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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344명이 나갔다"…판사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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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최근 5년간 344명이 나갔다"…판사가 부족하다

    편집자 주

    사건을 판단하고 법을 집행하는 법원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축입니다. 헌법에 따라 법원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법적 분쟁을 심판하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은 물론 대통령, 국회의원, 재벌 총수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한 법원이 극심한 인력 유출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법원의 위기는 법원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우리가 받는 법률 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판사 유출 문제와 그 원인으로 꼽히는 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그리고 외부에서 바라 본 법원의 현 주소를 들여다 봅니다.

    [흔들리는 법원①]

        
    ▶ 글 싣는 순서
    ①"최근 5년간 344명이 나갔다"…판사가 부족하다
    (계속)

    법원이 극심한 법관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년 간 법원을 떠난 법관만 344명에 달한다. 사망과 정년퇴직 인원을 제외한 숫자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법원의 허리라 할 수 있는 법관들의 퇴직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예전이었으면 나가지 않을 기수가 나가고 있다. 나가는 기수가 낮아지고 있다" 등의 위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관 부족은 국민이 받는 법률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 간 344명 사표… 퇴직자 중 '30기 이하'가 58.2%

        
    18일 CBS노컷뉴스와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확보한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명예퇴직과 의원면직, 임기만료 등 자발적 의사로 법원을 떠난 법관은 344명이다. 사망자와 정년퇴직자를 합치면 370명에 달한다.

    법원을 떠나는 인원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8년 64명, 2019년 47명의 법관이 사표를 썼지만, 2020년엔 65명의 법관이 법원을 떠났고 이어 2021년에는 89명이 사표를 썼다. 지난해엔 79명의 법관이 법원을 떠났다.

    특히 법원 내 허리로 통하는 사법연수원 30기 이하 법관의 유출이 눈에 띈다.

    2018년 퇴직 판사 중 30기 이하 법관의 비율은 15.6%(10명)였지만, 2020년 61.5%(65명 중 40명)로 급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퇴직자 중 30기 이하 법관의 비율은 46.1%(89명 중 41명)와 58.2%(79명 중 46명)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에 대해 한 법관은 "나가는 기수가 예전보다 어려지고 있다"라며 "과거에는 안 나갈 기수가 지금은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변호사 시장도 인력 유출이 심하다 보니, 로펌 등에서도 허리 기수의 판사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고위 법관 역시 "현재 법원의 인사 구조와 보수 구조 모두 젊은 친구들을 떠나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구조와 보수 구조는 2편에서 계속)

    법원 내 요직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이탈도 꾸준히 이어져 지난해엔 5명의 재판연구관이 법원을 떠나 로펌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고위 법관은 "재판연구관은 판사로서의 몸값이 가장 높을 때"라며 "연구관을 하며 다양한 판례를 보고 알고 있기 때문인데, 재판연구관을 하다가 대형 로펌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봤다.

    판사 1명이 年 464건 처리… 사법 수요는 증가하는데 판사 수는? 

    연합뉴스연합뉴스
    현행법은 전국 판사의 정원을 3214명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휴직과 연수, 연구 등의 인력을 빼면 현장 인력은 3000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판사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진다. 사법정책연구원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판사 1명이 한 해에 처리하는 사건 수는 464건에 달한다. 독일(89건)과 프랑스(196건), 일본(151건)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처리 사건 수가 많다.

    판사 수가 더디게 증가하는 동안 변호사의 수는 급증했다. 2011년 1만 2000명 수준이었던 변호사 수는 2018년에 2만 6000명까지 증가했고, 2019년 이후부터는 '변호사 3만 명' 시대가 열렸다.

    결국 변호사가 늘어나며 일반 시민들의 사법 서비스 수요는 증가했지만, 판사의 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신속한 사법 처리 등 서비스 공급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최근 비트코인, 경제 분쟁 등 사건이 점차 복잡다단해지는 추세에서 허리 기수의 판사, 소위 한창 일할 판사들의 이탈은 더욱 치명적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위법관은 "하급심 판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라며 "사건은 복잡해지는데, 판사는 적다 보니 10분짜리 재판이 많아지고 있다. 10분 재판하고 다음 재판을 이어가는데, 재판 당사자들도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는 2027년까지 판사는 370명을 늘리고, 검사는 220명을 증원하는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한 법관은 "사실 양질의 재판을 위해서라도 법관들의 숨통을 틔우거나,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개정안 역시 정원을 늘려주는 것이지 충원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현재도 판사 수는 이미 정원에 미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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