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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인정한 '원청이 진짜 사장'…'노란봉투법' 힘 받을까

경제 일반

    법원도 인정한 '원청이 진짜 사장'…'노란봉투법' 힘 받을까

    서울행정법원, "CJ대한통운, 하청노동자와 교섭할 의무 있는 사용자" 인정
    특고 대한 사용자 개념 현실화…"근로계약관계 없어도 노동조건 지배·결정할 지위면 사용자로 봐야"
    국회 문턱 넘지 못하던 '노란봉투법', 사용자 개념 확장하는 노조법 2조 개정에 동력 얻어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 대한 손배소 원인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노란봉투법 개정해야 '불법' 줄어"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단체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일명 '노란봉투법' 노조법 개정 움직임에도 새로운 활력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2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의 판단은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일은 '부당노동행위'라는 결론이다.

    앞서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CJ대한통운은 고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택배기사들은 택배사 하청업체인 대리점에 소속된 특수고용노동자이니 교섭이 필요하면 대리점과 하라는 주장이다.

    이에 택배노조가 제기한 구제신청에 2020년 11월 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을, 2021년 6어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의 손을 각각 들었고, CJ대한통운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판부가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곧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해석한 점이다.

    이미 대법원은 2010년 원청인 현대중공업을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고,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면 형사처벌 대상인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볼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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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에 대해 경영계를 중심으로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만 금지했을 뿐, 단체교섭을 이행할 의무는 원청과 하청노동자 간에 직접적·묵시적 계약관계를 맺어야만 가능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청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경우 울산지법과 부산고등법원에서 모두 패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역시 법원이 단체교섭의 조건을 엄격하게 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 정부 들어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면서도, 정작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더욱 제한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중노위는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원청인 대우조선의 교섭에 응할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하청 근로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이상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인 중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단체교섭권에서 교섭할 권리만 인정할 뿐 교섭의 목표이자 결과인 단협 체결은 가로막아 사실상 교섭권을 무력화한 판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다.

    반면 이번 판결에서는 택배 노동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CJ대한통운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고, 교섭은 물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택배노조를 대리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법률원 조세화 변호사는 "계약 관계와 상관없이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관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면 형식적 계약관계 여부를 떠나 교섭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판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대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법원이 전격적으로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고 그 의무를 온전히 물으면서 원청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노조법 2조·3조 개정 움직임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조에서 근로자·사용자의 정의 및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고, 3조에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각각 담은 개정안이다.

    지난해 노동계 주요 쟁점이었던 '노란봉투법'은 법 개정이 유력했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야 정쟁 속에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해배상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으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처리하자"며 "사용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조법 2조와 3조를 분리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을 반영해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도록 노조법 2조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중노위나 행정소송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하청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없고 판결로 바로잡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식으로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CJ대한통운의 경우 이번 판결까지 6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도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다면 노동자들이 수년의 시간과 돈, 불안함을 걸고 재판을 벌이게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제대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정부·회사가 노조의 단체행동에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CJ대한통운도 지난 3월 하청노조의 파업에 2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당시 파업을 벌인 원인은 CJ대한통운이 교섭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원청의 교섭 거부가 불법으로 판결됐고, 결국 노조를 향한 거액의 손배소의 원인이 기업의 불법행위에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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