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FM 98.1(오후 5:30-6: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대담 : 정치부 오수정 기자
[앵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시한이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사실 이마저도 정기국회 시한을 넘겨서 2차 데드라인으로 정해진 시간이었죠. 내일은 과연 예산안 처리가 가능한 건지, 국회 출입하는 오수정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민주당에서 예산안과 관련해서 '최후통첩' 기자회견을 열었다는데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이틀 전에 정부 예산안에서 2조원 정도를 감액한 자체 수정안을 발표했었는데요. 정부여당이 오늘까지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 수정안을 단독으로 올리겠다는 압박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정부여당이 끝내 윤심을 따르느라 민심을 저버린 채 협상을 거부하면, 민주당은 초부자감세를 저지하고 국민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제출하겠습니다."
[앵커]
윤심을 따르느라 민심을 저버린다고 했네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기자]
쟁점이 되고 있는 법인세를 국민의힘이 양보하지 않는 태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윤 대통령이 월요일 국무총리 주례회동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를 했었는데요. 박 원내대표는 "이정도면 대한민국 통치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경기장에서 레드카드를 받을만한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이 최후통첩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은 여전히 받을 수 없다는 거겠죠?
[기자]
역시 그렇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우리도 우리 생각을 다 말했고 민주당도 말했는데 우리 최종협상안을 내달라는 말은 우리가 양보해달란 말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민주당이 좀 양보를 해야죠."
[기자]
민주당의 갑질이고 힘자랑이다, 이제까지 합의 없는 예산안 통과는 없었다는 입장인데요. 결국 양당이 모두 며칠 동안 했던 이야기를 반복한 수준이고, 입장은 평행선입니다.
[앵커]
말씀하셨듯이 여전히 쟁점은 법인세인거죠. 양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이렇게 입장차가 클 수밖에 없는 건가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기자]
국민의힘 입장을 먼저 설명하자면요. 간단히 법인세 줄여서 투자 촉진하고 일자리 늘리자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OECD 국가 중 7위 정도로 높아서 경쟁에서 불리하다. 또 최근 '차이나 리스크'로 국제 기업들의 탈중국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 기업들을 우리나라가 유치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깎아서 우리나라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를 인하해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고작 100여개 정도밖에 안 되지 않느냐, 초부자들의 특권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다수 약자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맞서는 거죠.
사실 양당의 주장이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간단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죠? 결국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이념이 대표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라 여야가 쉽사리 양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앵커]
양당을 중재해야 하는 김진표 국회의장도 머리가 아프겠는데요. 국회의장이 중재안도 내놓았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3%포인트 인하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고요. 대신해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같은 '민주당표' 사업에 대한 증액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협상은 여전히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앵커]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면 급한 건 여당일 텐데,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오히려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이건 왜인가요?
[기자]
사실 여야 입장에서는 이 예산안 기싸움이 치킨싸움입니다. 양당 모두 각 당이 추진하는 역점사업이 있는데 감액만 된 예산안으로는 이 사업들 시행이 빠듯해질 수밖에 없고요.
특히 이번 예산안은 내후년 총선 전 국회의원들이 마지막으로 지역 예산을 챙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즉, 의원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기 지역구 예산을 많이 '땡겨야' 하는 시점인데, 감액만 된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겠죠.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렇게 고집을 부려서 본인들 지역에 필요한 예산을 못 가져가는 걸 감내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반응마저 나옵니다.
[앵커]
양당이 모두 '배 째라 전략'이네요. 그럼 내일 결국 민주당 단독수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기자]
내일 오전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그렇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회의는 내일 5시에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진표 국회의장이 내일 본회의를 열어서 정부안이든 민주당 수정안이든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이어서 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하지만 헌정 사상 처음 야당의 단독 수정안 처리는 국회의장 입장으로서도 부담인 만큼 협상 시간을 다시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게, 법인세 문제 하나로 이렇게 협상이 난관일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야당이 '윤심'을 말하기도 했었는데 또다른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기자]
사실 여권에서는 집권 첫해 예산에서 밀리면 앞으로 5년 내내 끌려 다닐 거다. 그래서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해임건의안 처리에 이어서 예산안마저 단독으로 밀어부친다면 자충수로 여론 역풍이 불거라는 기대도 여권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양당의 자존심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거네요. 여기까지 듣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