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시작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JTBC 제공동명의 인기 웹소설 원작의 화제성, 배우 송중기의 1인 2역, JTBC가 처음 시도하는 주 3회 편성 등의 요인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가 높았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첫 회 6.05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한 드라마는 3회 만에 시청률 10%대(10.826%)를 돌파했다. 상승세는 계속됐고, 가장 최근에 방송한 8회 시청률은 19.449%에 이르렀다. 시청률 10%대 드라마도 나오기 힘든 요즘 20%를 코앞에 둔 인기작이 탄생한 순간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인 순양그룹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김강훈/송중기)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무역 및 마케팅 회사에서 25년가량 근무했다는 산경 작가는 본인의 경험과 자료 조사를 토대로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을 썼고, 김태희·장은재 작가가 드라마 극본을 담당했다.
원작 웹소설과 드라마 모두 실제 벌어졌던 사건과 상황을 적극적으로 녹여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축인 순양그룹은 삼성을, 라이벌로 나오는 대영그룹은 현대를 각각 연상케 한다.
캐릭터에는 여러 설정과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입혀 보다 더 세밀하게 그려냈다. 자식들의 만류에도 '미래 먹거리'라고 믿고 반도체 사업을 끌고 나가는 점, 성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자동차 사업에 깊은 애정을 가진 점, 노동자 고용승계나 노조의 존재 등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점 등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은 다분히 삼성 이병철을 염두에 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다른 순양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각종 설정과 상황을 짚어보면 여러 이름이 저절로 떠오르는 식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인 순양그룹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김강훈/송중기)으로 회귀하는 드라마다. '재벌집 막내아들' 캡처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요인으로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들었다. 윤 교수는 "실재하는 사건과 상상력이 밀고 당기는 지점이 가장 흥미롭다. 캐릭터나 에피소드를 다루는 방식에서 한국의 대기업 재벌 그룹 총수 일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라며 "8090이라는 가까운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경제적 사건을 허구적인 드라마의 틀에 두고 굉장히 절묘하게 잘 섞었다고 본다"라고 평했다.
오수경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역시 "재벌가 이야기에 근현대사가 얽히니 그간 TV 드라마의 주 타깃층이 아니었던 남성 시청자도 보게 되는 면이 있다"라며 "87년 대선,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등 과거의 흐름을 볼 수 있어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시대적 배경을 잘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양쪽 모두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언급됐다. 윤 교수는 "80년대 6공화국 출범 시절부터 시작해 굵직한 사건이 나오지 않나. 그 시절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보도되지 않은 이면에 궁금증이 생겨 상상력으로 채워볼 수 있고, 그 시절을 모르는 사람은 '(드라마 내용이) 실제 사건이었다'는 데 호기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요즘 특히 사랑받는 장르와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오 칼럼니스트는 "웹소설·웹툰에서 이미 하나의 장르로 굳혀진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코드는 좀 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자칫하면 굉장히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연출력이 뒷받침되어서 (재미가) 더 살아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중 진도준은 할아버지인 진양철이 낸 문제를 맞혀 포상의 개념으로 개발 전이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 땅을 받았고, 이후 240억 원이란 큰돈을 벌어들였다. '재벌집 막내아들' 캡처이른바 '슈퍼히어로' 주인공이 '인생 2회차'로서 난관을 쉽게 뛰어넘고 승승장구하는 것은 '회귀물'의 전형적인 전개다. 미래를 알고 과거로 온 진도준이 진양철에게 포상의 대가로 개발 전이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 땅을 달라고 하거나, '나홀로 집에' '타이타닉'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과 '아마좀'(극중 이름) 같은 유망한 주식에 투자하는 것 등.
오 칼럼니스트는 "'사적 복수' '안티히어로' 서사 확장판인 또 다른 복수 서사로 분류할 수 있다. 복수 서사는 소위 고구마-사이다 회전율이 중요한데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를 속도감 있게 펼쳐 대리만족, 즉 카타르시스 효율이 높다"라고 평했다.
웹소설 원작을 좀 더 '드라마 친화적'으로 각색해 폭넓은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한 것도 주효했다. 원작을 보고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도 보고 있다는 시청자 김예찬씨는 "수입차, 모터 레이싱, 자동차 집착 등 이건희 회장에게 가져온 설정이나, 이병철 회장의 초밥 에피소드 등 실화 디테일을 살려 보는 재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원작은 (윤현우가) 과거로 돌아와서 미래의 지식을 통해 집안싸움에서 계속 승리한다. 긴장감이나 불안감 없이 '약속된 승리의 연속'이라는 다소 단순한 내용을, 여러 장치를 넣어 잘 각색했다고 본다. '윤현우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를 강조하며 다른 캐릭터를 전부 수상해 보이게 한다든지, 진도준 아버지 진윤기(김영재)를 서자로 설정함으로써 집안 내 소외를 더 현실성 있게 그린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극중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 역을 연기한 이성민, 아래는 대영그룹 주영일 회장 역을 연기한 이병준. '재벌집 막내아들' 캡처드라마를 이끄는 주인공에게 설득력을 부여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김씨는 "진도준은 원작에서는 순양그룹을 먹어 치우는 것 말고는 관심 없는 사실상 악당인데 드라마화하면서 복합적인 캐릭터가 됐고, 드라마 전체의 매력도 산 것 같다. 진양철은 원작에서 진도준 응원군에 가까웠다면 드라마에서는 아군이면서도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설정하니 긴장감이 더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작에서는 진도준이 10대 때부터 투자를 시작해 미국 주식을 쓸어 담는데 (성공의 시점을) 20대 이후로 둔 점, IMF 사태를 승리를 위한 도구로만 썼다면 드라마는 윤현우 부모님 배경 설정을 강화해 외환위기로 인한 시대적 아픔을 대중적으로 환기하고자 한 점 등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몰입감을 책임지는 배우들의 호연도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특히 극 초반에는 진양철 역을 연기한 이성민에 관한 호평이 주를 이룬 바 있다. 김예찬씨는 "이성민이 원작을 초월해 캐릭터를 아주 잘 살린다"라고 말했다. 오 칼럼니스트는 "송중기의 드라마로 알려졌지만 이성민 때문에 본다는 시청자들이 있고,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