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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고·끼이고…SPC 이후 산재사망 하루 한 명꼴, 중대법 사각지대?

사건/사고

    떨어지고·끼이고…SPC 이후 산재사망 하루 한 명꼴, 중대법 사각지대?

    편집자 주

    지난 15일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뒤 'SPC 불매 운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연이어 SPC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는 등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사고는 여전히 빈번한 현실입니다. SPC 사망 사고와 유사한 재해 사망의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짚어봅니다.

    SPC 사고 이후 13일간 산재 사망사고 13건, 15명 사망
    올해 중대재해 443건 발생…사망자 446명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는 2건뿐
    경영진 책임 입증 어려운 점도

    ▶ 글 싣는 순서
    ①[르포]지금 대학가는…尹보다 SPC에 분노 "미래 우리일 될 수 있어"
    ②"고춧가루 풀다가"…SPC 사고 판박이 배합기 '끼임 사망' 올해 4건 이상
    ③떨어지고·끼이고…SPC 이후 산재사망 하루 한 명꼴, 중대법 사각지대?
    (끝)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미끄러져 내려오는 레미콘에 끼여 사망' '지붕 선라이트가 파손되며 떨어져 사망' '크레인 훅에서 떨어진 달기구에 맞아 사망' '지붕에서 방수 작업 중 떨어져 사망' '지게차 작업 중 우측 뒷바퀴에 끼여 사망'

    지난 15일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이후에도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하루에 한 번꼴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됐지만 전문가들은 산재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실제로 기소까지 이뤄진 사례가 많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각지대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27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 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부터 13일 동안 산재 사망사고는 총 13건 발생했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15명이다.

    지난 24일 오전 9시 10분쯤에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월드컵대교 인근 가설교량 현장의 작업용 부유시설(푼톤)에서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던 삼성물산 하청 근로자 A(55)씨가 변을 당했다. 작업을 진행하던 중 푼톤이 전복되면서 A씨와 동료 직원 1명이 함께 물에 빠진 것이다. 동료 직원은 탈출에 성공했지만,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고 결국 사망했다.

    근로자 추락사고가 발생한 안성시 공사현장. 연합뉴스근로자 추락사고가 발생한 안성시 공사현장. 연합뉴스
    21일에는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도 일어났다. 사건 당일 오후 1시쯤 공사 현장의 4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는데, 거푸집이 3층으로 내려앉으면서 노동자 5명이 약 10m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노동현장 일선에서는 여전히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 27일부터 9월 30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43건으로 사망자는 446명이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한다. 중대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본다.

    기업에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책임을 더욱 무겁게 지우기 위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혐의로 기소된 경우가 단 2건에 지나지 않아 법 효용을 느끼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의 경우 안전장치 등이 미설치됐을 때, 기업의 구조적 잘못이 있는지를 찾아서 기소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소 건수가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평택 SPL 빵 공장 사고에서도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쟁이 오가는 상황이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사업장의 안전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지우는데, 사업주도 아니고 경영책임자도 아닌 허 회장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서 채석장 토사 붕괴사고로 중대재해 1호 기업이 됐던 삼표산업 사례에서도 노동부는 대표이사 등은 중대재해법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정도원 회장은 입건도 되지 않았다.

    반면 허 회장에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SPL은 외부 주주 없이 파리크라상이 100% 지분을 가졌는데, 파리크라상은 허 회장이 최대주주로 가족들이 100% 지분을 가진 가족회사다. 이러한 지배구조로 봤을 때 허 회장이 SPL에 대한 절대적인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논리다.

    파리바게뜨 공동행동 상임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 사고가 400건 이상 발생했는데 지금까지 경영 책임자가 구속된 경우가 없는 것을 보면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 정도 확률이면 실제로 (경영 책임자) 본인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적용이 안 되는 법은 무섭지 않다. 굳이 돈을 들여서 (안전장치 마련 등) 골치 아픈 것을 하고 싶겠나"며 "SPC 사건에서라도 허 회장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에서야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재 발생률이 높다는 점 역시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한 전체 중대재해의 65%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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