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년간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다방면으로 진행돼 왔는데, 그제죠. 수요일에 김용 부원장 체포와 함께 불법 정치자금, 나아가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이 처음으로 특정됐죠.
흐름이 본격적으로 '이재명 수사'로 바뀌었고, 이재명 대표가 오늘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정치부 윤지나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오늘이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 되고 나서 첫 기자회견이었다면서요.
[윤지나 기자]
이재명 대표가 원래 첫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정도 12월쯤 치적도 내세우면서 멋있게 하려고 했는데요. 오늘 우울한 내용으로 본의 아니게 더 빨리 하게 됐습니다. 김용 부원장의 체포로 수사 국면이 바뀌었고, 오늘은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최종 종착점이 이재명 대표라는 것 확실한 상황이니까 이재명 대표가 나서긴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어제까지는 당 차원에서 정치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단계였고요.
[앵커]
오늘 아침 11시 기자회견을 했어요. 대장동 사건, 특검을 하자 제안했는데. 일단 내용 들어볼까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통령과 여당에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십시오. 특검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총망라해야 합니다. 대장동 개발과 화천대유에 대한 실체규명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비리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줬던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문제점과 의혹, 그리고 그와 관련된 허위사실공표 의혹에 대해서 조사해야 합니다. 대통령 부친의 집을 김만배의 누나가 구입한 경위 같은 화천대유의 자금흐름 진술이 갑자기 변경되는 과정에 제기된 조작 수사, 허위진술 의혹도 밝혀야 합니다. 모든 의혹들을 남김없이 털어낼 좋은 기회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떳떳하다면 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앵커]
기자회견 내용의 핵심을 보자면. 첫 번째,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대장동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지 않냐, 그부분도 함께 특검을 받자. 두 번째, 이거 다 조작이고 탄압이다. 김용 부원장은 결백하다.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정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 이런 거죠. 대장동 특혜 개발의혹에 대해 윤석열 검찰이 조작까지 감행하고 있다, 사건의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특검 범위도 윤석열 대통령까지 넓힌 것이 눈에 띌 수밖에 없죠. 민주당이 대장동 사건의 시작점으로 지목하고 있는 게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담당한 부산저축은행 사건인데요.
[앵커]
박영수 전 특검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할 때 이 대장동 사업자들의 대출 건도 적발됐는데 봐줬다. 이런 의혹인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또 윤 대통령 부친의 집을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 김만배씨 누나가 구입하게 된 경위까지 다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앵커]
곽상도 전 의원 등 포함된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대선 때 다 나왔던 얘기들인데 결국 특검 안됐잖아요. 서로 협상 과정에서 상대가 안하려고 한다 주장하다 유야무야 됐었는데. 또 나왔어요 특검 얘기가. 이 카드를 꺼낸 이재명 대표의 의도는 뭘까요. 정면돌파하겠다? 일단은 이정도만 읽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면돌파. 체포영장은 법원에서 발부합니다. 민주당 주장처럼 대통령 손아귀에 있는 검찰이 다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체포영장에 김용 부원장이 정치자금, 대선자금을 받았다 이런 내용이 있다는 거잖아요. 김 부원장은 민주당 경선 즈음인 지난해 4~8월까지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네 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등과 공모했고요.
거주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압색영장은 잘 안나와요. 주거 안정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영장이 나왔으면 뭔가 있다는 얘기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죠. 거주지 압색영장이 나올 정도면 사무실 압색은 기본으로 나오는 거고요.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김용 부원장은 이재명 스스로 인정한 측근 중 측근입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냐 마냐 논란이 있을 때 이 대표가 했던 얘기 기억하시죠. "측근이라고 하면 적어도 김용이나 정진상 정도 돼야 한다." 그런 인사에 대한 검찰의 압색은 이 대표 턱밑까지 칼이 왔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앵커]
검찰에서도 김용 부원장의 혐의에 대해 물증을 가지고 있단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이 대표 입장에선 특검이라는 센 카드 필요하긴 했겠네요. 오늘 기자회견도 일종의 역공 카드라 그런 걸까요. 이재명 대표가 본인이 미는 특검 얘기 말고, 불법 정치자금 혐의 관련 질문은 다 거부하더라고요.
[기자]
네. 특검 질문만 하라고 하고 다른 질문들은 잘랐어요. 또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자기들끼리 했던 녹취록에 '이재명이 우리 사이의 거래를 알면 안 된다. 다 짤린다. 큰일 난다. 우리끼리의 이런 관계는 죽을 때까지 비밀이다' 녹취록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걸 일일이 설명하는 등 결백을 주장하는 데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앵커]
이 대표가 왜 특검 주장을 하는지는 알겠고요. 근데 특검이 지난번에도 안됐는데 지금은 가능한 얘기이긴 한가요?
