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에 참사 당시 흔적이 남아있다. 류영주 기자◇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10월29일 오후 이태원역 1번 출구 부근에서 빚어진 참사사고 저는 핼러윈 참사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이 핼러윈 참사를 두고 갖은 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분들이 책임지지 못할 말을 많이 쏟아내고 있는데요. 사실 여부를 확인해봤습니다.
◇조태임 > 먼저 선 기자가 주목한 발언, 어떤 것인가요?
◆ 선정수 > 경찰이 집회 시위가 아닌 일반 상황에서 국민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발언입니다. 10월3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조태임 > 이 장관의 발언 같은 경우 굉장히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이들의 말대로 경찰이 국민을 통제할 권한이 없는 건가요?
◆ 선정수 > 우리 법률은
경찰관이 인명 사고 우려 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는 <①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고 규정합니다.
◇조태임 >그럼 대통령실 관계자의 경찰이 집회 시위가 아닌 상황에서 국민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네요.
◆ 선정수 >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비공개로 진행됐던 발언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경찰의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냐?"며 질타했습니다. 이게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맞다면 "집회 시위가 아니라면 경찰에게 국민 통제 권한이 없다"고 밝혔던 청와대 관계자 먼저 문책하는 것이 도리인 걸로 보입니다.
◇조태임 > 다음 발언을 짚어 보죠. 당일 도심에서 큰 집회들이 열렸는데요. 이 집회와 참사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발언들이 있어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것, 진정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인가. 이태원사고가 발생한 10월 29일 저녁 광화문에서 정권 퇴진 촉구 대회가 열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집회에 '이심민심'이라는 단체가 최대 81대의 버스를 동원했다. 민주당 조직도 전국적으로 버스를 대절해가면서 참가자를 동원해 왔다.
서울 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정권퇴진 집회에 질서 투입되었고 그날 밤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정권 퇴진 촉구 집회 경비에 투입됐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뉘앙스 입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조태임 > 네, 어땠는지 한번 볼게요. 여권의 지적처럼 정부 퇴진 집회가 열린 것이나, 경찰이 많이 투입된 것도 사실이죠.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거론하는 것은 정권퇴진 집회인데요.
이날 보수 세력의 소위 맞불집회도 함께 열렸습니다. 그리고 정 비대위원장은
모든 경찰 기동대가 정권퇴진 촉구 집회에 투입됐다고 말했는데 이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게다가 집회는 참사 발생 시점 이전에 모두 종료됐고 경비에 동원됐던 경찰 기동대와 의경부대도 참사발생 시점 이전에 해산했습니다.
◇조태임 >그리고 또, 경찰도 스스로 경찰력이 모자라서 막지 못했던 게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지요?
◆ 선정수 > 이에 대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7일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이 부족해서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며 "현장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할 판단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상황 판단이 문제였지 경찰 인원이 모자라서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경찰 지휘부가 스스로 짚었습니다.
◇조태임 > 근데 ..문제가 됐던 발언들이, 정치인들이 원래 좀 과장된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다보니, 이렇게 사실관계에서 한참 벗어나는 일이 꽤 있죠. 이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수사를 사용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고 한 것이겠죠. 여당의 실질적 대표가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서 사실 관계에 어긋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으로도, 자신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태임 >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사고 현장에 기름을 뿌렸다' 이런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데요.
◆ 선정수 > 모든 재난에는 반드시 유언비어가 따라 붙습니다.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큰데 진상 규명에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죠. 그런데 옛날말로 하면 불순분자들이 참사의 원인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말이죠. 요즘에는 일부 유튜버들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습니다. 핼러윈 참사 기획테러설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건데요.
◇조태임 > 기획테러설이요? 누군가 일부러 참사를 유발했다 이런 겁니까?
◆ 선정수 > 네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현장에 기름을 뿌렸다', '의도적으로 밀기를 반복했다' 는 등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민주노총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기도 합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에 참사 당시 흔적이 남아있다. 류영주 기자 ◇조태임 > 민노총이요? 주장의 근거가 있나요?
◆ 선정수 >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민주노총 차량이 정차하고 있었다. 참사 이전에 민주노총이 도심에서 집회를 열었다. 뭐 이런 내용들인데요. 굉장히 억지스럽습니다. 이런 일각의 주장을 국회 행안위에서 여당 의원이 되풀이 했습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에서 "각시탈 쓴 사람들 특정 정당 관계자라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단소를 들고 현장을 지휘했다는 얘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들 확실하게 규명돼야 된다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태임 > 지금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당일 현장에서 '각시탈'을 쓴 시민 2명을 소환 조사하기로 해서 그 부분도 사실 뒷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야당 의원 발언도 한번 살펴보죠. 민주당 김의겸 의원인데요.
◆ 선정수 >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마약범죄 단속에 집중하느라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언론에서) 나온다"며 "서울경찰청장의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 지시사항을 무겁게 받아들여서 마약단속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마약과의 전쟁의 시발점은 한 장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결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하다보니 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뉘앙스입니다.
◇조태임 > 마약 단속을 강조한 나머지 몰려든 인파를 통제하는데 소홀했다. 기사들도 이런 점을 짚기도 했는데, 어느 정도 연관성 있지 않나요?
◆ 선정수 > 용산경찰서가 참사 당일 현장에 파견한 경찰 인력 중 상당수가 마약 단속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용산서가 당일 투입한 경찰관 137명 가운데 형사과 인력이 50명을 차지했습니다.
◇조태임 > 마약단속을 하는 것도 좋은데, 이태원 핼로윈 데이에 많은 사람이 움집할 것이라는 걸 예측 못했다는 게 좀 이해가 안됩니다. 현장의 밀집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경찰이 움직여야 했던 것 아닐까요?
◆ 선정수 > 네 그런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러나 참사 발생 이전부터 여러 징후가 나타났고, 112 신고도 빗발쳤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미숙한 초동 대응으로 참사를 막을 기회를 날렸습니다.
사전에 용산구청이 치밀하게 혼잡 방지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경찰도 과도한 혼잡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은 지엽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약단속에 투입되는 형사과 소속 경찰과 집회관리에 투입되는 경비과나 정보과 소속 경찰은 역할이 다릅니다.
◇조태임 > 결국 경찰 지휘부와 지자체장의 현장 판단이 참사로 직결된 원인이었다는 말씀이시군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선정수 > 네
박희영 용산구청장 관련해서 핼러윈 사전대책회의 불참, 당일 동선 등 굉장히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당일 동선과 관련해선 의령 행사 참석 뒤 관내 도로를 순찰하고 별 문제점이 없어서 귀가했다. 귀가 이후 다시 순찰을 하고 왔다고 이야기했는데요.
CCTV 공개로 사실과 다른 것이 밝혀지자 기억에 혼선이 있었다면서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일차적으로는 사전에 지자체의 안전대책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겠구요. 경찰도 과도한 혼잡을 방지하고 해소하는데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이 두번째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약 단속 탓에 참사 대응이 늦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조태임 > 글쎄요. 이런 현상들 보면서,,저는 좀 맞지 않은 비유일 수도 있는데 특수본이나 책임자들이나,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느낌? 근본적인 문제 본질적인 문제가 궁금한건데, 그 문제들이 따로 있는데 자꾸 곁다리,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리려는 말들 같아서…답답합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 같기도 하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