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르포]서해에 울린 '쾅' 소리…"싸우면 박살내는" 을지문덕함을 가다[영상]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국방/외교

    [르포]서해에 울린 '쾅' 소리…"싸우면 박살내는" 을지문덕함을 가다[영상]

    해군 새해 해상기동·사격훈련 현장을 가다

    해군 1·2·3함대, 지난 4일 바다로 나가 새해 첫 기동훈련
    해역 가는 데만 3~4시간…전술기동, 헬기 이착함 등도 진행
    '매일매일이 실전'인 2함대…최근에는 상선 NLL 침범까지
    을지문덕함장 "적 도발시 조건반사적으로 응징, 승리로 종결"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적 도발시 '쏴'하면 쏘는 전투준비태세"

    해군 제공해군 제공
    땅 위에서 수많은 총포 소리를 들어 보고 항공모함을 3척(경항공모함으로 쓰이는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까지 계산하면 4척)이나 타 봤지만, 기자가 타고 있는 배가 항해하면서 직접 함포를 쏘는 것을 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훈련 구역에 들어선 광개토대왕급 구축함(KDX-Ⅰ) 을지문덕함에서 곧 사격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127mm 함포가 표적 방향을 향했다.

    "4, 3, 2, 1, 사격!" 하는 소리와 함께 포성이 배를 잠깐 동안 흔들었다. 약간 시간차를 두고 5발의 대함사격을 했더니 포성에 조금 익숙해지는 듯했는데, 아니었다. 잠시 후 대공사격 4발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자 사격으로 인한 반동이 더 세게 다가왔다. 을지문덕함의 사격을 시작으로 이를 뒤따르는 인천급 호위함(FFG 배치-Ⅰ) 경기함,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PKG) 홍시욱함, 신형 참수리급 고속정 221호정도 제각기 127mm와 76mm 함포를 일제히 표적을 향해 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 4일 해군 1·2·3함대가 동시에 실시한 새해 첫 전대 해상기동훈련을 취재했다. 특히 2함대 기함인 을지문덕함에 직접 탑승, 서해 바다로 나가 해상기동훈련과 함께 실제 함포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매일매일이 실전' 해군 2함대, 새해 벽두부터 바다로 나갔다

    전술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해군 2함대 함정들. 사진공동취재단전술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해군 2함대 함정들. 사진공동취재단
    해군은 매년 초 전대 규모로 해상기동·사격훈련을 실시한다. 동해를 담당하는 1함대, 서해를 담당하는 2함대, 남해를 담당하는 3함대 모두가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전투수행절차를 숙달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모두 합쳐 함정 13척과 장병 약 1천명이 참가했다.

    특히나 2함대는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해전을 모두 치른 부대로, 매일매일이 실전이다. 그래서 구호도 '필승함대 2함대, 싸우면 박살낸다'다. 취재진이 이번에 탄 함정은 해군 2함대의 기함이자, 이번 훈련의 지휘관인 23전투전대장 김동석 대령이 탑승한 지휘함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을지문덕함.

    을지문덕함을 포함해 평택을 떠난 함정 5척은 평택에서 서해 바다로 나가는 좁은 수로를 지나, 3~4시간 정도를 시속 15노트(28km/h) 정도로 항해해 격렬비열도 북서쪽 훈련 해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태안반도까지는 약 80km 거리. 취재진이 타고 있는 을지문덕함은 침로를 별로 바꾸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데, 뒤따르는 함정들이 진형을 바꾸는 걸 보니 확실히 기동을 하고 있었다.

    을지문덕함에서 이착함하는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 사진공동취재단을지문덕함에서 이착함하는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는 와중 어디선가 날아온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가 함 뒤쪽의 비행갑판으로 날아왔다. 격납고 문은 닫히고, 혹시나 모를 경우에 대비해 승조원들 일부가 방화복을 입은 채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다. 헬기는 다가오는데 배는 멈출 기미가 별로 안 보인다. 옆에서 해군 관계자가 "함정이 기동하는 가운데 헬기가 착함하는 건 해군에서 기본이다"고 귀띔했다.

    하기사 배가 무슨 자동차도 아니고 가다 서다 할 수는 없는 만큼, 함재기 운용을 위해 만들어진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도 항해를 계속하면서 함재기가 이착함하는 것이 기본이긴 하다. 그래도 고정된 땅 위에서의 이착륙만 보다가, 움직이는 배에서 이착함하는 모습은 진기명기를 방불케 했다.


