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조작 사건' 피해자 강기훈씨. 연합뉴스'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기훈 사건과 관련해서 대법원이 국가의 손해배상 범위를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0일 "대한민국에 대한 일부 원고들의 패소 부분 중 장기 소멸 시효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어서 파기한다"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앞서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 씨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서강대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숨진 김 씨의 친구였던 강기훈 씨에 대해 검찰은 유서를 대필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결국 징역 3년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후 2007년 진실·화래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서의 필체가 강 씨가 아닌 김 씨의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정했고, 이후 재심이 진행됐다. 이어 2015년 강 씨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에 강 씨는 국가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고, 2심 재판부는 원고(강 씨)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범위를 다시 판단하라고 결정했다. 원심이 효력이 사라진 규정을 잘 못 적용해 판결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에 대한 일부 원고들의 패소 부분 중 '수사 과정의 개별 불법 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은 (원심 재판부가) 위헌 결정에 따라 그 효력이 없게 된 장기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기 때문에 파기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분 (원고들의) 청구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로 볼 수 있다"라며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해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 원고들 청구를 배척했기에 파기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대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국가배상 책임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므로 그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개별 위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청구에 관해서는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파기환송 후 수사과정의 개별 위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유무가 다시 심리,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