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박종민 기자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용산참사에 대해 "조급하고 무리한 진압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장관은 용산참사 관련자 25명을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하면서 이런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CBS노컷뉴스가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당시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박 전 장관은 용산참사의 근본 원인에 대한 논의가 오가던 중 "조급하고 무리한 진압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첫 특사 대상에 용산참사 당시 철거민 등 25명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 "용산 사건을 완전히 정리한다는 것이 이번 사면의 의의"라고도 강조했다.
사면심사위는 사면을 9일 앞둔 2017년 12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박상기 위원장(당시 법무부 장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이금로 법무부 차관과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송삼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했다. 고(故) 이주흥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故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손창용 서울대 교수 등이 외부위원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망 사건에 연루된 철거민 25명을 첫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사면·복권했다. 다만 현재 재판을 받는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장은 빠졌다. 공안사범 사면은 2013년 1월 이후 5년 만이었다.
당시 법무부 공안기획과장은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처벌된 철거민 27명 중 사망한 1명을 제외한 전원의 공민권 등 각종 법률상 제한을 해소시켜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철련 남경남 의장은 죄질이 불량하고 동종범죄로 재판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연합뉴스사면심사위 위원들은 남 의장에 대한 특사 명단 제외를 만장일치로 적정하다고 봤다. 이형규 교수는 "남 의장의 경우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고 '생계형(범죄)'이라고 보기 어려워 사면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박균택 검찰국장도 "남 의장이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므로 그 결과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이 맞고, 국민적 인식을 고려하더라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국장으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다만 고계현 사무총장은 "직업적 활동가라서 배제해야 한다는 시각보다는 이 사건과 다른 사건으로 계속 재판 중이기 때문에 배제해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다. 일부 위원이 "남 의장과 같은 형을 받은 철거민 2명에 대해서도 사면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폈지만, 박상기 전 장관이 "용산사건을 완전히 정리한다는 이번 사면의 의의를 생각하면 2명을 더 남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라고 반대해 남 의장을 제외한 25명 모두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이금로 차관, 송삼현 검사장 등도 같은 취지 의견을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은 유일하게 사면대상에 포함된 정치인 사범이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면을 계기로 정치 활동을 재개했지만, 2018년에는 민주당 복당이 불허됐다.
고계현 위원은 "BBK 주가조작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 사람들 중 정봉주 전 의원만 실형을 살았다. 이번 기회에 복권을 해 주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라고 했다. 이형규 교수도 "BBK 문제를 제기했던 김현미 의원 같은 분은 이미 사면됐으므로 형평성 차원에서도 복권을 해주는 것이 맞는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