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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빈방' 줄고 '월세' 상승…'걸어서 통학' 옛말

사회 일반

    대학가 '빈방' 줄고 '월세' 상승…'걸어서 통학' 옛말

    코로나19 해제 이후 대면수업 증가…월세 상승으로 이어져
    뛰는 방값, 시름 깊어진 대학생들…평균 5~10만원 인상
    임대료 저렴한 지역 찾아 학교에서 먼 곳으로 이사도
    임대료 5% 증액 상한 회피 위해 관리비 '꼼수 인상'


    내년 학기를 앞두고 벌서부터 치솟는 대학가 월세 가격 상승으로 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취방 수요가 늘어났고, 월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새로 월세방을 구하거나 재계약을 앞둔 대학생들은 역세권 오피스텔·원룸은 고사하고 임대료를 줄이고자 '걸어서 통학'까지 포기하고 있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세대출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대학 대면수업 확대 등으로 대학가에서 월세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집주인들은 신규 계약·계약 갱신을 앞두고 월세를 올릴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10%에 가까운 인상률에 새학기를 앞두고 방을 구하는 대학생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안암역 인근에서 자취하는 A씨는 원래 살던 월세방을 재계약하면서 내년부터 5만원 인상된 가격으로 월세를 납부하게 됐다고 했다. 같은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계약했던 다른 지인들도 월세 5만원 인상 소식을 통보받은 상황이었다.
     
    A씨는 "대학가는 집주인들끼리 가격을 맞추는 현상이 있어서 어느 한 집이 올리면 다른 데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며 "(월세를 올리는 것이 부담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신림동, 신촌 등 대학가 공인중개사 등에 따르면 대학가 오피스텔·원룸 계약은 전년 대비 5~10만원 인상된 가격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대학생들 입장에선 월세가 올랐지만, 주변 고시원 방값도 덩달아 상승해 대안도 마땅치 않다. 신림동 공인중개사와 고시원 운영업자 등에 따르면 신림동 일대 고시원 1평당 방세는 30~50만원 금액대 안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고시원 방세가 대학가 원룸 월세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또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학생들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고시원보다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신림동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 이후로 위생 때문에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저희 같은 경우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니까 불편해서 (사람들이)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에 보니까 최근에 (전체 고시원 중) 거의 3분의 1 이상이 비고 있다"며 "고시원에 있는 사람들은 노인들, 갈 곳 없는 사람들, 막노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원룸 월세가 인상되는 가운데 고시원 등 주거 대안도 마땅치 않다 보니 월세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주변 지역으로 퍼지고 있었다.

    경희대학교 재학생 최은(21)씨는 다음해 2월부터 신규 계약으로 마포구 원룸에 거주하게 됐다. 최씨는 최근 대학가 월세 가격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교 근처는 생각도 못하고 찾다 보니까 너무 멀리 가게 됐다"며 "혼자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어서 친구를 찾아 같이 살게 됐다"고 말했다.

    통학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 대학가 근처에 방 구하기를 포기한 셈이다.

    지난 2월 회기동에 있는 한 원룸을 계약해 자취를 시작한 노민지(20)씨는 "지방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해야 되는 상황인데 가격이 오르면 다른 싼 곳을 찾아볼 것 같다"며 "지하철을 타더라도 싼 곳으로 옮기고 무엇보다 부모님한테 죄송한 마음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금리인상으로 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대학가 월세가 치솟는 배경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학교에서 대면수업을 확대한 영향도 있다. 비대면 수업 기간 동안 본가로 흩어졌던 학생들이 일제히 방을 구하다 보니 대학가 월세 수요가 급증했고, 덩달아 월세 가격도 인상된 것이다.
     
    신림동 공인중개사 C씨는 "올해부터 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한 이후에 코로나19 유행 동안 기숙사 인원은 축소됐는데 출강 수업은 들어야 하니까 수요층들이 많이 몰렸다"며 "예년 같으면 방이 2~3개씩 있었는데 비수기인 9, 10월에도 방이 없어서 올해 품귀현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주택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법적 상한선을 넘는 임대료 인상을 위해 '꼼수'도 동원되고 있었다.
     
    2020년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7조에 따르면, 증액청구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현행법상으로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은 최대 5%로 제한됐지만 고물가 시대에 집주인들도 기존 월세만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관리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우회하는 것이다.
     
    C씨는 "임대료 (증액 상한) 5% 제한이 있으니까 회피하려고 월세를 관리비에 전가시킨다"며 "예전에는 7만원에 인터넷, 케이블, 수도를 쓸 수 있었지만, 요즘은 순수 관리비만 8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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