[기자]
쉽지 않습니다. 일단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잖아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사 흐름을 놓치고 다른 트랙을 도입할 이유가 없죠. 11시에 이 대표가 기자회견 했잖아요. 11시 반에 바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을 하자는 주장을 바로 거부했습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
의도적인 시간 끌기, 물타기, 수사 지연에 다름이 아닙니다. 지난 대선 TV토론회에서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해서 국민들이 도대체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또 다시 윤석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 것은 자신의 최대치적이라고 했던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빼놓고 물타기, 물귀신 작전, 논점 흐리기에 다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앵커]
시간끌기다 물타기다 이러면서 결국 안된다는 거네요. 그런데 아까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과 여당이 특검을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당당하면 임하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만약 거부할 경우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 하겠다"고 밝혔잖아요. 다수당이니까 통과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일단 민주당은 국힘이 특검을 받도록 여론전 펴는 데 주력하긴 할 것이고 특검법을 밀어붙이기는 할겁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서 특검법을 패스트트랙 태운다고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법사위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법사위 통과를 위한 캐스팅보트 쥐고 있는데요, 조 의원은 김건희 특검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의원입니다. 게다가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고요. 막겠죠 당연히.
국회의장 직권상정 방법도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김진표 의장이 민주당 소속이니까 민주당 편 들어줄까요? 의장 입장에서 이런 첨예한 사항을 직권상정 하기 어려울 겁니다. 지금 특검은 한 쪽 편을 세게 들어줘야 하는 거잖아요. 의장이 국가서열 2위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는 자린데, 정치적 리스크가 크고 엄청난 양의 피를 자기 손에 묻히는 결정 할 수 있을까요.
혹여 국회까지는 통과했다고 쳐볼게요. 그런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끝입니다. 대장동 특검이라고 이름 붙여놓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하자는 이 대표의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일까요?
[앵커]
실제 특검법 통과되기까지 벽이 상당하네요. 민주당은 그럼 진짜 맞대응 카드랄 게 없는 건가요? 표면적인 역공, 정면돌파 이 정도 의미 말고는 특검 카드는 실효성이 없다는 거잖아요?
[기자]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민주당은 역풍 가능성도 고려하면서 얼마나 특검법을 밀어붙일지 주판알을 계속 튕겨볼 거예요.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역대 특검법의 경우 민도, 민심 추이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용 부원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 검찰 수사 진행 여부, 시기적으로 특검 주장할 만한 시점이 또 남아 있기도 해요. 여론전에 기대면서 '국민의힘이 특검법 거부한다', '진실을 제대로 가리자는데 왜 이래', 이런 프레임으로 일단 갈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때 보던 지루한 장면을 또 보게 생겼습니다.
[앵커]
또 하나 궁금한 것이..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고 이 정국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있을 것 같거든요. 변수가 비단 여야 관계나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당내에도 있는 것 아닌가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연합뉴스[기자]
네. 민주당 설훈 의원, 우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태를 저는 예견하고 있었다" 라고 했죠. 공식적으로 벌써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니 비공식 분위기는 짐작하실 수 있겠죠.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제 당사 압색 때부터 변호사 입회 하에 할 거만 해라, 이렇게 떳떳하게 갔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무력시위냐. 이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의힘도 이런 민주당 균열을 놓치지 않을 것 같아요. 당장 오늘 보니까 친명 vs 반명 민주당 갈라치기에 나선 것 같더라고요.
[기자]
네 발언 몇 개 소개하자면요.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연환계를 풀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재명이라는 자연인과 함께 침몰할 것이다. 이 대표는 '내 사법 리스크는 내가 안고 가겠다. 의원들은 예산국회에 집중해 달라'고 선언해 달라고 했고요.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에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면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뭉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왜 당 전체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문제가 더욱 표면화될 것" 이렇게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습니다.
요는 간단해요. 민주당이 이재명을 버려야 한다. 이재명은 대표직을 사퇴하라. 이런 겁니다.
[앵커]
여야의 협치, 소통 이런 건 바랄 수도 없는 상황. 점점 더 정국이 얼어붙겠네요.
[기자]
당장 오늘도 검찰 압수수색 다시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주당 당사 앞에 취재진들 모여있어요. 오후 3시다, 5시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기 중이고요. 검찰이 당사로 와서 진입하려 할 경우 민주당 반발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정국경색은 여러 이슈로 되풀이된 얘기긴 한데, 이번에는 아예 당 대표를 상대로 한 수사가 본격화된 거잖아요. 결사항전 대 총공세로 역대 최고치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부터 안되겠고요, 연말엔 예산도 해야 하는데 법정 시한을 지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들 고개를 흔들고 있습니다. 스토킹방지법처럼 여야 합의가 이미 돼 있는 법안들조차 미래가 어두운 상황입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다음주 화요일에 국회 시정연설을 한다고 하는데요.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보이콧 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자]
피켓시위를 안하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