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정됐던 자구리공원 부지.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고상현 기자제주4‧3 당시 수백 명의 사람이 희생된 서귀포시 정방폭포. 유족의 숙원 사업인 위령공간 조성 공사가 해를 넘기게 됐다. 주민 반발 끝에 자리를 옮겼지만, 재차 이전하게 된 것이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주민 반발에 서귀포시 서귀동 서복전시관 주차장 내 공중화장실 옆 공터로 부지를 옮겨 추진된 '정방폭포 4‧3 위령공간' 조성사업이 잠시 중단됐다.
유족들과 시민들이 '화장실' 옆 부지에 대해 도의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곳에서 200m 떨어진 자구리공원 25㎡ 부지에 4‧3 위령공간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고 반발해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이번에 부지를 옮기면 세 번째로 옮기게 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의 경우 특별히 인근 주민들이 반대한 것은 아니다. 유족과 함께 부지를 방문했을 때 화장실 냄새가 심하게 나다 보니 다른 부지로 옮겨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방폭포 인근 또 다른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원래 올해 예산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2차례에 걸쳐 무산된 만큼 예산을 이월시켜서 내년 2~3월까지는 완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초 계획된 위령조형물 설계 디자인. 제주도청 4·3지원과 제공결국 때 아닌 '혐오시설' 논란으로 시작된 위령공간 사업은 해를 넘기게 됐다. 서귀포지역 최대 학살 터인 이곳에 위령공간을 세우길 간절히 원했던 고령의 유족은 또 다시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위령공간 사업을 추진한 제주4‧3유족회 오순명(79) 서귀포시지부 회장은 "억울하게 4‧3으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모 마음이 여전히 모자란 거 같아 섭섭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정방폭포는 4‧3 당시 양민 248명이 단기간에 학살당한 서귀포시 최대 학살 터다. 유족에게 폭포의 아름다운 물줄기는 트라우마의 상징이다.
당시 인근에 서귀포경찰서와 서북청년단 사무실이 있어 피해가 컸다. 대체로 서귀포시 중문면, 남원면, 안덕면, 대정면 주민들이 정방폭포에서 총칼 또는 죽창에 찔려 억울하게 희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