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하는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가 초읽기로 들어오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초로 도입된 결선투표제가 어떻게 작용할지가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지도부가 결선투표제를 꺼내들었을 때만 해도 친윤 후보의 당선을 위한 '이중 장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친윤 후보들이 조기에 정리되고 나 전 의원이 '엉겁결에' 확장성을 갖추게 되며 오히려 친윤 후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를 대상으로 다시 결선투표를 치르는 내용의 당헌개정안을 의결했다. 여론조사를 배제하고 당심 100%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룰 개정과 함께 결선투표제는 "친윤 후보 당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평이 나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친윤 후보군에는 김기현 의원, 권성동 의원, 나경원 전 의원에 내각에 차출돼 있는 원희룡 장관, 권영세 장관 등 난립이 예상됐다. 이들이 단일화에 실패해 친윤 표심이 갈라지는 것을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개각설을 일축하고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친윤 후보의 난립은 김기현 단일후보로 조기에 정리됐다. 전당대회가 '친윤' 대 '비윤' 구도가 되면서 결선투표 끝에 '윤심'을 앞세운 김 의원의 싱거운 표몰이가 예상됐지만, 나경원 전 의원이 최대변수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추이대로 나 전 의원과 김 의원이 결선투표에 올라갈 경우, 비윤표가 나 전 의원 쪽으로 쏠리며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강신문 제공이전까지 나 전 의원은 전통적인 지지층의 지지세가 높은 반면 강성보수 이미지가 강해 중도 확장성에서 의문이 남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통령실과의 파열음으로 '비윤'에 어필할 수 있는 확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이 재밌는 게 엉겁결에 확장성이 생겨버렸다"며 "이미지가 고정돼버리면 3등, 4등 후보를 포용하지 못할 수 있는데, 나 전 의원이 결선에 올라가면 비친윤 쪽으로 확장성이 생겨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누군가를 막아 보려고 만든 결선투표,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누군가를 막기 위해서는 결선투표를 안 해야 될텐데"라고 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나 전 의원은 공개행보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며 '친윤'의 정체성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13일 페이스북에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어, 본인의 불출마를 압박했던 친윤계를 직격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친윤 대 비윤 구도에서 친윤 범위를 너무 한정 지은 측면이 있다"며 "단일 친윤 대 범윤 연대에서는 결선투표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의 결선투표 진출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나 전 의원과 김 의원의 친윤 표심 분산이 중간 지대에 위치한 안 의원에게 어부지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 의원은 "출마하셨으면 좋겠다.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나 전 의원의 결단을 독려하고 있다. 안철수캠프 김영우 선대위원장도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이 나오면 수도권 바람이 분다. 수도권 당대표냐 아니면 비수도권 당 대표냐라고 하는 당대표 전당대회의 핵심 키워드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저희는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