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자금을 싸게 조달해 고객들에게 빌려줄 때는 폭리를 취하면서 매년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는 나타났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29개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받는 금리는 3.02%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객에 대출해줄 때 받는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신용 공여 기간에 따라 최저 5.55%에서 최고 8.92%로 금리 차가 2.53%포인트에서 5.90%포인트까지 발생했다.
지난 9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이 0.97~1.83%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수익이 최대 6배 높은 편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대출해줄 자금 일부를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손쉽게 조달한다는 게 양 의원실의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에서 융자받은 금액과 평균 금리는 2020년 5조 1700억 원에 1.27%, 지난해에는 7조 3675억 원에 1.05%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9월 말 현재 융자액이 7조 6852억 원, 융자 금리는 3.02%였다.
반면 증권사가 고객에게 대출해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신용 공여 기간에 따라 최소 1일에서 7일까지는 평균 5.55%였고, 151일부터 180일까지는 평균 8.92%에 달했다.
151일부터 180일까지 구간을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보면 29개 증권사 중 21개사가 9%를 넘어섰고 8%대는 4개사, 7%대는 3개사, 6%대는 1개사였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10%를 넘었고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5대 증권사의 금리도 모두 9%를 넘어섰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020년 19조 2213억 원, 지난해 23조 886억 원에 이어,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올해 9월말까지도 17조 1648억 원에 달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신용거래융자가 가장 많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2조 6489억 원)이었으며 삼성증권(2조 5967억 원)과 키움증권(2조 4434억 원) 순이었다.
증권사별 신용거래융자 금리. 양정숙 의원실 제공양정숙 의원실은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받아 수천억 원의 수익을 매년 챙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에서 조달한 7조 6852억 원을 기준으로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차가 최저치인 2.53%포인트일 때 연간 수익은 1944억 원으로 예상됐다.
최대 금리차인 5.90%포인트를 적용하면 4534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금까지 누적된 수익과 향후 발생될 수익까지 감안하면 증권사가 거둬들였거나 벌어들일 수익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양정숙 의원은 "증권사들의 금리마진율이 은행 뺨치는 수준"이라며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융자받아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받는 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겨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대출해 줄 때는 주식 등 확실한 담보를 설정하면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증권사들도 은행 예대마진 공시와 같이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