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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여야 득실 따지기 시작, 계산 제일 어려운 지역은?

국회/정당

    중대선거구제 여야 득실 따지기 시작, 계산 제일 어려운 지역은?

    핵심요약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띄우자 여야 모두 단점을 우려하면서도 논의는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격전지 수도권을 놓고 중대선거구제가 미칠 영향에 대한 여야의 계산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직전 총선의 참패를 만회할 수 있다는 의견과 영남권에서의 손실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는 불리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중대선거구제만 도입됐을 경우 수도권 손해가 너무 커 다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논의를 미뤄왔던 국회도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양새다. 논의 초기인 만큼 여야 모두 일단은 유불리를 따지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상황인데, 계산이 가장 어려운 곳은 수도권이다. 여기에 여야 기득권 지역인 영호남의 득실을 고려하고, 제도 설계 방식에 따른 결과까지 계산에 넣으려면 실제 결론에 이르기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논의해 당론 정할 것" 중대선거구제, 무엇이 달라지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987년 이후 소선구제를 채택해왔지만, 모든 선거제도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소선거구제의 폐단도 있지만 장점도 있고, 중대선거구제에도 장단점이 있다"며 "우리 당은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1차 논의를 하고, 필요하다면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구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최근 소선거구제가 마치 승자독식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그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얘기하는 것, 그 자체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닐 수 있겠지만, 중대선거구제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 먹기를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라면서 "당내 여러 의견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논의해서 당론으로 정해보겠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중대선거구제의 단점을 인정하면서도 논의는 해봐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이유는, 소선거구제의 폐해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1명의 후보만 당선되는 구조다. 나머지 후보는 얼마나 많은 표를 얻었는지와 관계없이 낙선하고, 이들이 받은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이 치러진 253개 지역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1434만5425표(득표율 49.9%)를,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1191만5277표(득표율 41.5%)를 얻었다. 정의당은 49만2100표(득표율 1.7%)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253개 지역구 중 163곳을 차지했고, 통합당은 84곳을 얻었다. 지역구 의석 비율로 보면 민주당이 64.4%, 통합당은 33.2%다. 1석을 차지한 정의당의 경우 의석 비율은 0.3%다. 실제 득표와 의석수의 괴리가 분명한 것인데, 이로 인한 사표 규모도 상당하다. 참여연대가 21대 총선 이후 분석한 사표 현황에 따르면, 사표 규모는 약 1250만여 표로, 비율은 전체 투표의 43.73%에 달했다.

    만약 선거제도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되면, 현행 지역구를 통합·조정해 각 선거구 소속 유권자 규모를 늘린 뒤, 한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2, 3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사도 국회에 진출할 수 있고, 특정 정당의 지역 독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전체 득표 수와 실제 의석 수가 일치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제도 도입의 명분은 일찌감치 확립돼 있지만, 실제 도입될 지 여부는 여야의 이해관계에 달렸다. 그간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던 것도 명분이 이해관계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당 단위에서 텃밭·험지의 손실·이득을 계산해야 하고, 각 지역 단위에서 엇갈리는 입장도 조율해야 한다. 한 지역구에서 몇 명을 뽑을 지, 각 정당이 몇 명을 공천할 지 등 제도 설계 방식에 따라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거대 양당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시나리오까지 가능한 만큼 결론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만 보면 與에 숨통…與 "전체적으로 불리" 野도 "손해 크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는 것을 전제로 여야의 계산법이 가장 복잡한 지역은 수도권이다. 지난 총선 때 경기도의 득표율을 한정해 살펴보면, 민주당은 53.9%, 미래통합당은 41.1%, 정의당은 1.9%다. 실제 의석수 배분은 민주당 51석(86.4%), 통합당 7석(11.9%), 정의당 1석(1.6%)이었다.

    참패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수도권 낙선자들의 대거 입성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현행 선거제도에서 수도권은 지역별로 5%p 차이로 당락이 엇갈리는 곳이 많다"며 "경기 서남부 지역은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2명 이상이 당선되게 바뀐다면 현재보다는 2배 이상 많은 국회의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수도권에서 일부 탈환을 고려하더라도 영남권에서의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국민의힘에게 불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15년도에 김무성 당대표와 문재인 당대표가 추석 때 선거제도 개편을 하자고 해서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도입 논의를 해봤는데, 친박이라든지 대통령실, 실무진에서 반대가 심했다"며 "우리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영남권에서 국민의힘이 당시 새누리당이 가진 의석의 40%를 잃는다. 그런데 호남에서 얻는 의석은 4%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영남권 지역구 의석 수는 65석인데, 산술적으로 이 중 25~26곳을 뺏기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성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 다선의원도 "영남권에서 잃는 만큼 수도권에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정확한 통계를 내기도 힘들고 이해관계도 엇갈리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언급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만 도입됐을 경우, 수도권에서 잃는 손해가 너무 크다는 계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로 인해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상당히 선전하고 호남에서도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그쪽이 보기에 중대선거구제가 유리하니 선호할 텐데, 우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권역별로 비례제를 하고 권역 내에서 소위 이중 등록이나 투표율 등을 통해 그 지역의 비례성과 소수 정당 진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정합성과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수 있는 제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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