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 SS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자 추신수가 눈시울을 붉히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세계 야구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 리그(MLB)를 주름잡다 한국으로 건너온 스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KBO 리그에서 무관의 한을 풀려고 했던 두 호타준족의 사나이는 모두 울었지만 그 눈물의 의미는 크게 달랐다.
SSG는 8일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4 대 3 역전승을 거뒀다. 4승 2패로 시리즈를 제패했다.
누구보다 이번 우승이 감격적으로 다가온 선수가 있다. SSG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40)다. MLB에서 16년을 뛰며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218개)과 타점(782개)을 보유할 만큼 빼어난 기량을 뽐냈지만 우승 트로피가 없어 아쉬움이 컸다.
그런 추신수는 SSG 창단과 함께 전격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MLB 1652경기 통산 타율 2할7푼5리 1671안타 961득점 157도루의 추신수는 2009년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로 한 시즌 3할-20홈런-20도루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아시아 출신 타자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KBO 리그에서도 지난해 21홈런 출루율 4할9리로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SSG는 지난해 6위에 그쳐 가을 야구가 무산됐다. 추신수도 MLB 시절 2013년 신시내티(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015~16년 텍사스(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포스트 시즌을 치른 이후 가을에서 5년 연속 소외됐다.
추신수는 그러나 KBO 리그 2년 만에 한을 풀었다. SSG가 정규 시즌 우승에 이어 KS까지 제패하면서 마침내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추신수는 이번 KS에서 왼 옆구리 미세 골절에도 6경기 타율 3할2푼(25타수 8안타)에 6득점, 출루율 4할1푼4리의 성적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추신수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KS 최우수 선수(MVP)인 김강민과 부둥켜 안고 울었다. 경기 후 김강민은 "친구인 추신수에게 우승을 안기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면서 "추신수가 '자꾸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던데 죽으면 안 된다고 했고, 내년에도 같이 하자'는 말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MLB 시절부터 18년 만에 이룬 우승의 감격이었다.
'이때까지는 좋았는데…'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푸이그가 3회초 2점 홈런을 날린 임지열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키움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32)도 눈시울을 붉혔다. 9회초 마지막 공격 때 더그아웃에 있던 푸이그는 이지영의 타구가 상대 1루수 오태곤에게 잡히면서 패배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푸이그 역시 MLB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다. 2013년 류현진(현 토론토)과 함께 LA 다저스에서 빅 리그에 데뷔해 그해 타율 3할1푼9리 19홈런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류현진과 절친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188cm, 108kg의 근육질 몸매의 푸이그는 발도 빨라 '야생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푸이그는 2019년까지 다저스, 신시내티, 클리블랜드 등을 거치면서 통산 861경기 타율 2할7푼7리 132홈런 415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푸이그는 2019년 이후 MLB 무대에 서지 못했다. 다혈질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헤친다는 지적 속에 음주와 가무, 난폭 운전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까닭이다. 푸이그는 올해 키움과 계약한 뒤에도 2017년 성폭행 혐의 2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 푸이그가 올해 KBO 리그로 진출한 것이다. 전반기에는 다소 고전했지만 후반기 살아난 푸이그는 올 시즌 타율 2할7푼7리 21홈런 73타점으로 나름 팀의 3위에 힘을 보탰다. 가을 야구에서도 LG와 플레이오프(PO) 2홈런 5타점, kt와 준PO 1홈런 5타점으로 키움의 KS 진출에 기여했다.
하지만 푸이그는 KS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6경기 타율 2할6푼1리 6안타(2루타 3개) 2볼넷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중심 타자로서 홈런과 타점이 없었다.
푸이그는 KS에 앞서 "세 번째에는 달성한다"는 라틴 속담으로 우승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저스 시절 두 번의 MLB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털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결국 한때 MLB에서 맞붙었던 추신수와 SSG의 우승을 눈물 속에 지켜봐야 했다. 한때 MLB를 호령했던 두 호타준족의 희비가 갈린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