    군함의 '두뇌' CCC를 가다…"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수장시킨다"

    표적을 조준하고 있는 을지문덕함의 127mm 함포. 김형준 기자표적을 조준하고 있는 을지문덕함의 127mm 함포. 김형준 기자
    해상기동훈련까지 마치고 오후에 시작된 사격 훈련. 약 8km 떨어진 바다에 있는 가상표적을 향해 을지문덕함에서 127mm 함포 5발, 인천급 호위함 경기함에서 127mm 함포 5발,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 홍시욱함에서 76mm 함포 5발, 신형 참수리급 고속정 221호정에서 76mm 함포 5발을 일제히 쐈다.

    이어서 대공사격이 이어졌는데, 아까와 달리 비행기가 가상표적을 줄에 연결해 끌고 다니면 그 표적을 쏘는 방식이다. 떨어져 있는 거리는 8km 남짓으로 방금 전 대함사격 때와 비슷하긴 한데 2.7km 높이에서 표적이 날아다닌다. 그 표적을 바다 위 움직이는 배에서 유도탄도 아니고 함포를 쏴서 맞추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대함사격 때와 달리 함포 4발이 거의 간격 없이 계속해서 불을 뿜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실제 교전 목적'으로 발사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바다의 특성상 매일 실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새벽 3시쯤부터 서해 백령도 북서쪽 바다에서 북한 상선 1척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바람에 함대 전체에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이 사건 당시 군은 경고통신을 보냈지만 응하지 않아서 7.62mm M60 기관총으로 1차, 2차에 걸쳐 20발을 쐈고, 그때서야 무포호는 뱃머리를 돌렸다. 이것 외에도 NLL을 넘지는 않아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사건이 훨씬 더 많으며, 북한 상선들은 불법 무기수출이나 대북제재를 피해가려는 불법 환적 등에 쓰이는 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장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영하의 날씨에 을지문덕함에서 견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병. 김형준 기자영하의 날씨에 을지문덕함에서 견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병. 김형준 기자
    취재진은 이러한 함의 모든 작전을 지휘하고 관장하는 전투정보통제실(CCC)에 특별히 들어갈 수 있었다. 함교는 겨울 바닷바람이 불어 춥다면, CCC는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이라 답답하고 더우니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장병 수십명이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한눈에 보기에도 수고스러웠다. 대부분의 모니터에 붙어 있는 '2급 비밀(Secret)' 표시는 '여기가 정말 작전을 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을지문덕함은 대함·대공·대잠전투가 모두 가능한데, 이 세 가지 임무를 이곳 CCC에서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함이 처음 도입될 때는 1980년대 영국 BAE사에서 만든 전투체계를 도입했지만, 2021년 국산 전투체계로 성능개량을 진행해 현재는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을지문덕함장 김국환 대령. 사진공동취재단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을지문덕함장 김국환 대령. 사진공동취재단
    이 배를 1년 남짓 지휘한 함장 김국환 대령은 2함대 작전참모 등으로 오랫동안 근무해, 그야말로 서해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적이 도발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응징해 현장에서 작전을 승리로 종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지만,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승조원들로부터 각종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함의 최종 책임자인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사격훈련까지 모두 마무리되자 그는 함내방송을 통해 "오늘 필승의 의지 고양을 위한 해상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여러분의 노고를 높이 높이 치하한다"며 "소중한 오늘의 경험을 잊지 말고,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수장(水葬)시킬 수 있도록 일전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P-3 오라이언 해상초계기에 탑승해 훈련 현장을 지도하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해군 제공P-3 오라이언 해상초계기에 탑승해 훈련 현장을 지도하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해군 제공
    이번 훈련에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도 P-3 오라이언 해상초계기를 타고 날아와 현장을 지켜봤다. 그는 김동석 23전대장과 교신에서 "2023년 새해 첫 훈련인데 취지를 잘 이해하고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실전적인 훈련을 실시하여 대비태세를 갖추라"며 "적이 도발할 시에는 '쏴' 하면 쏠 수 있는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하고, 평상시 실전적인 훈련으로 행동화해야 하며 정신무장을 강화하여 승리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대장 또한 "훈련의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고 강하고 실전적인 훈련으로 필승의 의지와 정신무장을 확고히 하겠다"며 "적의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생존성을 보장한 가운데 철저하게 응징하겠다. 실전적 교육훈련으로 행동화해 언제든 '쏴' 하면 쏠 수 있는 전투태세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필승함대의 전통을 계승하겠다"고 답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