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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인태전략, 내용은 세계전략…中 배제 물타기?

국방/외교

    이름은 인태전략, 내용은 세계전략…中 배제 물타기?

    한국판 인태전략, 미‧일 등과 다르게 지역 범위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
    이름과 내용 불일치, 혼선 예상…오히려 '글로벌중추국 전략'이 적합
    글로벌 공통분모 넓히다 보니 보편성 확대, 선명성은 상대적 감소
    '중국은 주요 협력국' 규정하고 포용성 강조…결과적으로 중립성 보완

    박진 외교장관이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박진 외교장관이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28일 공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특기할 점은 지리적 범위를 사실상 전 세계로 넓혔다는 점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한 외교단 등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한국은 이제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 지역전략'이자 '우리나라 외교정책 역사의 분수령', '윤석열 정부 외교 독트린'이라고 의미를 한껏 부여했다. 
     
    정부는 인태전략의 지역을 북태평양, 동남아‧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 순으로 열거했다. 중동, 중앙아시아, 서아프리카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전 세계를 포괄하는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태전략 수립 과정에서 구체적 이슈가 그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거꾸로 세계적 이슈는 인태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사실상의 세계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태전략의 명칭과 내용이 불일치 한다는 점에서 향후 세부 정책 입안과 실행에서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인태지역을 세계 인구의 65%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규정하면서도 인태전략의 범위는 그보다 훨씬 넓혔다. 지역 따로 전략 따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인태지역이란 이름도 내용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라리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글로벌 중추 국가' 전략이라 부르는 게 명실상부하다는 것이다.
     
    인태전략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처음 주창했다는 점에서 굳이 '한국판'이란 수식어를 달면서까지 사용할 이유가 있느냐 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인태전략은 미국이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해당 지역은 물론 유럽 주요국들도 각자 방식의 인태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지역을 대폭 확대한 나라는 없다. 
     
    박진 외교장관이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박진 외교장관이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례로 미국 인태전략은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 5개국과 조약동맹을 심화하는 것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몽골, 태평양 도서국가 등을 언급할 뿐이다. 그야말로 인도와 태평양 지역에 국한한 것이다.
     
    이는 인태전략의 본래 목적이 중국 견제를 위한 지정학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중국을 지리적으로 에워싼 일본, 인도, 아세안, 그리고 멀리 유럽에서는 서태평양 지역까지 국력을 투사할 수 있는 몇몇 국가 외에 별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태전략의 글로벌화가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위치를 다소 중립적으로 보정한 것이다. 물론 이는 정부의 의지 여부와 무관하다. 
     
    인도‧태평양도 광대한 지역이지만 글로벌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세계를 포괄하는 일관된 전략을 도출하려면 나라별 공통분모를 최대한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전략의 밀도나 강도,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판 인태전략은 중국을 '주요 협력국가'로 명시한 것을 비롯해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성'을 강조하는 등 미‧중 간 신중한 균형을 꾀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박진 외교장관의 기조연설을 듣는 모습. 연합뉴스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박진 외교장관의 기조연설을 듣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이웃인 중국과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문제가 과도하게 안보화되지 않도록 공조"한다거나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한 대목도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이는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등 자국 우선의 폐쇄적 산업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는 이날 설명회에서 "미국이 때로는 '규칙 기반'(rule based)을 내걸면서도 다분히 자국 이익 중심 보호무역을 취하고 있다"며 중견국가(middle power) 간 연대를 주문했다. 
     
    어떤 점에서 한국판 인태전략은 누구도 반대하기 힘든 보편적 가치를 한꺼번에 버무려 넣은 측면이 있다. 
     
    미‧일이 방점을 두는 자유와 개방은 물론 중국이나 아세안이 선호하는 포용과 호혜까지 좋다는 내용은 모두 다 집어넣음으로써 비판의 여지를 최대한 줄인 셈이다. 
     
    결국 한국판 인태전략의 성패는 이날 발표된 내용보다 향후 정책 적용 과정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예컨대 '보편적 가치' 자체는 미국은 물론 중국도 동의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구체적 사안이 발생할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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