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증빙자료를 만들거나 가짜 직원을 내세워 국가보조금 수억 원을 가로챈 스타트업 대표 2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과정에서 보조금 지원사업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제주지방검찰청 형사2부(오기찬 부장검사)는 사기와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문서 변조, 변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구속된 제주지역 모 스타트업 대표 A(23‧여)씨를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건설사 대표와의 친분을 내세워 분양권을 매수해준다거나 변호사를 사칭하는 등 회사 직원과 투자자를 속여 1억 78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소송에 휘말린 직원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다고 속여 자신의 대포폰 번호를 알려줬다. A씨는 소송 관계인에게 전화해 변호사를 행세하는 등 수임료를 가로챘다.
A씨는 또 지난해 3월과 5월 사이 허위 증빙자료를 만들거나 가짜 직원을 등재하는 방법으로 한국농업진흥원과 기술보증기금, 제주도로부터 보조금 2억4300만 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다.
범행은 치밀했다. A씨는 가족과 지인 명의로 유령회사를 만든 후 자신의 회사가 마치 유령회사로부터 기술 개발 자재를 납품받은 것처럼 허위로 증빙자료를 만들어 보조금을 타냈다.
아울러 가족과 지인을 회사 직원으로 등재해 기술보증기금 일자리창출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2억1000만 원 상당의 보증서를 가로챘다. 이후 은행에서 보증액 상당액을 대출받기도 했다.
이밖에 사업진행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허위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조금을 받았다.
제주지방검찰청. 고상현 기자특히 더는 기관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등록을 위해 직원을 시켜 다른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를 변조해 행사한 혐의다.
사기와 보조금 편취 범행에 이어 A씨는 한 직원을 부당 해고하고도 제주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1200만 원 상당의 금전배상 명령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와중에 지난해 9월 A씨의 보조금 편취 정황을 확인해 수사를 벌여왔다. '보조금관리법 위반'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패범죄'에 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조금을 통한 신생기업 지원사업이 다수 있지만, 그 중 일부는 사업장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보조금이 지급되고 사후감독이 부실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씨는 여러 차례 보조금사업에 응모했으나, 사업장 실사가 이뤄진 사업은 탈락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농업진흥원과 기슬보증기금, 제주도 등 사업자에 이번 사건 내용을 통보해 부정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회수하고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