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촉법 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소년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11월 소년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공약보다 1년 후퇴한
만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13일 몇몇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은 촉법소년 연령을 낯추는 것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쟁점은 무엇인지 양측의 주장을 살펴봤습니다.
◇조태임 > 일단 촉법소년이 뭔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 선정수 >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만 14세가 되지 않은 자를 말합니다. 정확히는 만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형법 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만 14세 미만인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 것입니다.
◇조태임 > 그래서 촉법소년은 죄를 저질러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났군요. 이 말은 사실인가요?
◆ 선정수 >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부르는데요.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소년법 적용을 받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감옥에는 가지 않지만 소년원에 갈 수 있습니다. 만 10세 미만은 일명 '범법소년'이라고 부르는데요. 형법과 소년법을 모두 적용할 수 없어 범죄를 저질러도 어떤 법적 처분도 받지 않습니다.
◇조태임 > 그럼 촉법소년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군요.
◆ 선정수 > 네
법적으로는 보호처분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교도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소년원'에는 갈 수 있습니다. 소년법 1조는 "이 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합니다.
소년법에 의해 촉법소년이 받을 수 있는 '보호처분'은 감호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장·단기 보호관찰, 시설 감호위탁, 의료재활소년원위탁,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 장·단기 소년원 송치 등 모두 10가지입니다. 이중 장단기 소년원 송치의 경우 사실상 징역형과 비슷한 효과를 가집니다.
소년원은 감옥은 아니고 소년보호시설이라고 하지만 수감 생활을 하며 신변의 자유가 제한되며 다른 범법자과 함께 지낸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합니다. ◇조태임 > '나 촉법인데 어쩔래…' 이런 태도를 보이는 어린 범죄자들이 많다는 보도가 있는데…10살부터 14살까지는 소년원에 갈 수 있다는 점 알아둬야겠네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자료 (피해자 제공)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자료 (피해자 제공)그런데 촉법소년 나이 상한을 낮추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왔잖아요?
◆ 선정수 > 윤석열 정부는 지난 11월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입법 예고문에 개정취지를 설명했는데요. 이렇습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 증가 및 수법의 흉포화, 촉법소년 제도 범죄 악용 사례 발생 등으로 인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임.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필요성,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3세 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우리 초등·중학교의 학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 미만으로 낮추고 그 이상은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해 소년 강력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음.>
◇조태임 > 만 14세는 촉법소년에서 제외 시키겠다는 뜻이네요. 그럼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 건가요?
◆ 선정수 > 현재까지는 만 14세, 그러니까 이 연령대에 해당하는 중학교 1학년생들은 중범죄를 지어도 교도소에 가지 않고 소년원으로 보내집니다. 보호처분은 형사처벌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번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중1 학생들이 중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죠. 전과자가 되는 겁니다. ◇조태임 > 만 13세라고 정한 기준이 있는 건가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법 개정으로 만 13세 청소년의 범행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입니다. 법무부는 10월26일 소년범죄 종합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
전체 촉법소년 보호처분 중 13세의 비율이 70% 에 이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조태임 > 13세 비율이 70%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촉법소년 연련 낮추면…뭔가 지금의 청소년 범죄 무제가 꽤 해결될 거 같은데요…그런데 선 기자는 정부 입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변화가 클 거라고 보시나요?
◆ 선정수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장·단기 소년원 송치 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들어간 13세 청소년은 연간 11~22명 수준입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도 대부분 소년범은 기존과 같이 소년부 송치되고,
계획적 살인범 또는 반복적 흉악범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형사처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임 > 그럼 연령하향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는 뭘까요?
◆ 선정수 >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중1 학생들은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교도소 가고 전과자 될 수 있으니까 알아둬라.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실제로 교도소로 가는 인원은 많지 않겠지만 중학생들에게 엄격한 메시지리를 보내서 범죄를 예방하겠다. 이런 취지인 거죠. ◇조태임 > 이게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여론도 꽤 호의적이잖아요.
◆ 선정수 >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터져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촉법연령 상한을 낮추자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와 여당은 국정과제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실화하는 내용을 채택했습니다. '나 촉법소년이야'라고 말하며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되면서 촉법소년 하향 여론이 생긴 것이 원인 중 하나입니다.
◇조태임 > 그런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요?
◆ 선정수 > 네, 권인숙(더불어민주당), 용혜인(기본소득당), 윤미향(무소속)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및 학회 15곳은
"정부 대책이 아무런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음을 지적하며, 소년사법의 목적에 맞는 국가의 제대로 된 의무이행을 촉구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가 없고 △
소년범죄 종합대책이 아동·청소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고 △정확한 통계와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대검찰청이나 경찰청에서는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범죄자에 대한 통계는 내지만 촉법소년에 대한 별도의 정기적인 통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조태임 >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고요. 정부가 대책 발표하면서 관련 통계를 냈던 것 같던데요.
◆ 선정수 > 정부는 전체 소년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촉법소년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관련 통계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는 '접수 현황'일 뿐입니다.
법무부는 2017년부터 촉법소년 접수 현황 자료를 인용해 "매년 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그런데 범위를 넓혀보면 매년 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2012년 자료부터 뒤져봤는데요.
2012년 1만3339건에 이르렀던 촉법소년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이후 줄어들어 2016년에 7030건까지 감소합니다. 이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주장대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낸다고 표현하려면 '최근 5년간' 정도의 제한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이 자료 출처 인용도 '대법원 사법연감'이라고 밝혔는데 사실은 '법원 통계월보'였습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감소하다가 2017년부터 증가추세를 보인다. 대법원 사법연감(왼쪽), 법원통계월보(오른쪽) 캡처◇조태임 > 접수 건수 말고 실제 보호처분으로 이어진 건수를 따져보면 어떤가요?
◆ 선정수 > 어른 세계의 '유죄'에 해당하는 소년법 상 보호처분과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면 법무부의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2021년 대법원 사법연감(838p:아래 그림 참조)을 보면
2012년부터 14세미만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의 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12년 5071명이었던 보호처분 촉법소년은 점차 줄어 2016년 2858명까지 내려갔습니다. 이후 3000명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1년에는 4142명으로 늘었습니다.법무부가 의미부여하는 것처럼 '매년 증가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2012년 5071명이었던 보호처분 촉법소년은 점차 줄어 2016년 2858명까지 내려갔다. 이후 3000명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1년에는 4142명으로 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 캡처
◇조태임 >: 왜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줄어들었는지, 촉법소년의 범죄가 2017년 이후부터는 늘게 됐는지 이 원인을 찾아 해법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원인을 밝혀야 해법이 나오는 것이죠. 2017년 이후 청소년들의 범죄 성향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등장했던 걸까요? 아니면 '촉법소년은 처벌 받지 않는다'는 허위정보가 이 시점을 계기로 청소년 사이에 확산한 걸까요? 원인이 제대로 진단이 돼야 해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처벌강화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조태임 > 청소년단체 활동가가 굉장히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어요.
◆ 선정수 >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사람은 오로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며 "형사 처벌 연령 확대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혐오의 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난다 활동가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귀담아 들어 개정 입법예고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조태임 > 참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네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단순화할 것만도 아닌 것 같네요. 입법과정에서 다층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논의가 있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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