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 속에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들을 우리는 '의인'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이처럼 남을 돕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소중한 목숨을 잃더라도 제대로 된 예우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2011년 서울 인사동에서 발생한 외국인 호텔 화재 사고. 당시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던 정재벌 씨는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재벌 인사동 화재사고 의인 : 호텔 대문에 불이 붙어서 올라 타는 거야. 그래서 쫓아갔지. 가니까 복도에 불이 나가지고 사람들이 막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거기서 한 6~7명 끌고 나온 거예요.] 수많은 생명을 구한 정씨,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장애와 빚더미뿐이었습니다.
열상의 후유증으로 왼쪽 시력을 잃었고, 그때 얻은 폐질환으로 지금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장애가 생기면서 운영하던 식당마저 문을 닫아야 했고, 이어 불어닥친 생활고는 정씨의 가족들이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결국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는
정씨는 얼마 되지 않는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재벌 인사동 화재사고 의인 : 부상 때문에 일을 못했죠. 계속 수술하고 병원 다니고 그런 생활이 십여 년 동안 이어지다 보니까 가정도 깨졌잖아요. 내가 능력이 안 되다 보니까…] 우리나라에는 정씨처럼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다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보상해주는 의사상자 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피해 정도에 따라 최고 2억 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의료‧교육‧취업 등 다양한 지원이 있지만, 정씨는 최근에야 이 제도를 알았습니다.
[정재벌 인사동 화재사고 의인 : 지금까지는 몰랐어요. 몰랐는데 이번에 한국의사상자협회 김덕민 대표를 만나서 알게 됐죠.] 정재벌 씨가 2011년 서울 인사동 화재 당시 사람을 구했다는 시민제보 편지. 박철웅 PD정씨는 최근 의사상자 제도를 알게 됐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습니다. 의사상자 인정 심사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의사상자 인정 기준과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한 데다, 증빙자료도 당사자가 직접 찾아서 제출해야하는 등
까다로운 선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겁니다.
[정재벌 인사동 화재사고 의인 : 의사상자 신청을 위한 서류 좀 갖춰달라고 해서 서류를 찾는데 지금 이게 한 달이 넘어가는데도 아직 다 정리를 못 한 거고…]
의사상자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미숙 경기도의회 의원(군포3) : 우리가 살다 보면 위험하거나 불행이 닥쳤을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준 분들이 목숨을 잃거나 아니면 상해를 입거나 했을 때는 예우를 해줘야 되는데 그런 예우 또는 지원이 너무 부족하고, 그런 분들이 사회 공헌자인데도 불구하고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한 사회가 되려면 그런 분들에 대한 예우가 꼭 필요하다.
어쨌든 의사상자분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우선 알리고 싶다. 의사상자라 하면 시민들이 잘 모른다. 호칭을 사회적 유공자로 좀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유공자는 국가를 위해서 공을 세운 분들을 칭하고 사회 안전망에 기여해서 사회를 위해서 힘쓰신 분들은 사회적 유공자라고 따로 호칭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의사상자분들의 수가 많지 않다. 그분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발굴하고 데이터를 구축해 연구하고, 이 분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어떠한 경우에 의사상자에 해당하는 지 분명히 해야 한다. 또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거기(소방 혹은 경찰)에 일하는 분들한테 교육도 하고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경기도에는 상위 법률과 관련해서 조례가 있는데 조례에도 국가유공자분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 그에 준해서
의사상자분들도 그런 혜택들을 받을 수 있게끔 조례 개정을 할 예정이다.]
빛과 소금처럼 우리 사회를 지켜 온 의사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