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남궁훈, 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성남=황진환 기자데이터센터 화재로 사상 초유의 서비스 장애를 겪은 카카오와 SK㈜ C&C의 최고경영진이 일제히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화재 대응과 피해 보상 등을 두고 양사의 입장차가 뚜렷한 가운데 '소통'의 플랫폼이 '먹통'을 빚은 데 대한 '호통'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은 오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이용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 원칙 등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의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만큼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의장은 지난 3월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등을 이유로 카카오 사내이사직을 반납하고, 이사회 의장에서도 물러났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가 불거진 뒤 일각에서 김 전 의장의 복귀설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 과방위는 대신 홍 대표를 상대로 이번 서비스 장애의 원인과 복구가 늦어진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과 DR(재난 복구) 훈련 등을 소홀히 해 이번 먹통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독 대표이자 전사 차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태 해결을 책임지고 있는 홍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카카오톡 트래픽이 몰리는 연말에 모의 훈련을 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대비한 훈련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해 서비스 정상화가 지연된 경위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나서야 모든 복구를 마쳤다. 반면 네이버는 이틀 만에 주요 서비스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과방위는 이를 따져 묻기 위해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불이 난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뿐 아니라 SK그룹 계열사 다수와 네이버, IBM 등이 서버를 두고 있는데, 화재 이후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건 카카오가 유일했다.
과방위는 아울러 판교 데이터센터 관리 책임을 묻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성하 SK C&C 대표도 증인으로 소환한다. 과방위는 카카오 먹통으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카카오를 비롯해 주요 관계사의 경영진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SK㈜ C&C가 공개한 판교 데이터센터 담당자의 통화내역. SK㈜ C&C 제공카카오 서비스 장애의 원인이 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경위와 초기 대응을 두고 카카오와 SK C&C 측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이날 국감에서도 양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설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향후 불거질 법적 다툼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 C&C는 화재 발생을 늑장 통보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지난 21일 4분 만에 화재 사실을 고객사에 알리고 16분 뒤에는 카카오 측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주장하며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특히 주요 통화내용은 전화 앱의 자동녹음 기능에 따라 파일이 남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도 24일 종합국감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다. 카카오톡 먹통으로 로그인 오류를 빚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