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장연 사무실에서 서울교통공사측과 면담을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시가 17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일시 중단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시민연대(전장연)에 설 연휴 전인 19일 장애인 단체들과의 비공개 합동 면담을 최종 제안했다.
전장연은 지난 11일 '오세훈 서울시장님 갈라치기, 혐오조장 무정차를 멈추어 주십시오'라는 입장문을 내고 지하철 탑승시위를 둘러싼 법원 조정안의 수용여부 등을 공개토론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시·서울교통공사는 5회에 걸쳐 전장연과 면담을 협의했지만 전장연 측이 단독 면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공동 면담을 통해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시 역할과 지원 사항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장연은 2001년과 2002년 연이은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와 이를 계기로 기한 내 모든 지하철 역사에 100%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서울시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2004년까지, 박원순 전 시장은 2022년까지 설치 완료를 약속한 바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전체 역 337개 중 95%에 해당하는 319개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시는 2024년까지 337개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2일부터는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이 0.8%(국비 1.3조원) 증액하는데 그쳤다며 서울지하철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시위를 재개해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많게는 100~200명이 집단생활하는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벗어나 개인별 지원(탈시설)을 통해 장애인이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계적으로 장애인 수용 집단거주시설을 폐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탈시설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고, 전체 장애인 의견 수렴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합리적 논의가 가능토록 다양한 단체와 함께 공동 면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탈시설, 활동지원, 평생교육 지원과 장애인 권리예산 국비 1.3조원은 정부 소관 사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있는 서울시와 장애인 권리 예산을 편성하는 대통령실, 핵심 중앙정부, 국회가 서울에 있는데, 그럼 어디 가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라는 얘기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의 비공개 합동 면담 제의를 전장연이 수용할지 여부와 면담 진척도에 시·공사와 전장연간 법적 갈등 해소 여부도 달려있다.
9일 시청에서 장애인 단체장 9명과 간담회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박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전장연이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지하철 역사 19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이후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도록 하는 조정안을 냈다.
전장연 측이 이를 수용한 반면 서울시와 공사가 거부하면서 법원 2차 강제조정안에서는 '지하철 5분 초과 지연시 손해배상' 문구가 삭제됐다. 전장연은 즉각 반발했지만 탑승 시위 대신 지하철 선전전을 하며 오 시장에 단독 면담과 공개토론을 요구해왔다.
오 시장은 "불법에 관한 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며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공사는 전장연과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6억145만원의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지난 9일에는 전장연을 제외한 장애인 단체 단체장 9명과 오 시장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