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헤이슬렛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학조사관이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제7차 장관급 회의'에서 신종 감염병 대비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전 세계 방역 전문가들이 모여 신종감염병 대비 보건안보 대응체계를 논의한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제7차 장관급 회의가 30일 사흘간의 여정을 마치고 성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4년 만에 첫 대면회의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미래 감염병 대비, 함께 지키는 보건안보'를 주제로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외교부가 공동 주최했다. 회의에는 35개 회원국, 세계보건기구(WHO)·세계동물보건기구(WOAH) 등 10개 국제기구, 20개 대사관 대표들이 참석해 GHSA의 과거와 미래를 논의했다.
이날 장관회의 폐막 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한국을 비롯한 5개국(태국·우간다·미국·아르헨티나) 대표들은
'신(新) 서울선언문'을 채택·발표했다. 우리나라 대표로는 복지부 박민수 2차관, 백경란 질병청장이 참석했다. 신 서울선언문에는
GHSA 활동을 2024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세 번째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기조연설. 연합뉴스WHO의 국제보건규칙(IHR, 2005)을 완전히 이행토록 계속 촉진하고, 국가의 관련 기술역량을 증진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앞서 GHSA는 생물테러, 항생제내성균 및 신종감염병 등이 국가안보 위협요소로 대두됨에 따라, 지난 2014년 2월 약 30여 개 국가, 보건 관련 국제기구·NGO(비정부기구)가 참여하는 감염병 공조 체계로 출범했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감염병 대비·대응 핵심역량을 각국의 안보(National Security) 개념과 접목해 탄생한 '보건안보(Health Security)'를 기반에 두고, 감염병 예방과 탐지, 대응역량 강화, 글로벌 보건안보에 대한 국가지도자의 우선순위 제고 등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71개국, 10개 국제기구와 NGO가 참여 중이다.
GHSA는 비전 달성을 위해 예방·탐지·대응 분야로 세분화하여 9개 활동계획을 운영 중이다. 질병관리청 제공참가국들은 GHS(글로벌 보건안보) 조정 사무소를 서울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선언문에서 이들은 "GHSA 선도그룹 중 하나인 대한민국이 한국에 GHS 조정사무소를 설립해
기술 및 다부문 조정 개선, 회원 간 모범사례·교훈 공유 촉진, 그리고 행동계획의 기술적인 업무를 지지하는 것을 포함, 다른 GHSA 회원국들과 협력해 지역·글로벌 보건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만 3년을 넘보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모든 수준에서 보건안보 역량의 강화 필요성을 입증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범정부적, 전(全)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GHSA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미래에 출현할
코로나19 변종 또는 기타 감염병 위기에 대비·대응하기 위한 다분야·다자 간 협력의 지속적 강화를 권장·촉구하기도 했다.
각국 대표단은 '자금 조달 메커니즘'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는 특히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LMIC)의 보건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재원인 팬데믹 기금(Pandemic Fund)을 설립하려는 G20의 글로벌 노력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GHSA 활동이 IHR의 개정 절차 및 일종의 팬데믹 조약에 관한 심의와 같이 미래 감염병에 대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변화에 대비·대응하기 위해 진행 중인 중요한 이니셔티브를 보완하고 연계해야 함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또 국제사회에서 팬데믹과 공중보건위기상황을 통해 드러난 격차의 해결도 논의 중인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연합뉴스참가국들은 GHSA 3기 선도그룹이 내년 12월까지 개발해야 할 항목도 특정했다.
기술적·다학제적 논의를 포함한 보건안보 역량 강화방안, GHSA의 행정적 효율화 등이다. 차기 GHSA의 목표 및 범위, 2028년 수정된 목표,
2026년 공개될 GHSA의 외부평가 일정을 설명하는 세부계획도 그때까지 회원국과 공유되어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산드라 티라도 보건부 차관은 코로나19가 보건 안보에 위협이기도 했지만 '국가 간 협력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또한 GHSA의 3기 연장을 환영하며 아르헨티나는 선도그룹의 일원이자 법제행동계획의 공동 선도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017년에 장관회의를 개최했던 우간다의 제인 루스 아셍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는 물론 에볼라, 황열병 등을 먼저 경험한 우간다는 GHSA 창립 멤버로서 '신 서울선언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팜 미국 보건부 차관 역시 한국의 GHS 조정사무소 설치방안에 공감하며 2026년 GHSA 중간평가 공개 등 중요사안에 대해 선도그룹이 조속히 계획을 수립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회의가 글로벌 보건 안보 관련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뤘다며 "코로나19 극복과 미래에 출현 가능한 신종감염병 대응에 매우 시의적절한 회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6차와 달리 대면 회의로 진행된 7차 회의가 코로나19 유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내 보건안보 역량을 보여준 계기였다고도 평가했다.
2일차에 진행된 가상의 신종감염병 대비 모의훈련, 한국이 주도국으로 진행한 예방접종 행동계획 전문가 포럼 등 9개 분야 포럼도 다양한 회원국의 사례·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언급했다.
질병청은 "특히 신 서울선언문은 GHSA의 그간 성과를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미래 비전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GHSA 활동시기를 연장하는 시점에 우리나라가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GHS 사무소 설치를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보건안보 체계에서 향후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