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금융당국이 자금 시장 경색 현상를 잠재우기 위해 26일부터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에 3조 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산업은행도 오는 27일부터 2조 원 규모의 증권사 CP(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를 열어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발표한 자금시장 안정 조치의 구체 집행 방안을 설명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증권금융은 이날부터 자금 경색 상황에 특히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유동성 지원을 시작했다. 전체 지원 규모는 3조 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3천억 원 이상이 즉시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와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증권 담보대출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특히 RP 거래 시 담보 대상 증권을 기존 국공채나 통안채, 은행채뿐만 아니라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또 증권 담보 대출 시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증권 범위에도 우량 회사채(AA 이상)와 우량 CP(A1 이상), 예금형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중금채를 추가했다.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이 보다 원활하게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아울러 "현재 25조 원 내외로 공급 중인 기존 RP, 증권담보대출, 일일 할인어음 매입도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금융투자회사들의 원활한 단기자금 확보를 뒷받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감원, 금융협회,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와 함께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이와 별개로 산업은행도 10조 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가운데 일단 2조 원을 27일부터 증권사 CP매입에 투입하기로 했다. 투입일부터 신청을 받아 우선순위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순차지원이 이뤄지며, 금융사 대상 CP 매입은 예외적인 만큼 증권사 자구노력 확약서 등을 받기로 했다.
증권 업계도 이번 간담회에서 담보가 우량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나 정상 CP는 최대한 시장 내에서 흡수함으로써 단기자금 시장 기능을 조속히 복원하고, 시장 심리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향후 자율적으로 모색해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한국증권금융, 산업은행을 통한 자금지원 상황과 증권사의 유동성 동향을 매일 점검할 것"이라며 "필요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지원 규모 확대 및 지원 방식 다양화를 적극 추진해 단기자금 시장 안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와 9개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 24일에 이어 이날도 머리를 맞대고 현 상황 타개책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사 주도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 경색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의 내용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맥락에서 대형사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최대 1조 원 규모의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구체 지원방식과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