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상현·안철수·김기현. 연합뉴스3‧8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수도권 대표론'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국 최다 의석수가 걸린 수도권과 보수당의 전통적 기반인 영남권 사이 미묘한 전선이 그어졌다. 이 전선을 사이에 두고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입장도 수도권과 영남이 갈라진 모습이다.
수도권 대표론은 당권 경쟁에 나선 이들 중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안철수(경기 분당구갑) 의원이 불을 댕겼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는 당 대표 후보들이 수도권 출마를 공동으로 선언하자고 한 윤 의원의 제안에 안 의원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한 것이다. 여기에 서울에서 지역구 생활을 이어온 나경원 전 의원(서울 동작구을)까지 "수도권의 민심을 제일 잘 알고 수도권과 공감할 수 있는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공감한다"고 힘을 더했다. 이쯤되면 '수도권 연대론'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영남 출신의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만찬에서부터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까지, 이른바 '윤심(尹心)'이 가리키는 곳에 김 의원이 있다는 '김기현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수도권 대표론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총선 승패는 당 지지율을 올리고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당 대표의 리더십에 따라 갈린다"고 말하는 등 수도권 대표론에 대해 '한가한 소리','곁가지'라며 반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4일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의 사무실을 찾고 다음 날에는 친윤계 의원인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 당원협의회 당원 연수에 연사로 나서는 등 수도권 행보에는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의원이 그간 보여준 역량을 높이 사는 원내 인사들 사이에서도 차기 총선에 영남권 당대표가 적절한 지를 두고 의문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수도권 대표론은 전당대회 시점까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정말 김 의원이 '윤심'이냐, 김 의원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들어오면 고민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남권의 한 의원은 "우리 당이 당세가 강했을 때 대표는 영남권 출신이었다.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성을 내세워 의석수를 가져온다는 생각은 안일하고 오히려 눈가림에 가깝다"고 하는 등 당내 의견은 정리되지 않았다.
수도권 대표론이 그은 전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 목소리를 낸 선거제도 개편, 중대선거구제도를 둘러싼 당내 이견까지 연결되면서 동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총선을 의식한 '수도권 올인' 기조, 수도권 대표론이 긍정적이라면 영남권은 부정적이다. 영남권의 한 당 관계자는 "수도권은 어차피 양당이 기본적으로 지지 비중을 각각 갖고 있고, 선거구제 개편보다는 그 시기 정부나 정당 지지도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실상 영호남 선거에도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운데, 그러한 결과로 얻는 것에 비해 정치적 상징성 면에서 타격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