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대 총선 당시 김회재(왼쪽부터), 주철현, 소병철, 서동용 후보가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원장(가운데)과 함께 공통 공약을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남 동부권 의원들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동부권 의과대학 설립'을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에 와서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공약 실현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위 의원들과 관계부처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대표발의한 '전남권의과대학특별법' 법안의 취지와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전남 도내 국립대학인 순천대와 목포대에 각각 의과대학을 설치하고 공통교육 과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남형 융합캠퍼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소 의원은 "인구 50만 이상의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은 전남도가 유일하다"면서 "하나의 의과대학 아래 동·서부 권역별 의료와 사회 환경을 고려한 캠퍼스를 각각 조성하고, 공동학위과정을 운영하는 한국 최초의 '전남형 융합캠퍼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 의원이 발의한 의대 설립 법안에는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과 김회재 의원(전남 여수을)이 공동발의로 참여했지만, 같은 전남 동부권인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갑)과 서동용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최근 순천대학교에 의대를 두고 여수에 대학병원, 순천대 광양캠퍼스를 신설해 간호대를 설치하는 등 전남 동부권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법안에는 전남 동부권에서 서동용 의원이 공동발의로 참여했고, 송갑석, 양정숙, 양향자, 이개호, 이병훈, 이용빈, 이형석, 조오섭 의원 등 민주당 의원은 물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 순천 출신 김웅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순천에 의대, 여수에 대학병원을 설립하고, 광양에 간호대학을 만들어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전남 동부권의 의료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면서 "여수~남해 해저터널로 생활권이 공유될 경남 서부권도 전남 동부권 의료 인프라 확대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지역상생 방안"이라고 말했다.
전남 동부권 의원들 중 소병철 의원이 전남 동부와 서부의 상생 발전을 얘기했다면, 김회재 의원과 서동용 의원은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간 지역 상생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여순10.19 사건 74주기 합동추념식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는 소병철 의원(오른쪽)과 김회재 의원. 독자 제공이런 가운데 같은 당 주철현 의원은 입법을 통한 해결보다는 2005년 체결된 전남대-여수대 통합양해각서를 근거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양해각서는 2005년 당시 교육부장관-전남대총장-여수대총장이 함께 협력한 이행 협약서다. 협약서엔 한의대(한방병원 포함) 설립을 인가받아 여수캠퍼스에 두고 의료기관(전문병원 등)을 통합 완성 전까지 여수캠퍼스(국동)에 설치 운영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 의원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2005년 체결된 전남대-여수대 통합 시 발표한 '통합양해각서'에 대한 이행 책임을 따져 물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17년이 지난 이행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두 대학 통합 당시 약속했던 한의대‧한방병원‧의료전문기관의 여수 설치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 의원은 또 지난 16일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통합양해각서에 따른 여수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설립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교육부는 전남대·여수시와 협력해 '전문병원 등 의료기관 건립 방안 마련 용역'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 주철현 의원실 제공2년여 전인 2020년 3월 29일 당시 후보였던 소병철, 서동용, 주철현, 김회재 의원은 이낙연 선대위원장과 함께 총선 승리를 위해 동부권 의대 설립, 여순사건 특별법, 광양항 육성, 산단 특별법, 순천 선거구 조정 등 5개 공통 공약을 약속했다.
이처럼 지역의 숙원을 공약하며 당선된 전남 동부권 4명의 의원들이 반환점을 지난 지금 지역구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에서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