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첫 해외 순방 일정을 앞에 두고 군 내부 기강을 다잡고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안보 태세에 만전을 기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방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방부는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이라는 주제로 △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 대비 압도적인 대응 능력 구축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 기반 마련 방안 등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평화를 우리는 '가짜 평화'라고 한다"면서 "선의에 의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시적인 가짜 평화에 기댄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다 사라졌다"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들은 지금까지 역사상 사라지지 않고, 그 나라의 문명을 발전시켜 인류사회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가짜 평화'는 문재인 정부에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한반도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결국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태 등에 미숙한 대응을 보였던 군에 철저한 대비 태세를 주문했다. 지난달 28일처럼 "훈련도 제대로 안하고 아무것도 뭘 한 거냐" 등의 질타는 없었지만, 실전과 같은 훈련을 재차 주문하면서 기강을 다잡으란 당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우리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 강력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모든 사람에게도 이러한 의식과 자세가 전파될 수 있도록 애써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30년 전에 했던 교육 훈련 체계를 가지고 지금 (훈련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고생시키는 체력 훈련을 훈련이라고 생각해도 안 된다"며 "전쟁을 대비하는 실효적인 연습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의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의 강화를 주문하면서 "대량응징보복 역량을 갖추고 거기에 대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북한이) 공격 자체를 하기 어렵다"며 "아예 도발 심리 자체를 눌러야 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KMPR 강화는 한미 간 미 핵자산 운용의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 등을 뜻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외교부와 국방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업무보고를 했다. 연합뉴스
새해에도 '압도적 대응' 등 강경한 대북 기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힘에 의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는 윤 대통령이 새해 첫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과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한다"며 최근 북한 무인기의 우리측 영공 침범이나 탄도미사일 도발 등을 지적한 뒤 "북한의 이러한 불법적인 도발행위들은 결국 대한민국의 안보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 간 핵전력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부분에 대해서 "한국이나 미국 서로 북핵에 대한 위협에 함께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동 실행에는) 도상연습(TTX), 시뮬레이션도 있고 핵 투발 수단의 기동에 관한 연습도 있다"고 구체적인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메시지는 오는 14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UAE와 스위스로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군 내부 기강을 잡고, 대외적으로는 대북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계속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떠한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훈련을 통해 만발의 대비를 하라는 것이 대통령의 주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