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이종범은 실패했지만 이정후는 다를 걸요?" 아내의 경험, 엄마의 촉

야구

    "이종범은 실패했지만 이정후는 다를 걸요?" 아내의 경험, 엄마의 촉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KBO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KBO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한 키움 외야수 이정후(24). 야구 천재로 불렸던 아버지가 이뤘던 업적을 28년 만에 재현해냈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 시즌 시상식에서 영예의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총 107표 중 무려 104표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표가 말해주듯 이정후의 올해는 압도적이었다. 이정후는 정규 리그 142경기 타율(3할4푼9리), 안타(193개), 타점(113개), 장타율(5할7푼5리), 출루율(4할2푼1리) 등 타격 5관왕에 올랐다. 타격 5관왕은 2010년 도루를 제외하고 타격 7관왕을 이룬 이대호(롯데) 이후 처음이다.

    28년 전 아버지의 수상과 흡사했다. 이종범 LG 코치는 아들과 같은 24살이던 1994년 해태(현 KIA) 시절 타율(3할9푼3리), 안타(196개), 도루(84개) 등 5관왕을 달성하며 시즌 MVP에 올랐다. 한국과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부자(父子) MVP는 최초다.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에서 키움 이정후가 KBO 레전드 40인 중 TOP 4에 선정된 아버지 이종범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에서 키움 이정후가 KBO 레전드 40인 중 TOP 4에 선정된 아버지 이종범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제 이정후의 눈은 더 큰 무대를 향한다.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등 예전부터 꿈이라고 밝힌 메이저 리그(MLB)다.

    물론 이정후는 이날 시상식에서 한국시리즈(KS) 준우승에 대해 "선수들도, 팬들도 '할 수 있을까' 의문으로 시작했는데 자신감을 갖고 잘 마쳤으니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9년에 이어 3년 만에 오른 KS에서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정후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후는 내년까지 7시즌을 채워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

    KBO 리그에서는 최고의 선수지만 과연 MLB에서 통할 수 있을까. 아시아 야수들이 MLB에서 고전한 사례가 많기에 이정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

    이정후를 키워낸 어머니 정연희 씨의 전망은 어떨까. 특히 정 씨는 남편의 해외 진출 경험한 바 있다. 정 씨는 아들이 남편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정 씨는 이정후의 해외 진출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서 가야죠"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이 코치) 때는 준비가 너무 없어서 실패가 당연한 것일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나라를 대표해서 가고 정후도 더 노력해야 하고, 저도 남편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1년 일본 주니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종범 코치 가족. 왼쪽부터 정연희 씨, 이가현 씨, 이종범 코치, 이정후. 연합뉴스 자료사진2001년 일본 주니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종범 코치 가족. 왼쪽부터 정연희 씨, 이가현 씨, 이종범 코치, 이정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코치는 1996, 1997년 연속 해태의 우승을 이끈 뒤 일본 주니치로 진출했다. KBO 타자로는 최초의 해외 진출을 이룬 이 코치는 1998년 67경기 69안타 타율 2할8푼3리 10홈런 29타점 38득점 18도루로 바람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러나 한창 잘 나가던 시즌 도중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견제 끝에 몸쪽 공에 왼 팔꿈치가 부러지는 악재를 맞았다. 부상 후유증 여파 속에 두 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지만 2001시즌 이후 KIA로 복귀했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남편의 해외 생활을 경험한 정 씨는 아들은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 씨는 "아빠는 친구를 좋아하고 즉흥적인 면이 있다"면서 "정후는 철두철미하게 세운 목표를 뚜렷이 하려고 노력하기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 코치는 엄청난 천재적 재능으로 한국 야구를 평정했다. 엄청난 타격감에 빠른 발, 발군의 수비력에 향후에는 30홈런을 날릴 만큼 장타력까지 갖췄다.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이정후는 천재성에 노력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정후는 올 시즌 전 웨이트 훈련을 집중해 파워를 키워 개인 한 시즌 최다 23홈런을 기록하며 장타율 1위에도 올랐다. 이날 이정후는 "아버지께서 건강한 몸을 물려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프로에 와서 수비가 좋지 않은 나를 가르쳐준 홍원기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 씨는 "정후가 아빠보다 더 크게 목표를 세웠으니 더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 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이정후가 과연 해외 무대에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