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농사지은 쌀을 헐값에 수매하거나 폐기처분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관광객들이 이렇게 좋아해주시니 모처럼 보람을 느낍니다."
19일 오전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린 이천농업테마공원 입구 인근 직거래장터.
이천쌀을 사려는 관광객들이 각 판매장마다 수십 명씩 몰려 있었다. 택배 접수창고에는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판매된 쌀의 가격은 10kg 기준 3만8천원~4만원 수준으로, 일반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20% 가량 저렴했다. 이천시가 농민들을 위해 관광객 1인당 최대 2만원을 지원한 덕분이었다.
직거래 장터에 나온 농민들은 직접 농사지은 쌀이 불티나게 팔리는 모습을 보고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천시 대월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임모(51)씨는 "행사장에서 쌀을 판매해도 큰돈이 남는 건 아니지만, 이천쌀의 우수성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올해 정부와 국회가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장 격리,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이런 행사가 농민들에게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관광객 조모(35·여)씨는 "마트에서 파는 이천쌀은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오늘 싼 가격에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집에서 맛을 보고 가족들이 만족한다면 추후에도 이천쌀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2천명분 밥 짓기, 600m 가래떡 뽑기…다양한 행사도
자원봉사자들이 초대형 가마솥에서 2천인분의 쌀을 짓고 있다. 박철웅 PD오전 11시가 되자 관광객들은 쌀문화축제의 메인이벤트 중 하나인 '2천명 2천원 가마솥밥'를 즐기기 위해 하나둘씩 가마솥 언덕으로 모였다.
'2천명 2천원 가마솥밥'은 초대형 가마솥에 2천명분의 쌀밥을 지어 2천원을 내고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행사다.
카운트다운에 맞춰 가마솥 뚜껑이 열리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관광객들은 군침을 삼키며 탄성을 내뱉었다.
이어 김경희 이천시장, 송석준 국회의원, 김하식 시의장은 미리 준비된 위생 삽으로 갓 지은 쌀을 퍼 손수 관광객들에게 대접했다.
1시간가량 이 시간만을 기다렸던 관광객들은 하얀 쌀밥에 김치, 고추장, 참기름을 넣어 허기진 배를 채웠다.
행사에 참여한 김모(32)씨는 "밥에 많은 재료를 넣은 것도 아닌데, 특별하게 지은 밥이라서 그런지 집에서 먹는 비빔밥보다 훨씬 맛있다"며 "오늘은 친하게 지내는 아파트 주민들과 왔는데, 주말에 다시 와 가족들과 함께 이 맛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600m 길이의 무지개 가래떡. 박철웅 PD이어 '2천명 2천원 가마솥밥'과 함께 이천쌀문화축제를 대표하는 '무지개 가래떡' 행사가 열렸다.
600m 길이의 무지개 가래떡을 나눠 먹는 '무지개 가래떡' 행사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김 시장, 송 의원, 김 의장이 도우미로 참여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 관광객들과 함께 "1, 2, 3 영차"를 외치며 기계에서 갓 나온 가래떡은 테이블로 옮겼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나자 백년초, 호박, 흑미, 쑥 등으로 색을 낸 무지개 가래떡이 600m 길이의 테이블을 모두 채웠고, 관광객들은 사이좋게 떡을 나눠 먹었다.
이밖에 농경 사진 전시와 우물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연못', 어린이 인형극과 쌀문화관을 관람하는 '동화마당', 맛깔스러운 음식과 막걸리 등을 먹을 수 있는 '먹거리마당' 등도 함께 열렸다.
김 시장은 "맛있는 이천쌀으로 다양한 테마와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며 "주말에도 열심히 준비한 행사가 열리니 많은 분들이 이천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천쌀문화축제를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천시를 대표하는 전통 농경문화축제인 '제21회 이천쌀문화축제'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간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열린다.
소고리 야구장과 민주화기념공원, 축협 가축시장과 모가 체육공원, 테르메덴 등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도보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은 상시 셔틀버스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