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외유입 방역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이
금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감소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다음 주부터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신규 발생이 2주 연속 감소하는 등 당국이 작년 말 발표했던 조정기준 절반이 충족되면서 마스크 해제 추진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發 리스크보다 위중증이 더 문제"…당국 해제기준은 충족
정 위원장은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특별대응단 정례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를 가리켜
"이 숫자만 어느 정도 꺾이는 모습을 이번 주에 우리가 본다면 다음 주쯤엔 실내마스크 의무조정에 대해서 논의를 정식으로 시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역 상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되는 중국발(發) 확진자보다는 7차 유행으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여전히 상당 규모라는 점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위중증이 늘어나면 그 숫자의 딱 절반은 사망한다. 아직까지 그 부분이 개선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 개선은 굉장히 요원하다"며 "중환자 의학에 관해서는 그 부분이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확진이 되고 난 다음 1~2주 뒤에 (위중증 수에) 반영되는 경향을 보면 아직 (위중증 환자가) 증가추세에 있는 것이 많이 이상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혹시 최근에 유행하는 어떤 새로운 변이, 백신의 면역정도, 아니면 치료제의 문제 때문인지 조금 더 살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작년부터 지속된
겨울철 코로나19 유행은 정점을 지났다는 게 중론이다. 매주 요일별 확진자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 위원장은 "(작년) 12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확진자 숫자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실내마스크 착용을 현행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하기 위한 조건으로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 등 4가지를 제시하며 이 중 2개 이상 지표가 충족되면 단계적 해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참고치가 되는 개별 기준으로는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하 △동절기 추가접종률 고령자 50%·감염취약시설 60% 이상 등을 내세웠다.
코로나19 특별대응단 제공이 발표대로라면
지난달 넷째 주부터 2주째 감소한 확진자 규모, 60% 정도 여력이 남아있는 가용병상 등 2가지 이상이 기준에 충족된 상태다.
中입국자 양성률 '들쭉날쭉'…"이미 정점 치고 내려가고 있을 수도"
다만, 방역 완화 이후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확진자가 변수로 등장했다. 전날부터 중국 당국이 34개월 만에 입국 격리를 완전히 풀면서 국내로 입국하는 중국 여행객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2일 이후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입국 후 PCR(유전자 증폭) 검사, 5일부터는 입국 전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입국 즉시 공항에서 검사를 받는 단기체류 외국인의 양성률은 등락이 다소 심한 편이다. 지난 4일에는 31.4%까지 치솟았다가 사전 음성확인서가 적용된 5일은 12.6%로 떨어졌다. 이후 6일 23.5%→7일 14.8%→8일 3.9% 등 들쭉날쭉한 양상이다.
단기체류 외국인의
누적 양성률은 20.0%(1823명 중 365명 양성)로 '5명 중 1명'이 확진됐다.
정 위원장은 "중국의 상황이 다행히 지금 정점을 치고 대도시에서 내려가고 있는 추세라면, 더 이상 감염이 더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국에서 들어오는 숫자로 (유행추세를) 가늠할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우리가 예정했던 일정표대로 갈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중국 상황이 유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내마스크 조정 일정 자체를 연기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발 입국자의 양성률 변동 폭이 큰 데 대해선 "
처음엔 그냥 무턱대고 (항공편에) 탔거나 검사과정 등이 소홀했던 부분들이 조금 정상화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한국 가면 자꾸 PCR에 걸리고 여러 모로 불편하니까 조금 더 정확하게 검사를 하고 (양성이 나오면) 안 가는 등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제 나온 (양성률) 4%라는 숫자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돼서 5% 미만 정도에 머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중국 현지 검사의 신뢰성 문제와 관련해선
양국의 검사방법 차이가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뇌가 찔릴 정도'의 느낌을 받으면서 코 깊숙이 (면봉을) 집어넣는다. 이것이 가장 정상적인 것"이라며 "중국에서는 PCR이 아니라 핵산 검사를 하는데 우리와 기계·원료가 조금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누구나 다 짐작하듯이 위·변조가 있을 수도 있다"라며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양성률이) 안 떨어지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 방역당국과 자세한 내용을 한 번 논의해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괴물 변이' 출현가능성 낮아…2가백신, XBB.1.5에도 효과 있다"
연합뉴스해외동향으로 미뤄볼 때 유행 판도를 바꿀 만한 신규 변이가 곧 출현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최근 한 달 간 국내 입국자가 가장 많았던 일본은 BA.5 변이가 검출률 80%을 차지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우리나라의 유행변이는 BA.5(38.2%), BQ.1(7.0%), BQ.1.1(5.5%) 등
BA.5 세부계통이 과반(55.2%)이다. 그 외 BN.1 33.3%, BA.2.75 6.7% 등으로 나타났다.
정 위원장은 "베트남·태국은 BA.2.75, 싱가포르·홍콩은 BQ.1,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는 XBB 등 오미크론에서 아류로 변형된 여러 가지 변이들이 각 나라 사정에 따라 춘추전국시대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바이러스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다 발견돼 동태를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논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여러 변이가 있다손 쳐도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우리를 위협할 만한 새로운 변이가 조만간에 나타나긴 좀 어렵지 않나, 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XBB.1.5에 대해서는 오미크론 맞춤용으로 개발된 2가 백신이 일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XBB.1.5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빠른 시일 내 우세종화가 전망된다.
정 위원장은 "백신을 놓을수록 백신 타입을 피해 다르게 변형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코로나뿐 아니라 폐렴구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 전에 맞았던 단가 백신은 오미크론에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후에 판명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XBB.1.5를 포함한 실험실 결과에 의하면 새로운 개량백신이 어느 정도의 항체는 만들어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