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자 살던 탈북민이 수 개월 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되면서 정부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위기가구나 탈북민 가정을 관리하는 현장 지자체 공무원들은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며 제도적인 뒷받침이 먼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한 임대 아파트에서 40대 탈북 여성 A씨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이 겨울옷을 입은 채 발견된 점을 바탕으로 경찰은 이 여성이 지난 겨울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범죄 혐의점과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02년 탈북한 A씨는 일반복지체계에 따라 2022년 지자체 조사 대상에 포함돼 해당 지역 자치구 복지공무원의 관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A씨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다른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전문 상담사로 일하며 한 때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민"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보니 주변에서도 특별한 징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법원에서 보내온 등기우편물이나 각종 고지서가 쌓였지만 납부하지 않아 수도와 전기가 끊겨 동 주민센터 복지공무원이 여러차례 방문했지만 A씨를 만날 수 없었다.
한 임대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탈북 입주민의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거나 개인적인 일로 중국에 장기간 자주 방문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관리비 납부가 여러 달 연체되서 확인해보면 중국에 장기간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국내 연고가 거의 없는 탈북민의 경우 신변을 확인하는 사람이 드물고 주변 이웃의 관심이 없으면 신고도 어려워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위기가구에 대한 확인을 위해 현장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화연락을 하거나 집에 방문해 메모지를 붙이고 오는 일 뿐이다.
연합뉴스지난 2019년 여름에도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탈북자 여성 B씨와 6살 아들 C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도검침원이 한씨의 집이 요금 미납으로 단수 조처됐음에도 소식이 없자 방문했다가 악취가 나는 것을 확인해 아파트 관리인에 알렸다. 아파트 관리인이 강제로 창문을 열고 들어가 숨져 있는 모자를 발견했다. 한씨는 10년 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아사로 추정했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위기징후가 있어 담당 공무원이 찾아가도 본인 확인이 안 되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징후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문을 강제 개방해야 하는데 경찰이나 소방관의 동행이 필수적이다.
김 실장은 "경찰에 신고가 있거나 위기가구 또는 위기징후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강제 개방했다가 거주자가 멀쩡하게 나와 항의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현장 공무원들이 물리적 수단을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현장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동 주민센터에 손을 내밀면 맞춤 복지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면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소득이 없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해당지역 자치구나 동 주민센터를 찾으면 긴급생계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
김상한 실장은 "직원들에게 위기가구 발굴과 지원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거주지역 동 주민센터·관계기관과 주민간 접촉점이 없으면 위기징후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며 "최소한의 위기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