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황진환 기자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며 역대급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시장 경착륙 경고음이 커지자 정부가 거래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다주택자 다수는 신중한 자세로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자산가들은 서울의 경우 집값 조정기가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녀용 주택 추가 매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3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과 대출, 청약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자산가들 중 다수는 아직까지는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규제는 크게 완화됐지만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인 주택담보대출금리의 바탕이 되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열려있고,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역대급 거래절벽과 매수심리 위축 상황이 당장 반전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올해까지는 부동산 시장 조정기라고 판단하고 관망세를 취하는 자산가들이 많다"며 "신규 투자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 처분 등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검토하는 분들이 많은데 매각할만한 물건이 어떤 것이고 매각 시기와 적정 매각 가격 등을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수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신규 주택 매수를 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격이 조정됐을 때 전세를 끼고 자녀용 주택을 매수하는 등 저평가 된 주택을 추가로 사들이기에는 올해가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다.
신한은행 이촌동PWM센터 이영진 팀장은 "정부의 규제완화 시그널은 분명한 상황이고 부동산 사이클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는 자산가들은 규제가 풀린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울 집값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며 "재작년부터 증여이슈가 있었지만 매물도 없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증여에 나서지 못한 자산가들 중 일부가 올해 여름쯤 자녀용 주택매수를 하면 어떨지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주택 추가 매수에 나서더라도 대상 주택은 서울 도심 등 인기 지역으로 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은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다주택자 역시 금리부담과 경기침체 우려, 집값고점 인식은 갖고 있는 만큼 정부의 기대대로 다주택자들이 바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금리 인상 레이스가 종결되기 전까지는 매수에 나서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주택자들이 매수에 나서더라도 회복기에 먼저 회복할만한 지역에 대한 매수에 나설 것"이라며 "서울이나 도심 등 인기지역 아파트부터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