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큰 폭으로 내리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를 비롯해 각종 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이 부각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11일에도 크게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20원 넘게 '점프'했고, 코스피 지수는 2200선이 재붕괴 됐으며 코스닥 지수는 4% 이상 폭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8원 상승해 14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40원 오른 2020년 3월19일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상 실업률이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재차 부각, 강(强)달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이런 기류를 강화시키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연방 기금 금리가 내년 초에는 4.5%를 약간 웃돌 것"이라며 금리인상 기조 유지를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시간으로 오는 13일 발표되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월가 예상도 나와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심리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전치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인 만큼, 발표를 앞둔 경계심 속 달러화 강세를 부추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런 글로벌 긴축 긴장에 더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러시아가 무차별 공격을 가하며 전쟁 양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달러 강세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7개월 연속 무역적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연간으로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날 번졌다.
복합 악재 속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77포인트(1.83%) 하락한 2192.07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달 30일 이후 5거래일 만에 재차 2200선이 붕괴된 것이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77억 원, 1991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기관이 3103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2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통상 수준의 2배인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빅스텝' 전망이 확산한 점도 투자심리 위축 배경이 됐다. 코스닥 지수는 4% 이상 하락하며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다. 해당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99포인트(4.15%)나 급락한 669.50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3분기(9월 말 기준)까지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은 2575조 원에서 1942조 원으로 633조 원 감소했다. 최근 9개월 사이 시총 규모가 4분의 1 가량 증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