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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빅스텝' 단행 임박…기준금리 3% 시대 오나

경제정책

    한은 '빅스텝' 단행 임박…기준금리 3% 시대 오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美와 금리차 좁히려면 빅스텝 해야
    원달러 환율 '비상'…치솟는 물가도 챙겨야
    원유 생산량 줄어 들면 물가 상승과 연결…한은의 고심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사진공동취재단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 상황에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단행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후 여러가지 상황을 점검하며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2일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단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 때문이다. 미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세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고 이에 따라 한미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당시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상단 기준 4.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현재 3~3.25%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1.2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남은 11월과 12월 두 차례 FOMC에서 최소 한번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은 기준금리는 현재 2.5%다. 남은 두 차례(10월, 11월)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만 밟게 되면 연말 금리 상단이 3%에 불과해 금리차는 1.5%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미국의 긴축 기조에 따라 달러 초강세 현상을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큰 부담이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30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30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연준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한 직후인 지난달 22일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20일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400원선을 돌파했다. 금통위 전날인 11일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또다시 돌파하기도 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 등이 오르며 물가 상승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

    또다른 이유는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근원물가(식료품, 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9월 4.1%를 기록해 7월(3.9%)과 8월(4.0%)에 이어 오름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은 역시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내 물가는 개인서비스물가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배럴 줄이기로 하면서 유가가 오르는 것 역시 한은의 고민거리다.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 가격을 올려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와 관련,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상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9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면서 "한은도 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빅스텝을 전망했다. 아울러 "더구나 지금 원·달러 환율도 높은 만큼, 환율을 고려해서라도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 지난 8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하면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진 것이 빅스텝 결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히는 까닭이다.

    하지만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원화 약세 현상이 심화될 수 있고, 결국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상수지 때문에 부담이 될 수는 있어도 다른 심각한 상황들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기 때문에 빅스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0.5%포인트 인상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협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0일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가운데 89%는 0.5%포인트 인상을, 6%는 0.75%포인트 인상을, 5%는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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