학생들이 줄면서 각 섬의 분교들도 폐교를 하게 된 거죠.
압해초등학교 쌍룡분교와 안좌초등학교 자라분교가 대표적입니다. 1930년대 개교한 쌍룡분교는 6천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2010년 문을 닫았고요. 자라분교도 지난해 '64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쌍룡분교를 졸업하고 지금도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 강미라씨입니다.
[주민 강미라씨]
"'올 것이 왔구나' 그런 거죠. 왜냐하면 옆에서 계속 잠식되는 게 보이잖아요. 여기도 어르신들 나이 드시는 거 보고 그러면,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기본적으로 일단 주민들이 생계를 해결해야 되는 그런 인프라가 너무 약하다 보니까… ."
[앵커]
이게 큰 도시가 아니라 군(郡) 단위인데 20년 간 마흔 한 곳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는 건 정말 큰 숫자로 보이거든요. 인구감소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또 다른 게 뭐가 있을까요?
[기자]
전반적인 생활 인프라가 쪼그라드는 문제를 들 수 있는데요. 시내로 나가는 교통 편이 눈에 띄게 줄어든 사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연로하셔서 자가용으로 운전이 직접 어려운 고령층은 이동 불편이 더 큰 상황입니다.
의성군 안계면에 거주하는 주민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주민]
"(예전엔) 대구에서 여기 오는 차가, 버스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오후) 6시, 대구에서 막차가 6시, 전엔 (밤) 9시 50분까지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5시 몇 분에 막차에요."
[앵커]
5시가 막차라는 건 수도권 주민들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 같은데, 이렇게 이용자가 줄면 다른 시설도 또 문을 닫고, 그러면 사람들은 계속 떠나고…이게 악순환이 될 거 같아요.
경북 의성군 안계면 놀이터에 어린이 대신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기자]
그렇습니다. 인구가 적고 고령화된 지역들의 공통점은 병원, 특히 아이를 낳을 산부인과가 없다는 점인데요. 이같은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그곳에 정착한 청년들조차도 애로사항으로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의성군에서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30대 여성, 이서연씨입니다.
[이서연씨]
"의성에서 사귄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10명 중에 9명, 10명은 자기가 안동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대요. 그러니까 이 의성에는 그 전부터 산부인과가 없었나 봐요."
또 기저질환이 많으신 어르신들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으려면 차로 1시간 이상은 나가야 하는 일이 흔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인구밀도가 높아서 문제라고 알고 계시는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여름에 많이 놀러들 가시는 가평이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습니다. 청년들이 살다가도 아이가 생기면, 병원과 학교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으로 빠진다는 얘기가 들렸습니다.
[앵커]
경기도 안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는 거군요. 또 그래서 지자체들이 나름대로 인구 유입을 위해서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실제로 성과가 좀 있나요?
[기자]
네, 전남을 예로 들면 지역 특화사업을 청년 취업·창업과 연계한 '살아보기' (특화형) 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보성에서는 지난 2년간 52명이 참여했고, 이 중 가족을 포함해 44명이 보성군으로 전입했습니다. 신안군은 앞서 말씀드린 폐교 2곳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섬살이 교육전문센터 '로빈슨크루소 대학' 등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앵커]
그런데 딱 와닿는 정책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효과가 있는지… . 이런 정도만으로 극복이 가능한가요?
[기자]
그렇죠. 일단 기본적으로 주거 문제가 있습니다. 청년들 중에는 막상 정착을 맘먹어도 빈집이 별로 없고, 공공임대주택도 부족하다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방문한 지역들에서도 지자체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토로가 많았는데요.
공공기관 이전이나 기업 유치, 교통망 확충 등 많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과감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