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주유소가 고급휘발유를 휘발유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휘발유 1609원. 고급휘발유 1609원'.
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주유소. 미터기에는 고급휘발유와 일반휘발유가 동일한 가격으로 찍혀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급휘발유는 일반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가량 비싸다. 하지만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휘발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급한대로 고급휘발유를 할인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가 휘발유를 넣기 위해 주유기를 작동했지만, 이미 바닥난 기름은 나오지 않았다. 사무실에 있던 주유소 관계자는 급히 뛰어나와 상황을 설명하곤 고급휘발유를 대신 넣어줬다.
주유소 업주는 "휘발유가 없다 보니 고급휘발유를 일반 가격으로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주유소가 기름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름을 운송하는 차량, 즉 유조차 운전자 중 약 70%는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전체 파업으로 차량 운행을 중단하면서 기름 공급도 끊긴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는 유조차 운전자 90%가 몰려 있다 보니 서울과 경기, 인천 등지에서 기름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경기도 수원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을 알리는 표시판이 놓여 있다. 정성욱 기자이날 아침부로 휘발유가 동난 경기도 수원의 한 주유소는 입구에 '휘발유 품절'이라는 표시판을 세웠다. 이곳을 찾은 운전자가 "기름 없어요?"라고 묻자 업주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였으면 하루에 2만 리터씩 기름을 주문하지만, 이를 운송하는 탱크로리가 모두 멈춰서면서 공급이 끊긴 상태다. 이후에도 주유소를 방문한 운전자들이 휘발유를 찾을 때마다 업주는 "고급휘발유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더욱이 휘발유뿐 아니라 경유도 바닥을 보이고 있어 '주유소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유소 관계자는 "경유도 당장 내일 아침이면 떨어질 것 같다"며 "기름이 언제 들어올 지 기약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파업에 대비해 미리 기름을 채워뒀지만, 파업이 일주일을 넘어가면서 비축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정부는 탱크로리 운전자들을 강제로 업무에 복귀시키는 업무개시명령도 검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주들도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으니 고육지책으로 고급휘발유를 할인해 판매하는 것일 것"이라며 "언제 공급될지는 우리도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1일 오후 2시 기준 기름이 소진된 주유소는 총 49개소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4개소로 가장 많으며, 경기(11개소), 충남(9개소), 인천(2개소), 충북(2개소), 강원(1개소)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